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안구 자체의 질환이 아니라, 눈과 뇌를 연결해 주는 시신경이 계속적으로 죽게 되는 질환이다. 눈으로 본 영상은 시신경을 통해 머리 뒤쪽에 있는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으로 전달돼 인식하게 된다. 눈과 뇌는 이상이 없지만 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끊어지면 우리의 머리는 영상을 못 느끼게 되고,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녹내장은 급성 녹내장이 아닌 경우 증상을 사실상 느끼지 못 한다. 그래서 말기 녹내장이 되어서야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흔하다. 녹내장이 급성으로 오면 금방 이상을 느낄 수 있지만, 만성적으로 천천히 오면 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는 대뇌가 우리 몸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능력이 있어서다. 대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마치 보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능력이 있다.
아래의 그림은 실제 녹내장 환자가 느끼는 시야에 대한 사진이다.
![](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14/1215/1418652617115543.jpg)
가장 왼쪽이 정상 시야, 가운데가 어느 정도 진행된 중기 녹내장이다. 중심은 선명하게 잘 보이는데 아이 2명과 주차된 빨간 차가 보이지 않는다. 녹내장이 더 진행되면 오른쪽 사진처럼 중심부를 제외하고 흐릿하게 보인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시야가 좁아졌다는 이상을 느끼지 못 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녹내장 환자들은 운전이나 보행 중 갑자기 차나 사람들이 안보이던 곳에서 튀어나온다고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녹내장 때문에 중심을 벗어난 물체를 잘 인식 못하기 때문이다.
녹내장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오해 중에 대표적으로 ‘녹내장은 치료가 되지 않는다’가 있다. 이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녹내장을 진단 받고도 치료를 받지 않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어차피 치료가 되지 않는데, 왜 ‘병원 가는 수고’를 하고 ‘돈을 낭비하느냐’고 실의에 차 되묻는다.
물론 녹내장은 한번의 치료로 완치가 되거나, 이미 죽어버린 시신경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병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병으로 인한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현재는 치료 방법이 발달해 과거와 달리 실명으로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녹내장은 초기에 이상 증상을 느끼기 쉬운 질환이 아니고, 시신경이 죽으면 되살릴 수도 없기 때문에 증상을 느끼기 전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 안과 의사회나, 한국 녹내장 학회에서 권유하듯 40세 이후에는 1년마다 한 번씩 녹내장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 장애 없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하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