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성장? 현실은 ‘팔리고 팔리고’
소셜커머스 시장은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최고의 상품을 골라준다는 이른바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매년 50%를 넘나드는 성장을 기록하며 황금기를 맞고 있다. 거래액도 소셜커머스 3사로 불리는 쿠팡, 위메프(위메이크프라이스), 티몬 모두 2조 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커졌다. 지난 2010년 5월 티몬이 설립되면서 열린 소셜커머스 시장이 불과 4년도 안 돼 6조 원대로 성장했다.
티몬의 신현성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하지만 황금기를 구가하는 소셜커머스 시장과 티몬의 모습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티몬의 신현성 대표는 리빙소셜이라는 미국 업체에 주식 100%를 주식 맞교환 형태로 매각했다. 신 대표의 회사 매각 이유는 더 강한 파트너와 함께해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통큰’ 지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같은 결정은 스타트업(신규업체) 기업이나 IT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기업 페이스북도 텀블러라는 회사를 인수했고, 트위터도 바인을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티몬의 기대와 달리 리빙소셜의 지원은 미미했다. 티몬 관계자는 “리빙소셜 측에 투자금 지원 요청을 여러 차례 했지만 생각보다 지원이 없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소셜커머스 시장은 이동통신시장처럼 고정되지 않고 빠르게 증가하기에 적자를 내서라도 한 명의 고객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적자보다 한 명의 고객을 늘리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카카오톡 1명의 이용자 가치를 10만여 원으로 판단할 정도다.
티몬은 리빙소셜의 생각과 달리 미미한 ‘지원사격’에 실망했고, 적극적으로 티몬을 다시 인수해줄 회사를 찾았다. 그 업체가 바로 그루폰이다.
지난해 11월 8일 티몬은 리빙소셜이 보유한 자사 지분 100%를 그루폰에 약 2600억 원에 재매각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 브랜드인 그루폰은 전 세계 1등 소셜커머스 업체다. 티몬 관계자는 “리빙소셜에 인수된 우리가 그루폰을 찾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라며 “리빙소셜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그루폰은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티몬이 그루폰으로 가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티몬이 리빙소셜에 팔렸다 다시 그루폰에 재매각되는 사이 티몬은 소셜커머스 3사 중 방문자수 기준 3위로 떨어졌다. 티몬은 기존 1위를 내준 것은 물론이고 약체로 평가받던 위메프에까지 따라잡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닐슨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방문자수 기준 3위였던 위메프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티몬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티몬이 주춤하는 사이 쿠팡과 위메프는 마케팅비와 홍보비를 쏟아 부으며 1위 싸움을 이어갔다. 올 4월에 공시된 지난 201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위메프는 광고비 286억여 원, 판촉비 342억 원을 썼다.
하지만 ‘직접 선택했다’는 그루폰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티몬은 다시 시장으로 나오게 됐다. 티몬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서 그루폰이 매각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루폰은 상장 회사기 때문에 무한정 투자비를 지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지분 매각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이 다시 매각된다는 것을 듣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며 “연말이 유통업체 최고 성수기이고 이때 분위기를 띄워 놓아야 연초까지 그 분위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쿠팡, 위메프는 TV CF로 열을 올리고 있는데 티몬만 조용한 것만 봐도 사정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방문자수는 3위로 밀린 것처럼 보이지만 꼭 방문자수가 매출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내년 기업 재무자료가 공시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