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최 경위, 유서 14장 남기고 스스로 목숨 끊어
정윤회 의혹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던 최경락 경위가 13일 자신의 고향 집인 이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해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지난 11일 밤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의 고강도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는 정윤회씨 / 최준필기자>
[일요신문] 비선 실세 논란과 함께 불거진 정윤회 의혹 관련 청와대 문서 유출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았던 최경락(45) 경위가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청와대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최 경위는 검찰의 강제수사 등으로 인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다는 주변 지인들의 주장대로 14장의 유서만을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
경찰은 13일 오후 2시30분경 경기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 도로변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최 경위(서울경찰청 정보1분실)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해 조사에 들어갔으며, 시신은 이천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 10시 넘어서 이천경찰서 이동호 수사과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번개탄을 피웠던 화덕과 숨진 최 경위의 손목 자해 흔적(카터 칼로 그은 한 줄 상처와 혈흔), 무릎 위에 놓여 있던 유서로 보이는 A4용지 크기 노트(14장 분량) 등을 검토한 결과 외부 흔적이 없어 최 경위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경락 경위의 자살사고와 관련돼 기자브리핑하는 이동호 이천경찰서 수사과장.<사진=유인선기자>
자살한 최 경위는 지난 2월 청와대 파견근무가 해제된 박관천(48·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정이 서울청 정보분실에 임시로 보관하던 감찰·동향 보고 등 청와대 문건을 무단 복사·유출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최경락 경위이다.
검찰은 지난 3일 최 경위의 자택과 서울청 정보분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임의동행해 조사한 후 9일 체포,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현재까지의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12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최경락 경위는 유족 등 주변 지인들에게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돼 “자신은 유출과는 무관하며, 단지 세계일보 등의 기사와 관련한 언론동향 보고만 올렸는데, 검찰에서 자신을 문건 유출 혐의자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 경위는 “청와대 문건을 복사해 유포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검찰조사 이후에는 “누군가 계속 뒤따라오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등 평소와 다르게 예민한 상태였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최 경위는 자살을 결심하기 전날 밤 친형에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생각해보라”고 하는 등 억울한 입장을 재차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윤회 문건 파동이 내용보다는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로 옮겨지는 분위기에서, 유출자로 지목됐던 최 경위의 자살로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은 최 경위가 숨졌다는 소식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검찰은 청와대 문서 유출과 관련된 사건을 철저하면서도 신속히 수사해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최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된 데 대해 유감스럽다”며, “최 경위 사고에 대한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힌 뒤 “새정치연합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내기 위해 국민과 언론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최 경위의 동료인 한모(44) 경위가 박 경정이 보관하던 청와대 문건을 복사해 최 경위에게 건넸고, 최 경위가 이를 언론사 기자나 대기업의 대관(對官)업무 담당 직원 등에게 유출했다는 한 경위 진술을 가지고 최 경위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의 강도를 높였지만, 문건 유출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나 복사 기록, 유출 대상자와의 통화 내역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최 경위의 자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검찰에서 새벽 4시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최 경위에 대해 검찰은 “강압적인 수사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최 경위의 자살을 유감스럽다고 밝혔지만 사건의 실제 핵심 인물이자 여러 정황이 제기된 정윤회씨는 새벽 2시 전에 수사가 종료되는 등 수사차별 등 수사의혹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유인선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