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공감대는 행복 남녀의 필수
결혼 3년차의 K 씨. 머리가 아파 일찍 퇴근해서 병원에 들른 그녀는 남편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생각 같아서는 저녁밥 지을 몸 상태가 아니니 외식을 하자고 하고 싶지만 남편의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 눈에 선한 것이다.
할 수 없이 무거운 몸으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온다. 그녀를 본 남편은 “어디 아파?”라고 한마디 묻더니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은 늘 이런 식이다. 건강 체질에다가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 남편. 문제는 자신이 건강한 까닭에 남들이 아프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건성으로라도 “아프냐”고 묻는 것만 해도 많이 좋아진 거다. 신혼 때는 감기 걸렸다고 누워 있으면 “그렇게 있으면 더 아프니까 억지로라도 움직이라”고 다그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K 씨는 몸이 아픈 것이 싫다. 몸이 아픈 것 몇 배로 남편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 영화 보며 울기 잘하는 그녀가 좌절한 까닭
평범한 가정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란 그녀는 연애시절 남편의 강한 생활력이 믿음직스러웠다. 가난에 좌절하지 않고 고학으로 학위를 받고 자수성가한 남편이 그녀가 예전에 사귀었던 유약한 남자들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을 하고 나서야 환경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음악회에 가는 것을 좋아하며, 영화 보고 곧잘 눈물을 흘리는 감수성의 소유자다. 그녀는 “지금껏 살면서 극장에 세 번 가봤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어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저 웃어넘길 이야기는 아니었다. 남편이 삶의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살아왔기에 자신의 문화적 감성을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강한 생활력을 바탕으로 경제력이 앞서는 사람보다는 함께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끼리 ‘통’한다
남녀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되려면 경험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비슷한 범주의 경험을 하였거나 그런 경험에 익숙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끼리는 얘기가 잘 통한다. 그렇다고 가난하게 자랐거나 부유하게 자란 사람들끼리만 결혼하라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를 선택하려면 ‘경제력이 어떤가’ 하는 수치적인 부분보다는 ‘내가 결혼해서 하고 싶은 일들, 가꿔가고 싶은 생활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사람인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살면서 겪어온 경험, 혹은 환경이 비슷한 사람일수록 좋다. 만일 서로 자란 환경이 다르다면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즉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야 한다. 비판적 잣대를 수시로 들이대는 사람일 경우 자신과 다른 나의 감성적 문화 욕구를 받아줄 여유를 갖기 힘들 것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