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니?
▲ 영화 <최강 로맨스> | ||
섹스 중 대화를 금지당한 친구 A의 이야기. 결혼 6년차인 A는 아내 B와 연애 기간까지 합쳐 9년이나 잠자리를 해왔는데 B는 지금도 여전히 A가 옷을 벗길 때마다 쑥스러워하는 전형적인 한국 여자다. B는 섹스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고, A가 특별한 체위를 요구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그보다도 B가 가장 질색하는 것은 섹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 평소에는 물론이고 섹스 중 A가 B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가 그녀에게 섹스를 거부당한 적도 있단다. “이렇게 해주는 게 좋아?” “……” “여기를 애무해주면 좋아?” “……” “이렇게 애무하면 좋아?” “……, 그냥 말 안하면 안 돼?” “지금 체위가 아까보다 좋아?” “오늘 그만하자” 이것이 당시 A와 B의 대화였던 것. A에 따르면, B가 섹스 중 대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분위기가 깨지니까’이다. B가 A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지만, 연애 초기에 “키스해도 돼요?” “한 번 안아봐도 돼요?”라고 묻는 남자가 얼마나 지리한가를 생각하면 B의 심정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키스해도 돼요?”는 연애에 서툰 남자나 하는 말이 아닌가. 키스를 몇 번만이라도 경험한 남자는 여자에게 절대로 키스를 말로 허락받지 않는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여자의 흥분도를 일일이 묻는 남자는 섹스에 서툰 남자다. 성에 대한 담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나? 섹스 중에는 물론이고 섹스를 하지 않는 평소에도 성 담화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위한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한국 여자들이 성 담화를 나누는 것을 피하는 것이 현실. 남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아니, 말을 안 하면 대체 어떻게 아냐고! 좀 알려주면 편하잖아?”라고 말이다. 남자는 여자가 바라는 것을 모르고, 여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여자들은 남자가 키스도, 섹스도 다 알아서 잘~ 해주길 바란다.
친구들과 섹스 토크를 나누다 보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진짜 잘하는 남자와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큰 페니스와 강한 체력 그리고 화려한 테크닉도 오르가슴의 한 요소지만, 여자들이 ‘진짜 잘하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제1조건은 ‘여자의 신호를 잘 읽어내는 것’. 바로 ‘다 알아서 해주는 남자’인 것이다. 최근 섹스트러블을 겪고 있는 친구 C는 “그가 ‘아, 이거다’ 싶으면 체위를 바꾸고, ‘아, 거긴 아닌데’라고 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애무해. 일일이 다 말로 가르쳐줄 수도 없고, 답답하다니까”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나 남자도 어디에선가 친구들에게 고민을 토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이다. 대체 여자가 어떻게 신호를 보내길래 남자는 읽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야말로 간단하다.
당신이 아는 그대로, 여자의 표정, 신음소리, 몸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말한다. 섹스 중 여자와 지속적으로 눈을 마주치며 그녀의 표정을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신음소리와 몸짓의 언어를 통해서 그녀를 정확히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음소리가 커졌을 때 남자는 ‘아, 여자가 흥분했구나. 만족했구나’라고 오해하고 애무를 중단하거나 체위를 바꾸는 오류를 범한다. 그런데 여자들은 대부분 ‘이제야 거길 찾았구나. 바로 거기야, 그렇게 더 해줘’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여자가 흥분해서 신음소리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남자에게 신호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제발! 그러니 여자의 신음소리가 커졌을 때에는 그것이 애무건, 체위이건, 하던 일을 같은 방법으로 한동안 계속해주다가 서서히 강도를 높여주시길. ‘아, 이곳이구나’ 싶은 생각에 남자가 여자의 몸을 강하게 흡입하거나 어떤 체위에서 갑자기 속도를 빨리하면 여자는 ‘아깝다, 아까가 좋았는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자의 몸짓 언어를 파악할 때야말로 신음소리와 표정을 복합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남자들은 정상위 중 여자가 몸을 틀면 ‘하하하. 이 여자가 오르가슴에 못 이겨 몸을 트는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여자가 ‘아, 거기가 아닌데. 당신이 각도를 못 맞춰주면 내가 맞춰주지’라고 생각하면서 몸을 틀 때가 있다는 것을 아는지. 이때에는 몸짓만 가지고 그녀의 신호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신음소리가 커지면서 얼굴이 환희의 표정일 때는 체위와 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여자가 신음소리가 거의 없는데다가 표정이 심드렁할 때에는 체위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직도 섹스 매뉴얼을 달달 외우고 있는가? 섹스 이론을 알고, 열심히 실현하는 것은 섹스 초보나 하는 행동이다. 진짜 잘하는 남자가 되려면 일반적으로 여자가 좋아하는 성감대를 외우는 것보다 내 여자가 보내는 흥분 신호를 캐치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기억해두시길!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