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들킬까봐 블랙박스 숨긴 골프장 간부 집유

범행 도운 부하직원도 집유 3년 선고받아

[일요신문] 인천 골프장 관계사 간부가 부하직원을 시켜 음주운전 증거를 숨긴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골프장 간부는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가 경찰 수사를 받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의 한 골프장 관계사 간부가 음주운전을 하고 증거를 숨긴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이슬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와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천의 한 골프장 관계사 소속 간부 A 씨(49)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직원 B 씨(53)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월 18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12월 19일 오후 8시 51분 쯤 인천의 한 골프장 주차장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고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 씨는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체포되자 지구대에서 ‘현행범인 체포 확인서’를 손으로 찢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사건 이후 부하직원인 B 씨 등에게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하라고 시켜 증거를 숨겼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 교통사고 2건이 일어난 것처럼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 560여만 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김 판사는 “A 씨는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총동원해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끊임없이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보험사기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전했다. 이어 “부하직원 B 씨 또한 범행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가담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들의 범행수법이 대담하고 죄질이 무거운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형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