‘아베 정권 늑장 대응’ 비판 오사카부·도쿄도지사 인기 상승…효고·아이치현지사 안일한 태도 여론 뭇매
오사카부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지사(吉村洋文·44)는 ‘아베 정권의 코로나 은폐론’을 제기해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코로나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가 하면, TV에 출연해 알기 쉽게 감염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도 주목을 끌었다. 자신의 트위터에도 감염예방을 위한 안내, 경제 대책 등에 관한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11시 51분, 요시무라는 감염자 수와 검사 데이터를 공개하며 “이번 주말에도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TV 정보프로그램에 생방송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면모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산 것 같다. 밤낮없이 일하는 젊은 지사의 이미지가 각인된 것. 11일 일본 트위터에는 ‘#요시무라 좀 쉬어’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부탁이니까 쉬면서 일해 달라” “젊은데 행동력과 결단력이 있다” 등 대체로 좋은 평가가 많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3월 25일 기자회견에서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는 패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평가가 상승한 또 다른 인물은 도쿄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小池百合子·67)다. 도쿄올림픽 연기가 확정되기 전까지 비교적 잠잠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후 아베 총리와 코로나 대응을 두고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휴업 범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경제 타격을 우려해 소극적인 아베 총리와 달리, 고이케 지사는 “인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방침을 강행 중이다.
기자회견에서 고이케 지사는 “도쿄 도민의 생명, 건강, 의료현장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하면서 “내가 사장이라고 생각했더니 위에서 여러 소리가 들려오고 중간관리직이었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말이다. 이것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명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사업자에게 50만 엔(약 565만 원)을, 2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경영자에게는 100만 엔(1132만 원)의 협력금을 지불한다”는 방침도 도민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트위터에는 ‘#유리코 고마워요’라는 해시태그가 생겨났다.
반면 “못 미덥다”는 평가를 받은 정치인들도 있다. 효고현의 이도 도시조 지사(井戸敏三·73)가 대표적이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오사카 지사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오사카와 효고 간의 불필요한 왕래를 자제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이도 지사는 ‘오사카는 항상 과장한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아울러 학교 재개에 대해서도 방침이 오락가락하는 등 위기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일본 네티즌들의 평가는 ‘#이도 일어나!’ ‘#이도 잠깨자 얼른’ 같은 해시태그로 이어졌다.
아이치현의 오무라 히데아키 지사(大村秀章·59)는 아예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로나와 관련해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가 혼쭐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학교 휴교 연장을 좀처럼 결정하지 않아 현민들로부터 항의가 쇄도했다. 더욱이 일본 정부 전문가회의에서 “아이치현의 의료체제가 위태롭다”고 지적당하자 “무슨 소리냐” “매우 실례되는 발언”이라며 발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아이치현은 감염자가 급증하고 말았다. 오무라 지사는 지난 9일 정부에게 “긴급사태 선언 대상에 아이치현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치현은 현재 독자적으로 긴급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SNS에서는 ‘#오무라 그냥 자!’라는 해시태그가 따라붙었다. 또한 늑장 대응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테워드로스에 빗대어 ‘아이치현의 테워드로스’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야후 재팬 뉴스 댓글. 요시무라 지사와 아베 총리를 비교하는 댓글이 많은 공감수를 얻었다. “요시무라 부지사의 발언은 심플하면서도 메시지성이 강하다는 인상. 반면 아베 총리는 천천히 말만 할 뿐 내용이 지극히 공허하고 빗나갔다” “코로나 덕분에 각 지자체장에게 상식이 있는지 없는지 한 번에 알게 됐다”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지사. 사진=요시무라 트위터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크게 떨어졌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 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월보다 7%포인트나 오른 47%였다. 반면 ‘지지한다’는 응답은 3월보다 6%포인트나 떨어진 42%였다. 이 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는 응답을 웃돈 것은 201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세계 주요국 정치 지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규정했다. “사실상 전시상황과 다름없다”며 외출제한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한 것이 3월.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뒷북’이라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 관저를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는 이렇게 개탄했다.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선포를 주저한 이유는 자신의 업적인 ‘아베노믹스(경기부양책)’가 한순간 무너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매우 실망스럽고 한 박자 늦은 대응으로 모든 것을 국민과 자치체에 맡기고 있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달리 책임도, 기개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코로나19 대응 ‘스타 정치인’ 성향은? 알다시피 아베 총리는 우익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최근 평가가 상승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어떨까. 중국경제매체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고이케 역시 아베 총리 못지않은 우파적 성향을 지녔다. 신문은 “고이케가 과거 인터뷰에서도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발언하는 등 극우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강경파 정치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일본 내에서는 “야무지고 판세를 잘 읽는다”는 평도 있지만, 실력자에 따라 당을 옮겨 다녀 “기회주의자” 혹은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지사는 규슈대학 법학부를 졸업, 23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년 뒤 변호사가 됐고, “태어나서 자란 오사카를 위해 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겨 정계에 입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오사카시 시의원 선거 당시, 오사카유신회(현 일본유신회)의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후 2015년 오사카시장 선거, 2019년 오사카부지사 선거에서 연속 당선됐다. 일본유신회의 경우 중도우파 성향을 보이며, 지역주의 색채가 강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요시무라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찬성하는 쪽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