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위해 ‘’심박‘’까지 멈췄다
그러나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아무개 씨(28·H기전 대표)가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건강상 문제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기 때문에 불구속기소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씨가 불구속 기소됐다는 사실이 전해진 후 피해자 박 아무개 씨(27)는 “2차 테러가 두려워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다 지난달 이 씨가 구속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이 씨가 구속을 면해온 데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경찰까지 속였던 건강상 이유에는 그의의도적인 연출이 있었다는 것. 그는 일단 구속을 모면한 뒤 도피할 계획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월 8일 도심 한복판에서 황산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길을 가던 20대 여성에게 다가온 한 남성이 황산을 뿌리고 달아난 것. 이 사건으로 피해자 박 아무개 씨(27)는 여섯 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묻지마 사건’으로 끝날 뻔했던 이 사건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박 씨가 다니던 전 직장 사장이 사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박 씨 살해를 교사한 이 아무개 씨는 구속을 면했다. 경찰은 “지난 7월 10일 성남중원경찰서에 검거돼 조사를 받던 이 씨가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대전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병원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의 범행 사실을 계속 부인했다.
이후 이 씨는 검찰 소환도 거부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피의자 이 씨에게 유선으로 여러 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이 지난달 10일경 앞서 구속된 공범들로부터 “이 씨가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 다량의 심장약을 일부러 한꺼번에 복용해 심장발작을 꾸몄고 도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진술을 받아 긴급체포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된 것.
경찰이 이 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 씨가 체포 직전인 7월 8일 개인병원에서 심장병 치료제인 A 약품 15일분(혈압강하제, 1일 1정)을 처방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경찰 조사를 받기 전날인 7월 9일 밤, 15정의 알약을 한꺼번에 복용했다고 공범들이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씨가 처방받은 약은 건강한 사람도 다량 복용하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고 심장박동이 멈추는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도적으로 건강이상을 가장한 만큼 도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경찰은 의사의 퇴원 진단이 내려진 지난달 18일 이 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병원 측에 문의한 결과 14일 이전까지는 경찰은 병원 측에 환자감시에 관한 어떠한 협조요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의사와 이 씨의 퇴원일자 등에 관한 사전통보 협의가 이뤄진 것도 그 이후였다. 결국 이 씨는 한 달여 동안 경찰을 속여온 것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만약 이 씨가 계획대로 도피를 했더라면 피해자 가족들은 또다른 불안감에 떨어야 했을 것”이라며 자해까지 한 이 씨의 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황산테러 희생자인 박 씨는 이 씨가 불구속 기소된 후 수서경찰서에 2차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신변보호를 요청을 한 바 있다.
한편 구속된 공범 중 김 아무개 씨(26)는 지난달 14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박 씨에게 황산을 투척한 당일 김 씨는 범행현장에는 동행했지만 ‘범행에 가담하지 않겠다’며 현장을 이탈했고 죄를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이 참작돼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