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느낀다고? 네가 못하는 거지!
▲ 영화 <오감도> | ||
섹스킹과 섹스퀸이 하룻밤을 보내면? 빙고!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런데 섹스킹이 못하는 여자를 만나면? 섹스킹은 옛날을 회상하며 새삼스러운 기쁨을 맞이하고, 못하는 여자는 섹스의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된다. 음담패설을 즐겼으나 남자친구와의 실제 섹스에서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내 친구는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일명 ‘돌쇠’라 부르던 섹스킹과 동거를 하면서 섹스퀸이 되었다. 그렇다면 섹스퀸과 못하는 남자가 만나면? 이 경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자격지심에 섹스퀸을 포기하는 남자도 더러 있지만, 상당수가 센스 있는 섹스퀸의 말 없는, 행동의 가르침을 통해 섹스킹으로 거듭난다. 섹스퀸의 리드를 따르다 보면 어느새 여자도, 남자도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장 문제인 경우는 못하는 남자가 못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다. 이 경우, 여자가 절정에 이를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남자는 “내 여자친구는 불감증인가봐”라며 여자를 탓하기 바쁘고, 여자는 “내 남자친구는 조루야” “그는 내 성감대를 몰라”라고 불평한다. 섹스 트러블이 생기는 커플의 경우, 대부분 둘 다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
섹스를 못하는 여자의 불평은 대개 이렇다. “그는 내 G스폿을 몰라. 열심히 하면 뭘 해, 나는 아무 느낌이 없는데.” “그는 너무 빨리 끝나. 내가 느낄 만하면 끝나버린다니까.” “그는 변태 같아. 69체위를 요구하지 않나, 가끔은 애널 섹스를 하려고 한다니까.” “그는 애무를 안 해. 키스하고 바로 삽입이야.” 그런데 섹스를 잘하는 여자의 불평은 좀 다르다. “섹스를 못하는 남자들은 이기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야. 자기 쾌락만 생각하니까 여자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는 거지. 그러니 여자의 성감대가 어딘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어?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스스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 “남자가 너무 빨리 끝나. 여자가 빠르게, 세게 하면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빨리 달리니까, 일찍 끝나버리는 건 당연하지. 그래서 나는 그가 너무 흥분하는 것 같으면 체위를 바꾸자고 제안해. 그러면서 그를 잠깐 쉬게 하는 거지.” “그는 내가 69체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시도해. 그리고 미리 경고도 없이 애널 섹스를 하려고 한다니까. 그래서 나는 그가 69체위를 시도할 틈이 없게, 내가 먼저 리드해” 등 두 여자의 불만은 똑같지만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전혀 다르다.
섹스를 못하는 여자는 남자의 리드에 몸을 맡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섹스가 남자 위주로 이루어지니, 남자가 여자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을 때 화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의 섹스 중 행위 자체에 불만을 품지만, 여전히 아무 대처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섹스를 잘하는 여자는 남자가 잘 못해도 제대로 대처한다. 체위를 리드하고, 그에게 새로운 테크닉을 가르치며, 과감한 포즈로 그를 흥분시켜 여자에게 달려들게 만드는 것. 다만 섹스퀸이 남자에게 불만을 품는 것은 남자의 이기적인 심리다. 남자가 이기적인 섹스를 하려고 할 때, 이를 저지하고 자신의 패턴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섹스 트러블을 해소하려면, 남자와 여자 어느 한쪽은 상대와의 호흡을 맞추는 테크닉을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굳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여자보다는 남자가 테크닉을 터득하는 게 빠르다. 여자가 남자를 리드하는 것은 섹스퀸이라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하는 섹스퀸 A는 “남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섹스할 때도 적극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니까, 가르칠 때도 몰래 가르치는 노하우가 필요해. 하루에 모든 걸 가르칠 수는 없어.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처럼 그를 유도해야지. 그리고 남자가 그것을 시도했을 때에는 교성과 몸틀기로 그를 칭찬해야 해. 물론 ‘너무 좋았어’라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하고”라고 말했으니까. 그런데 섹스를 못하는 여자가, 자신의 성감대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남자를 유도하기는 어려운 일. 불감증을 호소하는 여자가 자신의 몸을 활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쾌감을 극대화시키는 섹스 테크닉은 일정 체위가 아니라 두 사람의 조화다. 여자의 다리를 벌리고, 조이고, 남자의 어깨 위로 올리고, 페니스와 버자이너의 삽입 각도와 정도, 속도를 조절하면서 두 사람의 호흡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이 조절에 성공했을 때 다양한 동작 변형 체위로 쾌감도를 높이면 오르가슴에 이르는 길을 찾게 되는 것. 섹스 트러블, 그녀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라. 당신이 스스로 움직이면, 그녀는 만족에 이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당신이 변신하다보면, 그녀도 서서히 새로운 체위와 테크닉을 시도하는 섹스퀸으로 변신할 테니 말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