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 ‘우리’ 미래… 그의 미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우리은행 본점. 우리은행 매각이 또 불발되면서 “직을 걸겠다”던 신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준선·박은숙 기자
경영권 지분 예비입찰이 유찰되자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매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시선은 이제 신제윤 위원장으로 향하고 있다. 금융위원장 취임 초부터 신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강조했다. “직을 걸고” 성사시키겠다고 했을 만큼 의지도 대단했다. 지난해 4월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공직에서 마지막 사명이란 각오로 임하려 한다”며 “지금 안 되면 5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직을 걸고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위원장은 지난 10월 15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연내 우리은행 인수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 즉 △조속한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 중 조속한 민영화에 방점을 찍고, 올해 안에 꼭 민영화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우리은행 매각이 성사되기 힘들어지면서 “직을 걸겠다”던 신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비록 우리금융 민영화를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을 매각했다. 또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에도 성공했다. 경영권 지분 매각만 실패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를 중심으로 ‘절반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은 우리은행 매각이다.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매각이 빠진 채 진행된 우리금융 민영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같은 쪼개팔기(분할매각) 방식은 예전에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세 번의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우리금융 민영화 방법 중 쪼개팔기도 거론된 바 있으나 앞서의 ‘3대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에 부딪쳐 시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계열과 우리투자증권계열 매각에 성공했다고 해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완성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억지는 아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0월 15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우리금융 매각은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 실패”라며 “남은 것은 실패에 대한 책임”이라고 금융당국의 몰아세웠다. 금융당국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신제윤 위원장이 “직을 걸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신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11월 18일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임한 일이다. 최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일부에서는 신 위원장도 동반 사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어난 것.
지난 11월 28일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단독후보·만장일치’로 차기 전국은행연합회장으로 확정된 것도 신 위원장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늘어나게 한 일이 됐다. 안 그래도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했던 하 전 행장이 KB금융 회장에서 낙마하자 곧바로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떠오른 데 대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던 차다.
당초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 끼지 못했던 하 전 행장이 급부상한 데는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특히 신 위원장과 하 전 행장이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관측은 힘을 받았다.
신 위원장은 지난 10월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는 질책에 “전혀 없다. 저는 무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8년 3월 출범한 금융위원회의 위원장 임기는 3년. 그러나 제1대인 전광우 전 위원장부터, 2대 진동수 전 위원장, 3대 김석동 전 위원장까지 역대 금융위원장 중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없다. 2013년 3월 취임한 신 위원장의 ‘정식’ 임기는 2016년 3월까지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