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먹칠하는 ‘아름다운 연대’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연대’ 홈피 메인 화면. | ||
식스시스템은 매우 고전적이며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소정의 가입비를 낸 다음 회원을 모집해오면 수십억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유혹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스스로를 국제 시민단체라고 주장하며 절대 다단계 금융사기가 아닌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식스시스템의 정체에 대해 파헤쳐봤다.
지난해 10월 처음 등장한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연대’는 무작위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방법 등으로 회원 유치에 한창이다. 이곳에서 설명하는 다단계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최초 회원 가입시 3만 원을 입금하고, 자신을 추천인으로 하는 회원 6명만 모아오면 이들이 내는 가입비의 10%인 3000원이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된다는 것이다.
10명만 모으면 실질적으로 자신의 가입비는 뽑는 셈이다. 이후 이들 회원이 또 다른 회원을 가입시키면 그 회원으로부터도 3000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시킨 10명이 모두 또 다른 10명의 회원을 유치했다면 자신이 받는 돈은 30만 원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6단계까지 모두 이뤄질 경우 자신이 받게 되는 총 금액은 약 33억 원가량. 이론적으로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이미 현실적으로 터무니 없다는 결론이 난 고전적인 다단계 사기 수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1명이 33억 원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회원수를 계산해보면 무려 100만여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대부분 인구가 가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혜택을 받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연대’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회원가입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1년 이후에는 다시 3만 원을 지불하고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 수를 무한으로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가입자수를 더욱 늘리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1%가 가입할 경우 이 시스템을 유럽을 포함한 영어권 국가와 중국 등에 진출시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단계 사기 전문가들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재가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에서 10명이 33억 원을 벌기 위해 필요한 인원은 1000만 명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합심해서 식스시스템에 동참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억대 이상의 적립금을 받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이곳 단체에서는 대한민국 인구 4900만 명 중 0.0041915608%(4월 10일 기준)가 가입됐다고 밝히고 있다.계산하면 20만 명가량이 가입한 셈이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의 다른 메뉴에 공개된 입금완료 가입자 명단에는 2000여 명가량이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가입비를 입금하지 않은 사람을 합해도 5000여 명 정도다.
분명 20만 명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금도 매일 수십 명씩 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적지않은 피해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식스시스템’이 철저히 인터넷 상에서만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다단계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른 이유는 무엇보다 시민단체를 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실제 국제시민단체임을 강조하기 위해 등록증과 봉사활동 사진 등을 해당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명 사회단체들과 연계된 단체임을 암시하기 위해 ‘장애우권인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진보넷’ 등의 사이트 링크가 담긴 배너광고를 내걸고 있다.
유저들을 안심시키고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민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런 시민단체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연희 간사는 “그 단체는 알지도 못할 뿐더러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사이트 배너를 삽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연대’라는 단체는 국내에 등록된 단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단체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필리핀에서 등록된 시민단체로 확인됐다. 또한 해당 사이트에 게재된 100여 장의 봉사활동 사진도 자세히 살펴보면 배경이나 등장인물이 모두 동일하다.
모두가 같은 날 하루 동안에 촬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사진 곳곳에 ‘식스시스템’에 대한 로고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여러 가지 점에서 이 사진들은 처음부터 식스시스템 홍보를 위해 연출된 게 분명해 보였다.
과연 이 단체는 무엇을 노리고 이러한 다단계를 운영하는 것일까. 이곳에서 많은 회원을 모았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네티즌은 매주 적립금이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돈을 통째로 떼먹는 사기는 아닌 셈이다.
비밀은 말 그대로 식스시스템에 있다. 이들이 설명한 시스템에 따르면 적립금은 6단계에 걸쳐 3000원씩 지불된다. 따라서 나머지 40%인 1만 2000원이 단체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때문에 이들은 가입자가 늘어날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전체 금액의 40%를 가져갈 수 있다.
만약 6단계까지 거치지 않은 회원이라면 이곳 단체가 가져가는 돈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물론 이들은 회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들은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내는 돈은 모두 후원금으로 사용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빈민 구제 등에 쓰이며, 이밖에 운영비와 해외 진출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그러나 실제로 이 돈이 어떤 활동에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무엇보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시민단체가 아닐 뿐더러 본사나 인터넷 서버도 모두 필리핀에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법률상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후원금은 연말 정산시 세제혜택이라도 있지만 이들은 한국 정부에 등록된 정식 시민단체가 아닌 만큼 그것도 없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다단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필자는 이 단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메일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아무 답변이 없었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