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글로벌의 대유플러스 인수에 따라 소송 흐지부지 전망…화성공장은 임의경매로 넘어가
#대유플러스는 왜 부인권을 청구했나
대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화성공장을 당시 같은 계열사였던 대유에이피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197억 원. 대유플러스는 현금을 받는 대신 대유에이피에 갚아야 할 차입금 127억 원을 상계했다. 대유에이피는 나머지 70억 원에 대해서도 현금이 아닌 대유플러스의 채무 70억 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대유플러스는 2016년 하나은행으로부터 화성공장을 담보로 수십억 원을 차입한 바 있다. 이후 대유에이피의 주인이 바뀌었다. DH글로벌은 지난해 11월 대유에이텍으로부터 대유에이피를 인수하고 사명을 DH오토리드로 바꿨다.
양측의 거래가 끝난 듯 보였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대유플러스가 올해 초 법원에 화성공장 거래 부인권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부인권이란 파산 전 채무자가 행한 일정 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권리다. 대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해 11월 이를 받아들여 현재 대유플러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유플러스는 화성공장 매매가 ‘편파 변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당시 대유에이피의 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한 시점은 아니었다. 즉, 대유플러스가 여러 채권자 중 특수관계자인 대유에이피에 대한 차입금을 우선적으로 변제했기 때문에 편파 변제라는 것이다.
DH글로벌 입장에서는 대유플러스의 부인권 청구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화성공장 매매는 DH글로벌의 DH오토리드 인수 계약 전에 이뤄졌다. 그런데 대유플러스의 부인권 청구는 DH글로벌이 DH오토리드를 인수한 후 진행됐다. 같은 계열사 당시에는 문제를 삼지 않다가 매각이 된 이후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일요신문은 대유플러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대유플러스의 이러한 행보를 놓고 두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대유플러스 채권단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난해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대유플러스 주요 자산을 대유에이텍에 넘겼다. 일례로 대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당시 보유 중이었던 대유에이피 지분 16.16%를 대유에이텍에 87억 원에 매각했다. 대유에이텍은 이 중 56억 원을 대유플러스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31억 원은 채무에서 계상했다. 실제 현금 유입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대유플러스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대유에이텍에 자산을 몰아주기 위해 대유플러스를 희생시킨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현재는 대유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상 채권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분석은 대유위니아그룹 차원에서 소송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화성공장은 대유에이텍이 임대해 사용하는 핵심 시설이다. 대유에이텍은 화성공장에서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와 기아에 납품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 시트를 생산하고 있다. DH글로벌은 전자제품 업체지만 2022년 DH오토웨어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부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DH글로벌이 화성공장을 대유에이텍에 임대하지 않고 직접 운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셈이다.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임대료를 놓고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대유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했지만 대유위니아그룹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아니다. 대유플러스는 현재 박상민·최성일 공동관리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박상민 관리인은 대유플러스 가전사업부문 본부장, 대유홀딩스 CMF사업부장, 대유SE(현 그린웰개발) 대표 등을 거쳐 2022년 3월 대유플러스 대표에 선임되는 등 대유위니아그룹 측 인물로 꼽힌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KG모빌리티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화성공장의 물량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화성공장에서 생산하는 시트가 렉스턴, K9, EV9 등 주요 차량에 납품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대유에이텍 입장에서 화성공장 소유주가 바뀌면 아무래도 불안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은 모두에게 상처?
대유플러스는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정행인을, DH오토리드는 법무법인 광장을 각각 선임했다. 법원은 대유플러스의 부인권을 인용했지만 DH오토리드가 불복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최근 변수가 발생했다. DH글로벌이 대유플러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유플러스는 지난 5월 20일 “인수제안서 평가 결과 NR제일호재기지원펀드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해 지난 5월 17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대유플러스에 따르면 NR제일호재기지원펀드 컨소시엄 대표자는 DH오토리드이며 DH글로벌, 리오인베스트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대유플러스와 DH글로벌은 같은 계열사가 된다. 이 때문에 대유플러스와 DH오토리드 간 소송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구체적인 대유플러스 매각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재판 결과를 떠나 대유위니아그룹이나 DH글로벌 모두 화성공장을 소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화성공장은 채권자인 하나은행에 의해 임의경매 개시 결정이 난 상태다. DH오토리드는 대유플러스의 하나은행 차입금을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화성공장 관련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채무 인수가 지연됐다. 대유플러스는 관계인 설명회 자료를 통해 “보전처분 결정에 따라 채무 양도절차가 종료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전처분이란 다툼이 있는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확정판결에 따른 집행이 이뤄지기 전까지 법원이 명하는 처분을 뜻한다.
이에 채권자인 하나은행은 채무 미상환을 이유로 화성공장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수원지방법원이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DH오토리드가 화성공장 소유주로 기재돼 있다.
대유플러스와 DH오토리드 중 승자는 화성공장 임의경매 낙찰가에서 하나은행 차입금을 제한 돈을 갖게 되는 셈이다. 대유플러스 채권자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현금 유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유위니아그룹이나 DH오토리드가 경매에 참여하면 화성공장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요신문은 DH오토리드에 임의경매 신청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