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편과 안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
‘목적지 공개’란 대리운전 정보업체에서 대리기사들에게 출발지·도착지 등을 공개하고, 선별적으로 대리운전 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을 말한다.
30일 대리운전업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목적지 공개’ 조치 후 시민들이 대리운전 이용을 위해 전화로 요청을 해도 기사가 잘 오지 않아 이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또 선호지역에만 기사들이 몰려 시민 서비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체 대리기사들의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부산 다대동 A아파트에 사는 최모씨(50세)는 “요즘 대리운전 이용이 너무 어렵다. 심지어 피크타임(10시-새벽 1시)에는 웃돈을 줘야만 된다. 갑자기 왜 이렇게 대리운전 부르기가 어려워졌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모 대리운전업체 기사 김모씨(46세)는 “기사 입장에서 보면 가기 싫어하는 곳은 분명 있다. 나오기 힘든 지역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목적지를 보고 골라서 받는 선택적 수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들어 기사들의 숫자는 많아지고, 콜을 받는 것도 쉽지가 않다. 수입도 예전만 못하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목적지 공개가 대리운전업체의 자율이 아닌 강제사항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목적지 공개를 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 시정 명령 또는 법적인 조치를 한 사례도 있어 대리운전업체에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목적지 공개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 대리운전업체에 대해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목적지 미제공’이 ‘불공정행위’라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운전업체가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은 콜 정보를 기사에게 제공한 뒤 목적지를 확인한 기사가 마음대로 배차를 취소하면 불이익을 주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1항(거래상지위남용행위)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 관계자는 “이와 같은 결정은 대리운전 서비스를 정보제공업체와 대리운전 기사간의 문제로만 보고 서비스 이용자인 시민은 간과한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잣대로 본다면 택시기사들이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목적지에 따라 승차거부를 해도 된다고 해석해도 가능한 것이므로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목적지 공개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래저래 고충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피지역 고객들로부터 ‘대리운전해서 돈을 벌어 배가 불러서 서비스가 나빠졌다. 이제는 안 부른다’는 등의 오해와 원성에 시달리고 있고, 배차시간 지연으로 취소율 증가, 고객 이탈, 회사 이미지 추락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분야 한 전문가는 “대리운전 이용자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만 하루 7~8만 명에 이르고 이미 우리사회의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은 현실을 감안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운전을 대리운전 정보업체와 대리기사간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 결과가 초래하는 시민의 불편과 안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