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앤디에서 분할 ‘SK이터닉스’ 신사업 성과 부각…‘낮아지는 IPO 기대치’ SK에코 “시기 검토 중”
SK디앤디는 당초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소규모 건설 사업을 주로 진행했다. SK에코플랜트가 건설한 아파트에 가구 납품, 분양 대행 및 광고, 모델하우스 건설 등을 맡는 식이었다. SK디앤디는 2014년 SK가스에 피인수됐다. SK가스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끄는 곳이다. SK디앤디와 SK이터닉스의 현재 최대주주는 SK디스커버리고, 최창원 의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가진 최대주주다. 사실 최창원 의장은 현재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지만 본업은 SK디스커버리그룹 부회장이다. SK디스커버리는 SK그룹 소속이지만 SK그룹과 별개로 독자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의장은 사촌지간이다.
#SK디앤디, 인적분할이 '묘수'
SK디앤디는 지난 3월 회사를 인적분할했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SK디앤디와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하는 SK이터닉스로 분할한 것이다. 분할비율은 순자산가액 기준으로 SK디앤디가 약 77%, SK이터닉스가 약 23%로 책정됐다.
회사 분할은 SK디앤디 2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사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같이 진행하면 신규 사업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분할 이후 주가 흐름을 보면 묘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할 전 SK디앤디의 시가총액은 약 5000억 원 수준이었다. 현재는 SK디앤디의 시가총액이 2000억 원, SK이터닉스는 5500억 원 수준이다. 심지어 SK이터닉스의 주가가 지난 5월 말 3만 3100원까지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9267억 원에 다다르기도 했다.
다만 한앤컴퍼니의 주식 매각 가능성 때문에 6월 이후로는 주가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임 실패 가능성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심리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SK이터닉스는 상대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SK이터닉스에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전세계적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다. 특히 미국은 전력 수요가 급증해 신규 발전소 건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은 신청 건수가 폭증해 전력망 사용 허가 신청을 받는 데 5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력 자체도 부족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백업 전원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많이 쓰는 데다 백업 필요성도 크다 보니 백업 전원으로 고체산화물(SOFC) 연료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SK이터닉스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법 시행이 호재로 꼽힌다. 분산에너지법의 주요 내용은 지역 에너지 사업자가 특정 지역 내에서 직접 전력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분산에너지법 시행으로 국내 연료전지 개발 및 설치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SK이터닉스는 5개의 해상풍력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SK이터닉스가 올해 말 착공할 예정인 신안우이 프로젝트는 390MW(메가와트) 규모다. 완공되면 SK이터닉스 매출이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업인 ESS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SK이터닉스의 1분기 매출 중 53%가 ESS에서 나왔다.
다만 주가 측면에서는 한앤컴퍼니의 매각 가능성이 악재다. 2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지난 5월 24일 SK이터닉스 지분 9%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약 690억 원을 현금화했다. 물론 한앤컴퍼니의 SK이터닉스 지분율은 여전히 22%에 달한다. 한앤컴퍼니는 2018년 최창원 부회장으로부터 SK디앤디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SK디스커버리와 한앤컴퍼니는 SK디앤디를 공동 경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 건설업 불황이 발목
반면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하고 있지만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IPO를 조건으로 1조 원대 투자금을 유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전환우선주(CPS),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자금을 조달했다. 2026년까지 IPO를 진행하지 못하면 CPS 투자자들에게 큰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CPS 투자자들의 배당률은 2026년 5%이고, 이후 매년 3%씩 늘어난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사지만 최근 폐기물 처리업과 같은 친환경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폐기물 관련 사업은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태영건설의 에코비트 매각전에 국내 대기업이 한 곳도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처리량 기준으로 국내 폐기물 소각 시장 점유율 1위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66%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증권가의 최근 건설주 기피 현상을 고려하면 넘어야 할 벽이다. 박경일 전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지난 5월 물러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목표 기업가치는 8조~10조 원이었지만 최근 4조~5조 원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또한 희망 섞인 관측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적정 기업가치가 2조 원 수준이라는 평가마저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 631억 원, 영업이익 566억 원을 거뒀다. 건설업계 1위 현대건설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3조 5000억 원대에 불과하다. 현대건설과 단순 비교하면 시가총액 1조 원도 힘겨운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다른 SK그룹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합병 대상으로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트리켐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IPO 시기는 아직 검토 중이며 국내 증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 가치를 받을 수 있을 때 진행하도록 검토 중이다”라며 “(합병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