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하나, 동생 하나’ 나눠 먹기 딱!
조양래 회장 장남 조현식 사장과 차남 조현범 사장.
그런데 한라비스테온공조가 그룹에 편입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의 연매출은 약 5조 원으로 한국타이어(약 8조 원)에 버금간다. 한앤컴퍼니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한국타이어에 견줄 만한 사업부문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일 사업을 영위하는 재벌가는 아들이 여럿일 경우 후계구도를 위해 새로운 주력사업을 마련하려 애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성장동력이라는 명분도 있고, 경영권 분쟁을 방지하는 실리도 있는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새로운 주력사업을 마련한다고 해도 그룹이 곧 쪼개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형제간에 확실하게 제 몫만 나눌 수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한 울타리를 유지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과 SK가스 등은 사실상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는 별도로 경영된다. 그럼에도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SK의 울타리를 고수하고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삼성에서 갈라진 CJ, 신세계, 한솔 등의 경우나, LG에서 분리된 GS, LS 등을 보면 모기업 울타리 아래에 있을 때보다 대외신인도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다”며 “우량기업인 경우 언젠가 분리는 되더라도 최대한 그 시점을 늦추는 게 유리한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대주주가 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인연’이 있는 자동차 부품사도 다시 늘어나게 됐다. 이른바 자동차 부품업계의 ‘MB벨트’다. 자동차 시트제조업체인 다스(DAS)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씨 소유다. 지난해 매출액 1조 원을 넘기고 연간 세전이익 641억 원을 기록할 정도의 우량기업이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5대 타이어 업체이며, 한라비스테온공조는 글로벌 2위 자동차공조업체다.
다만 이들 자동차 부품사의 핵심 고객인 현대차그룹은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 인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납품 받는 물량이 워낙 많아 짧은 기간에 다른 납품처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만약 한라비스테온공조가 현대차그룹이 만족할 만한 납품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한국타이어와의 관계도 냉각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초등학교 1년 후배로, 두 사람은 절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M&A와 관련해서는 정 부회장이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