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금지 폭탄’ 누가 먼저 맞을까
▲ 저작권법 개정안을 주도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미니홈피에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달 그림 이미지가 올라와 네티즌들에게 강한 비난을 받았다(작은사진). | ||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됐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는 저작권 침해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정부에선 이를 막기 위해 여러 기술적인 대안 마련은 물론 법적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는 강력한 단속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하고, 지난 23일 포털이나 커뮤니티 혹은 웹하드 업체에게 보다 강한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효시켰다.
영화 등 모든 콘텐츠 해당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이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활동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저연령층 청소년이나 40대 이상 중년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개정된 저작권법이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소위 ‘헤비 업로더’들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습적으로 저작권 침해행위를 통해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이용자 및 게시판에 대해서 심의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장관이 최대 6개월간 계정을 정지시키거나 게시판 운영 자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삼진아웃제다. 삼진아웃을 당한 이용자는 사용 계정 블록은 물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겐 이에 대한 조치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심의는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된 23일에 출범한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맡는다.
정부는 이번 개정된 저작권법이 조치 및 처벌에 대한 강화가 이뤄졌을 뿐 저작권 침해에 대한 기준이 강화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반발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저작권 침해 기준을 살펴보면 네티즌들의 인터넷 활동 대부분이 저작권 침해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음악 영화 뉴스 등 기존에 알려진 것들은 물론 이를 활용한 UCC와 같은 2차 저작물 역시 모두 저작권 침해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발견해서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도 똑같다. 단적인 예가 얼마 전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미니홈피다. 나 의원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출처를 밝히지 않은 달 그림 이미지를 올렸다. 나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이번 저작권법 개정을 주도한 인물이었던 만큼 네티즌들은 법을 만든 당사자도 어기는 법을 만든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개정 저작권법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비영리적인 목적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나경원 의원 이미지 도용 논란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저작권법을 살펴보면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 등 공개된 장소라고 판단되는 경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삼진아웃제와 관련해 이는 최후의 보루일 뿐이지 일반적인 네티즌들 모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어도 사안에 따라 법 적용을 달리 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디까지가 경미한 침해이고 어디까지가 삼진아웃을 당할 정도의 중대한 침해인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저작권 위원회 김혜창 팀장은 “모든 사안에 대해 무조건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만큼 확실히 저작권 침해 강도가 높은 웹하드를 중심으로 삼진아웃제를 적용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 말대로 이번 개정 저작권법으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영리를 목적으로 콘텐츠를 사고파는 웹하드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올린 저작권 콘텐츠들의 유통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법에 따르면 영화나 음악과 같은 저작권자들이 신고를 통해 3회 이상 적발 시 이른바 삼진아웃을 당할 경우 개인 계정 혹은 게시판 자체를 6개월간 폐쇄당할 수도 있다. 그동안에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한 이용자에 대한 개별적인 민·형사 소송만이 가능했다. 때문에 웹하드 업체에서는 해당 게시물만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면해왔다.
웹하드 업체들 발등의 불
모 웹하드 업체 저작권 담당자는 “개정된 저작권법 때문에 당장 웹하드 업체가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사안이 워낙 중대해 업계에선 한국저작권위원회와 관련 단체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최근 잇따른 발표를 보면 불법복제에 기대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웹하드 업체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편 개정 저작권법에는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조항도 들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분위기를 틈타 저작권자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법무법인들로부터 무차별적인 고발이 줄을 잇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법무법인은 저작권을 침해한 사용자들에게 고소를 한 후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대비해 개정 저작권법에서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라는 제도를 신설해 합의를 보지 않고도 일정 시간 저작권 교육을 받을 경우 기소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법무법인들의 무차별 고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저작권 침해가 경미한 이용자들이 거액의 합의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봉성창 객원기자 b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