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중심으로 똘똘…계열분리는 없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로 인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더욱 강하게 뭉쳤다. 왼쪽부터 삼성가 삼남매 이서현 사장, 이부진 사장, 이 부회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삼성 삼남매는 모두 같은 법인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제일모직, 삼성SDS다. 이 부회장이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유일하게 이 부회장과 별도로 이부진 사장이 가진 지분이 삼성종합화학이다.
지난 2007년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사는 적자가 나던 삼성석유화학 지분 47.4%를 매각했는데 이때 매수자가 나서지 않자 이 사장이 나섰다. 결국 이 사장이 450억 원에 33.18%, 삼성물산이 192억 원에 14.22%의 지분을 나눠 매입했다. 당시 명분은 오너일가의 책임경영이었다. 이 사장은 이후에도 삼성석유화학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개인 최대주주인 까닭에 ‘삼성석유화학은 이부진 몫’이라는 세간의 추측을 낳았다. 올해 삼성석유화학이 삼성종합화학과 합병해 이 사장 지분율이 5%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 같은 추측은 계속됐다. 어떻든 지분을 늘리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한화로 삼성종합화학이 매각되면서 이부진 사장의 화학소그룹 추측은 그야말로 ‘소설’이 돼 버렸다. 물론 이 사장이 약 500억 원의 주식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됐지만, 여성부호 1위에게는 큰돈이 아니다.
그런데 동생에게 떼어 줘도 될 삼성종합화학을 왜 굳이 외부에 매각했느냐를 두고는 여전히 의혹(?)이 많다. 삼성이 당장 돈 1조 원이 급한 곳도 아니고,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지만 삼성종합화학의 기업가치도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매출 2073억 원에 무려 206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고작 403억 원인 빚을 뺀 순자산은 1조 5571억 원이나 된다. 이는 올해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하기 전이다. 따라서 삼성석유화학의 지난해 실적도 합해야 현재의 기업가치에 근접하게 된다.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2조 3642억 원 매출에 42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순자산은 3902억 원이나 된다. 쉽게 말해 이번에 1조 600억 원에 한화에 경영권을 넘긴 삼성종합화학은 당장 청산해도 약 2조 원의 현금을 받을 수 있는 회사라는 뜻이다. 삼성석유화학이 적자이기는 하지만 해마다 적자 폭이 줄고 있고, 삼성종합화학이 상당한 이익을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 600억 원이란 매각 가격은 낯설다.
삼성토탈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황을 겪는 정유업계와 달리 원유가 아닌 부산물을 활용하는 삼성토탈의 사업모델은 좀 더 강력하고, 최근 대규모 설비투자까지 마무리해 수년 내 매년 수천 억 원의 이익을 낼 확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삼성종합화학의 경영실적이 개선된다면 81.5%의 지분을 가진 한화그룹으로서는 상장을 통해 삼성에 지급할 인수대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방법도 택할 수 있다.
물론 이부진 사장이 석유화학부문을 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사장은 화학과는 전혀 업종이 다른 호텔신라 경영과 면세점 사업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레저부문도 맡고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석유화학보다는 면세점과 호텔, 레저 등 유통서비스 쪽에 더 관심이 많았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26일 이뤄진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자사주 매입은 화학 등의 분리가 애초에 불가능했음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제일기획의 최대주주는 12.64%의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이다. 2.61%의 지분을 가졌던 삼성전자가 무려 1150만 주의 제일기획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율이 12.6%로 높아졌다. 1대주주와 불과 0.4%포인트 차이다. 약 6% 남은 나머지 자사주까지 삼성전자가 가져간다면 최대주주가 바뀌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제일기획을 지배한다면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 대주주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렇게 되면 이서현 사장의 경영영역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에 국한되는 셈이 된다.
삼성전자가 2조 2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세 남매가 삼성을 나눠 가질 가능성을 일축시키는 단서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배당 확대보다는 지주사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SK 등 여러 기업들에서 자사주는 인적분할을 거쳐 의결권이 되살아나며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중인 삼성SDS 지분을 매각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더하면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가 상당히 임박한 것으로 볼 근거가 된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최근 삼성의 행보를 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 설득이 부족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실패로 돌아가고, 삼성종합화학 매각 가격에 여러 해석이 나오는 걸 보면 뭔가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풀이했다.
최열희 언론인
‘빅딜’ 최대 수혜자는 ‘한화 삼형제’는 빵끗 ‘삼성-한화 빅딜’의 최대 수혜는 단연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삼형제다. 이들이 지배하는 한화S&C는 100% 자회사 한화에너지를 통해 이번 딜에 참여, 몸집을 불릴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 김동관 실장 그리고 애초부터 이 두 회사는 삼형제를 위해 기획됐다. 한화S&C는 2003년까지만 해도 매출 1068억 원에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순자산도 47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2004년 무려 1268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도 37억 원의 적자를 내고, 순자산도 쪼그라든다. 바로 이 해에 삼형제는 주당 5000원, 5100원에 ㈜한화와 김승연 회장 보유지분을 40억 원가량에 인수한다. 직후 삼형제는 유상증자로 30억 원을 다시 투입한다. 그런데 2005년에는 다시 무려 33억 원의 흑자를 낸다. 2007년 동원·동선 형제가 다시 135억 원을 출자하면서 매출이 2000억 원을 넘고, 영업이익도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602억 원, 영업이익 202억 원의 알짜 회사가 됐다. 순자산도 236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삼형제가 200억여 원을 들여 얻은 건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한화S&C는 2008년 한화건설의 자회사이던 한화에너지를 117억 원에 인수한다. 한화에너지는 이후 수차례의 증자를 거쳐 몸집을 키웠고, 지난해 매출 4434억 원 영업이익 1623억 원을 내는 황금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화는 ㈜한화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지배구조다. 김 회장이 지분을 가진 곳도 ㈜한화뿐이다. 삼형제가 그룹을 지배하려면 ㈜한화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발판이 한화S&C다. 이번 빅딜로 한화에너지가 급성장하면 그 성과는 고스란히 한화S&C에 반영된다. 삼형제가 가진 지분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합병이나 주식맞교환 등을 통해 ㈜한화 지분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