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상대보다 편한 상대를 만나라
며칠 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사람이 이상형에 대해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됐다. “예전에는 상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이제는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면 좋겠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32세의 직장인 P 씨는 맞선을 수십 번 본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주변에서는 인물 직장 성격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그의 결혼 상대가 어떤 사람이 될지 늘 궁금하게 여겨왔다. 그가 그 많은 괜찮은 여성들 중에 선택한 상대는 서글서글하고 성격 좋은 여성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솔직함과 자연스러움 때문이었다. 처음 만나던 날, 그녀는 청바지를 입고 나와서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장을 하고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건 내 평소 모습이 아니에요. 상대가 정장을 한 얌전한 내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그건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전까지 그는 최고 수준의 외모를 갖춘 여성들만 만나왔다. 하지만 만남이 계속되면 그런 최고의 모습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평소의 모습을 보고 익숙해지면서 정이 드는 게 훨씬 낫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 마음의 설렘엔 유효기간이 있다
인생엔 늘 야경이 보이는 창가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 같은 멋진 순간만 있는 게 아니다. 시장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는 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럴 때도 스스럼없이 내 옆에 앉아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상대야말로 진정한 내 짝일 것이다.
개그맨들이 미인과 결혼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모 수준 차이가 너무나도 큰 개그맨과 미인 커플도 제법 많다. 이는 남녀관계에서 유머감각이 얼마나 탁월한 유연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다. 상대가 남부러울 정도의 조각 같은 외모와 경제력 학벌을 갖췄다 해도 성격이 비뚤어졌거나 차가운 사람이라면 결코 행복한 부부관계를 만들어낼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는 젊은 시절에는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연애에 한두 번 실패하거나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겪어본 사람이라야 마음 편한 상대가 얼마나 좋은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외적 조건만으로도 마음 설레게 만드는 상대도 물론 좋다. 하지만 그 마음의 설렘이라는 것엔 유효기간이 있다는 게 문제다. 반면 마음 편한 상대와는 순간적인 강렬한 설렘을 주고받을 순 없더라도 꾸준히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마음의 편안함이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지는 법이다.
좋은만남 이웅진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