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에서 이성 발동까지 약 6초 걸려…‘화낼 필요’ 판단 후 상대에 감정 전달해야
나이가 들면서 분노를 참지 못하는 이유는 분노를 억제하는 뇌기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
심리 카운슬러 오시마 노부요리는 “사소한 일로 쉽게 짜증내고,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괴팍한 성격 탓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인 중 하나가 ‘뇌’에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좌뇌와 우뇌는 뇌량이라는 신경다발에 의해 연결돼 있다. 의사소통할 때 좌뇌는 논리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우뇌는 표정이나 시선, 몸짓 등에 주의를 기울인다. 만약 양쪽의 상호작용이 원활하다면 화를 잠재우기가 쉽다.
그러나 뇌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이를테면 좌뇌로만 파악하기 때문에 표정 등은 살피지 않아 더욱 쉽게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도 뇌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편향적으로만 판단하다 보니, 상대방의 말과 태도가 일일이 신경 쓰이고 결국 폭발하고 만다.
#욱하는 장년층이 늘어나는 이유
흔히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조절에 능숙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실제로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화를 내는 노인의 모습도 드문 풍경이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는 “노인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분노를 억제하는 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성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인, 전두엽의 쇠퇴다.
전두엽은 뇌에서 가장 먼저 노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40대 초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한다. 덧붙여 이성뿐 아니라 의욕, 호기심, 창의력 등을 관장하고 있어 전두엽이 망가질 경우 이 기능들도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의욕이 나질 않고, 창의력도 예전만 못하다. 단골가게만 간다든지 익숙한 저자의 책만 읽는 등의 행동도 나타날 수 있다.
#분노 조절 어렵다면 전두엽을 활성화시켜라
연구 결과 “전두엽은 새로운 경험, 창의적인 일을 할 때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평소 만들지 않은 요리에 도전해본다거나 다른 장르의 책을 읽어보자. 또 텔레비전 시청처럼 수동적인 뇌 활동보다는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라디오 듣기, 신문 읽기가 도움이 된다. 매번 무난한 쪽만 선택하지 않고, 가끔은 ‘제멋대로’ 생활하는 것이 뇌 활성에는 좋다.
일반적으로 “소외감,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 분노가 폭발하기 쉽다”고 한다. 특히 고령자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 현역 시절에는 부장이나 과장 등 직함이 있었지만, 퇴직하는 순간 사회적 지위가 없어진다. 단지 할아버지, 할머니로 묶일 뿐.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라는 서운한 마음에 버럭 성을 내는 일이 잦아진다.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는 이런 고령자들을 위한 처방전으로 심호흡을 추천했다. “화가 나면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안정을 취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전두엽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부족하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깊은 심호흡을 통해 뇌로 가는 산소량을 증가시키고 화를 다스려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구에 따르면 “거울 앞에서 환히 미소 짓는 것”도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화가 나면 일단 6초만 참아보자. 전두엽에서 이성이 발동하면 화내고 후회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화가 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일본 분노관리협회는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피해를 막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협회 측은 “화가 나면 일단 6초를 기다려보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왜 그때 화를 냈을까’하는 후회가 남질 않는다.
근거는 이렇다. 분노라는 감정이 발생하고, 뇌의 전두엽에서 이성이 발동하는 데까지 대략 6초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6초를 기다린다고 해서 분노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처음 욱했을 때보다 능숙하게 화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6초 동안에 무얼 하면 좋을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6초라는 시간도 제법 길게 느껴진다. 추천하는 것 중 하나가 지금의 분노에 점수를 매기는 습관이다. 협회 측은 “화를 잘 내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라면서 “이러한 습관은 스스로 화를 객관화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가령 머릿속에 0도부터 10도까지 있는 ‘분노 온도계’를 상상해보자. 0은 화나지 않음, 10은 인생 최대의 분노다. 만일 8이나 9 정도에 해당하는 ‘강한’ 분노라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이른바 ‘화병’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화가 날 경우 잠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순간 감정을 쏟아내기 쉽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멀어짐으로써 이런 위험을 방지하고, 침착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심호흡을 하거나 숫자를 세는 등의 방법도 흥분된 감정을 제어한다”고 협회 측은 밝혔다.
분을 풀기 위해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쓰는 것은 금물이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화날 때 피해야 할 행동들
분을 풀려고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진다든지 누군가를 때리거나 혹은 자해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여기서 남을 해치는 행위는 신체적 폭력을 포함해 언어폭력도 해당된다. 말은 상상 이상으로 마음을 깊게 할퀴고, 때로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평소 자주 분노감을 느끼는 사람은 가까운 공원을 찾도록 한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식물을 곁에 두는 것도 좋다. “식물을 키우면 기분이 안정되고 긍정적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화낼 필요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구분을
일본 분노관리협회는 “화라는 감정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으로 무작정 참거나 없애려고 하면 되레 심신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소한 일에도 다짜고짜 화부터 내다가는 주위에 사람이 남아나질 않는다. ‘지랄 맞은 성격’이라는 평판과 함께 인간관계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협회 측은 “똑똑하게 화내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화를 잘 내기 위해서는 먼저 화낼 필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에서 용서할 수 있는 범위는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 반면 용서할 수 없다면 화 낼 필요가 있음”으로 나누는 것이다.
간혹 용서할 수 없는 범위의 일까지 참다가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한다. 참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충동적으로 화만 내지 않으면 된다. 화가 났을 때는 우선 6초를 기다리고, 자신이 용서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자.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냉철하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