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었다” “합성했다” 말과 글 왜 다를까
▲ 신정아 씨가 ‘누드사진이 합성이었다’는 사진 작가 황규태 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 ||
공개된 편지에는 2007년 당시 신 씨의 누드 사진을 직접 찍었다고 주장한 사진작가 황규태 씨가 합성 사진이었음을 고백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신 씨는 현재 누드사진 진위 여부를 놓고 <문화일보>와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2009년 마지막 달을 다시금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정아 누드 사건을 둘러싼 진실게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신정아 씨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화려하게 빛나던 그의 학력이 모두 위조됐음이 밝혀진 2007년부터다. 캔자스대학 서양화·판화 학사학위(BFA), 동 대학 경영학석사(MBA), 예일대 미술사 박사학위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광주 비엔날레 최연소 예술 감독이자 당시 미술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큐레이터로 기획상까지 받았던 그의 최종 학력이 고졸인 것으로 드러나자 미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신 씨의 대담한 거짓말에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신정아 학력 위조’ 사건은 급기야 스타 연예인들의 학위 검증 바람을 몰고 왔고, 적지않은 스타들이 위조 논란에 휩싸여 스스로 고백하거나 사과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신정아 사건은 학력 위조 논란을 넘어 정치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변양균 씨와 신 씨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 씨는 동국대 조교수, 광주 비엔날레 감독 등 신정아 씨가 주요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도 불거졌다.
신정아 사건은 이후 2007년 9월 13일 <문화일보>가 1면에 신정아 누드사진을 실으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누드사진은 비록 몸의 중앙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되긴 했지만 신 씨가 맨몸으로 쑥스러워 하는 표정을 리얼하게 담고 있었다. 당시 <문화일보>는 “성 로비도 처벌 가능한가” “몸에 내의 자국이 전혀 없는 것으로 미루어 내의를 벗은 지 한참 후에 찍은 사진”이란 선정적 표현을 해 도마 위에 올랐고, 여성부는 여성 인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문화일보> 보도 직후 신 씨는 ‘누드사진은 합성’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사진작가 황규태 씨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맞서 사건은 끝내 송사로 이어졌다. 신 씨는 <문화일보>에 10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명예훼손은 인정되나 사진 전문가와 성형외과 의사의 감정 결과 사진은 진본이라며 1억 5000만 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 MBC <후플러스>에 공개된 편지 캡처. | ||
황 씨가 지난 9월 말 자필로 쓴 편지에는 “신정아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은 오래 전 전시를 위해 합성 작업을 해봤던 것이다. 나의 작업 원고 보관 허술로 이런 일이 생기고 신 씨에게 큰 상처와 부끄러움을 준 것을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사석에서 몇 차례 신 씨에게 누드사진을 제의해 그의 동의 하에 직접 찍었다는 황 씨의 기존 주장은 어찌된 것일까. 실제로 황 씨는 그동안 “아마추어 여성 사진작가 A 씨가 작업실에 몰래 들어와 사진을 뒤져 신 씨 누드사진을 가져갔다. A 씨는 훔친 누드사진으로 신 씨를 따로 만나 괴롭히기도 했다”며 사진이 진본임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황 씨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황 씨는 현재 미국 이민당국에 수감돼 있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 씨의 변호인은 이 편지를 서울고등법원에 이미 증거로 제출한 상태다.
한편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및 미술관 공금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 2심에서는 종전대로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정유진 인턴기자 kkyy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