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껴안고 뽀뽀하고… 내 아내보다 낫다” 이게 정말입니까?
전직 검찰총장이 기숙사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그가 회장으로 재직 중인 경기도 한 골프장 전경. 박은숙 기자
최근 한 언론에 고소인 A 씨의 자필 진술서가 공개됐는데 내용이 좀 충격적이다. A 씨의 자필 진술서를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2013년 6월 중순, 골프장 여직원 A 씨는 업무를 마치고 골프장 내에 있는 여자기숙사에 들어왔다. 이후 오후 9시 30분쯤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 도중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늦은 저녁, 기숙사에 찾아온 이는 알고 보니 골프장 회장인 B 전 검찰총장(71)과 골프장 여성 관리과장 C 씨였다.
당시 A 씨와 함께 있던 룸메이트는 B 전 총장과 C 과장의 갑작스런 방문에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B 전 총장이 방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 일단 욕실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B 전 총장은 좀처럼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 씨는 경찰에 제출한 자술서에서 “총장님이 도무지 나갈 생각이 없는 분처럼 느껴져 화도 나고 온종일 일하느라 피곤하고 지쳐 짜증도 났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30여 분간 욕실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고 밝혔다.
도저히 버틸 수 없었던 A 씨는 룸메이트가 건네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거실로 나갔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때부터 B 전 총장은 자신을 옆에 앉히고 본격적으로 치근덕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A 씨가 주장한 성추행 전말은 충격적이다. B 전 총장은 A 씨의 옷과 어깨를 만지다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A 씨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저는 아빠한테만 뽀뽀한다”고 하자, B 전 총장은 “너희 아빠가 나보다 더 대단하냐”면서 면박을 줬다. 이후 “내가 싫으냐. 넌 내 아내보다 100배는 예쁘다, 이제부터 내 애인이다”며 계속해서 끌어안았다고 한다.
B 전 총장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A 씨는 우선 B 전 총장이 여자 기숙사에 들어온 것부터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방 안에 여자 직원들의 옷가지가 있었기에 더욱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A 씨는 자술서에서 “여직원들 속옷이 거실 빨래 건조대에 널려 있는 상태여서 민망하고 불쾌해 너무 화가 났다”고 전했다. A 씨의 아버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 씨는 방안에 속옷 등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여자들은 옷이 많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골프장 직원들이 사용하는 기숙사 건물.
더 황당한 것은 B 전 총장의 행동을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거실에는 A 씨와 B 전 총장, 룸메이트, 골프장 C 과장 등 4명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같이 온 C 과장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A 씨는 “총장님의 행동과 말을 듣고 본 과장은 모시고 나갈 생각은 않고 앞에서 웃기만 했다. 너무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 늦은 시간에 여자 기숙사에는 대체 왜 오신 거냐. 당장 모시고 나가라’며 화를 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C 과장이 B 전 총장을 데리고 나가려 하자 B 전 총장은 “여기서 자고 가겠다”고 버텼다는 게 A 씨 측의 주장이다.
결국 A 씨의 거듭되는 반항에 B 전 총장과 골프장 과장은 자정이 다 돼서야 기숙사 밖을 나왔다. 밖으로 나서던 B 전 총장은 지갑에서 ‘5만 원’을 꺼내 A 씨에게 쥐어주기도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불쾌해 5만 원을 찢어버렸다”고 진술했다.
A 씨는 B 전 총장의 이 같은 성추행 사실을 지난 11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4개월이 지나서다. 고소를 너무 늦게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돌았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자신의 자술서를 통해 “총장님이 최근에도 여직원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성추행을 자주 하자 노조에서 이것을 공론화하려고 하면서 다시금 제 얘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며 “이 사실을 저희 아버지에게 알려 사건화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추석 전날에 제가 겪은 모든 사건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게 됐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안 뒤 쓰러지셨고, 몇날 며칠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서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해 고소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편 고소 사실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B 전 총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즉각 해명했다. B 전 총장은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직원을 찾아가 설득을 한 것이 전부이며 방문시간도 10시부터 자정까지가 아니고 10시경에 숙소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5만 원을 준 사실은 인정했지만 “고생하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그 전에도 5만 원씩 개인적으로 주곤 했다”며 “허무맹랑한 고소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법적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건의 여파가 식지 않은 가운데 골프장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의 해당 골프장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골프장 한 데스크 직원은 “A 씨 사건에 대해선 알지도 못한다. 묻지도 마라”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직원은 “사건이 알려진 뒤 조금 놀랐다. 성추행 사건이라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총장님은 골프장에 자주 오시는 편이다. 어제(11월 12일)까지만 해도 왔었는데, 오늘은 얼굴을 보진 못했다”라고 전했다.
B 전 총장의 평소 행동에 대해 대부분의 골프장 직원은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지만, 한 여직원은 “술을 마시면 조금 (그런 편)”이라며 의미심장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A 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 당일에도 B 전 총장은 골프장 여성 관리과장과 술을 마신 상태인 것으로 보도했다. A 씨의 진술서에서도 “총장님이 최근에도 여직원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성추행을 자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진실은 아직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B 전 총장과 A 씨와 함께 있었던 골프장 과장은 지난해 중순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데스크 직원 역시 대부분 그만두고 교체가 됐다는 게 골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데스크 관리실 관계자는 “사건을 아는 당사자들은 모두 퇴사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일요신문>은 B 전 총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B 전 총장의 집을 찾았다.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집은 마치 요새처럼 경비가 철저했다. 오후 5시 경 B 전 총장의 집은 비어있었다. B 전 총장은 아내와 같이 사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평소 출근할 때도 아내와 종종 함께 출근했다고 한다. 한 지역 주민은 “총장까지 지내신 분이고 대쪽 같은 이미지로 봤는데 설마 성추행을 벌일 리가 있겠느냐”며 “어찌됐건 아내 분은 굉장히 실망이 크실 것이다.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B 전 총장을 불러 성추행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검찰 고위층 잔혹사 바바리맨부터 늑대손까지…‘참, 가지가지’ B 전 검찰총장은 경기도 한 골프장의 등기이사 겸 회장이다. 현재 B 전 총장은 아내, 장남 등 가족 명의로 골프장 지분을 30% 정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B 전 총장의 아내가 2009년까지 골프장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지난 10월부터는 B 전 총장의 차녀가 감사에 취임했다. 사실상 골프장 경영에 B 전 총장 일가가 모두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왼쪽부터). 검찰 수장이었던 인사가 골프장 경영을 하는 것도 특이하지만, 경영을 하면서 각종 잡음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0년에는 저축은행과의 소송전 중 ‘폭언 사태’가 벌어져 한바탕 논란이 일었고, 골프장 인허가 추진 과정에서 골프장 이사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처벌을 받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이후 골프장 경영은 안정궤도에 올랐지만, 이번 성추행 고소로 B 전 총장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섰다. B 전 총장뿐만 아니라 역대 검찰 총장의 잔혹사도 주목된다. 1988년 임기제 도입 이후 임명된 18명 중 12명의 검찰총장이 모두 중도하차했다. 특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자식’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채 전 총장이 잠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채 전 총장의 내연녀 임 아무개 씨에 대한 공판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검찰 고위직 인사의 ‘추태’도 만만치 않다. 검사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76)은 지난 9월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 20대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 특별수사대는 박 전 의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2)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제주시 중앙로 음식점 인근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지검장은 현재 기소의견으로 광주고검으로 송치된 상태다. 검찰은 음란행위 경위 등을 조사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전 지검장은 현재 제주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