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공무원도 세무사 등 ‘하이패스’
6급 공무원이었던 B 씨도 지난 6월 관세청을 퇴직했다. B 씨는 지난 2001년 금품수수로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B 씨 역시 1차 시험 면제를 통해 지난 9월 관세사로 등록했다.
세무사, 관세사, 법무사 등 몇몇 전문자격사 시험은 해당 분야에서 일정기간 종사한 경력이 있는 공무원에 대해 시험 과목 일부를 면제해주고 있다. 일정기간 경력을 쌓은 공무원에게 시험 일부 면제 혜택을 주는 이유는 실무경력이 있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품 및 향응수수’ 등의 비위로 정직과 같은 중징계를 받거나 파면·해임된 공무원도 ‘시험 일부 면제’라는 혜택을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는 일정 경력을 가진 공무원에 대해 전문자격사 시험 일부를 면제해 유능한 인재를 채용해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비위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도 아무 제한 없이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위를 저지른 A 씨와 B 씨가 세무사나 관세사 시험에서 ‘시험 일부 면제’라는 특혜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오랜 기간 공무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문자격사 시험 중 하나인 행정사시험 합격자들로 구성된 공인행정사회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2000년 12월 31일 이전 임용자의 경우 일부 전문자격사 시험에서 시험 일부면제가 아닌 전부면제를 받기도 한다”며 “파면이나 해임, 정직과 같은 징계를 받은 경우도 시험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 시험결격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돼 있어 오히려 일반응시자들의 직업선택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의 일부시험면제 특혜에 대해 보고서를 내고 “시험 면제 요건을 전체 면제가 아닌 경력과 관련된 과목 중심의 면제로 바꾸고 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공무원의 경우 시험면제를 허용하지 않도록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며 “이러한 노력에도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없다면 제도의 전면적 폐지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