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에 이홍우 임명…노동·공정 등 추구해온 가치 부합
이홍우 신임 원장과 이재명 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2년 전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이홍우 후보가 이재명 경기지사와 손을 잡았다. 이재명 지사는 1일 이홍우 사단법인 노동복지나눔센터 대표를 제2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으로 임명했다. 진흥원은 경기도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지원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다.
원장 인선이 뜻밖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홍우 대표는 올 초까지 정의당 고양정 지역위원장으로 일했고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그리고 정의당까지 함께해왔기에 정의당 인사의 영입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홍우 원장은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의당 당적은 없는 상태다. 진흥원은 재단법인이라 당적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지금은 당적을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추후 민주당 입당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일은 없다. 정치보다 서민, 지역경제 살리기에만 매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북 구미 출신의 이홍우 원장은 현대자동차 세일즈맨으로 근무하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서 노조를 결성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노조 지부장, 현대자동차서비스 노조 위원장, 금속노조 사무처장,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노동 한길을 우직하게 걷다가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고 노회찬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는 정치권에서만 2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왔다.
이홍우 신임 원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로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은 경쟁 상대였지만 노동 공약에서 상당 부분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TV토론에서 이홍우 후보는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고양시청 청소 외주 노동자들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본다. 공공 영역에서 인건비를 조금 줄이기 위해서 시민에게 고통을 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맞받았다.
도 산하 공공기관의 외주 노동자들과 기관이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이홍우 후보의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외주를 줬던 공공기관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며 “노조 교섭력도 높이고 직접 고용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며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최저임금, 노동, 인권과 관련한 인식에서 두 후보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홍우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자신의 노동 공약 일부를 제안하기도 했고 이재명 후보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후 이홍우 대표는 정의당 고양정 지역위원장과 노동복지나눔센터 이사장으로 돌아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 사이 경기도는 두 사람의 공통 공약이던 노동이사제 등을 실현해 나가며 노동 존중 기조를 견고히 했다.
지난해 9월 이홍우 대표는 대법원에 이재명 경기지사의 무죄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지방선거 당시 TV토론은 정책이 아닌 그야말로 인신공격이 난무한 토론이었고, 유독 이재명 후보에게 집중된 여러 문제에 대해 제한된 짧은 시간에 사실관계를 해명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시간적 한계로 인한 단답에 의해 허위사실 공표죄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해도 그 대목에 대해서 아무도 인지하지 않을 만큼, 토론한 당사자로서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며 이재명 지사 구명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홍우 신임 원장이 취임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생 공공기관이다. 초대 원장은 이재명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진 원장이었다. 임진 전 원장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상권 활성화 팀장 등을 맡으며 이재명의 민생 정책 브레인으로 불리던 인물이었지만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며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2월 사임했다.
따라서 이홍우 원장에게는 신생 공공기관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시급한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노동과 공정이라는 가치로 이재명 지사와 손잡은 이 원장이 진흥원의 고유 임무인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되살리기, 지역화폐의 효율적 운영 등에서 어떤 성과를 보일지 지켜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