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당의 폭거” … 견제와 감시 균형추 무너져 지방의회 무용론 대두
이 와중에 최근 오산시의회에서도 201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회에서나 봄직한 고성과 폭력, 예산 수정안 기습 발의에 이은 투표를 강행, 다수당 의원들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세를 업은 날치기 통과라는 것이 다수 시민들의 중론이다.
문제의 발단은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당초 예결위에서 최종 심의하고 계수조정까지 마친 삭감 예산을 본회의 전날 수정발의한 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거센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이에 공분을 느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 대해 항의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지혜 의원(여, 31)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희 의원(여, 51)으로부터 떠밀려 넘어져 전치 2주에 이르는 부상마저 입게 된 것이다. 개원 20여년을 맞이한 오산시의회 역사상 최악의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두고 “다수당의 세 과시와 함께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국회의원의 배후 개입설마저 파다해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상당기간 증폭될 전망이다”라고 전망했다. (편집자 주)
오산시의회는 지난 12월 1일부터 17일까지 제208회(제2차) 정례회를 개최하고 2014년도 제3차 추경 예산안을 포함해 2015년도 일반 및 특별회계 예산안 심의를 위한 예결특위를 구성하고 심의했다. 총 17일간의 회기동안 특위를 구성하고 집행부의 각 부서별로 질의답변에 이은 계수조정까지 모두 끝내고 총 9억5천9백9십5만1천원을 여야가 삭감하기로 최종 합의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장인수 의원(새정치)이 전국토론대회와 서울 도심 전광판 등의 예산 등을 부활시켜야 한다며 이를 끝까지 고집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장 의원은 실제 회의서류를 찢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의 돌출 행동을 보였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주장했다. 결국 장 의원은 삭감예산 대다수를 부활시키는 수정예산안건을 발의해 결국 본회의장에서 문영근 의장을 포함한 다수 의석을 보유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뜻대로 결국 이를 관철시켜 삭감 예산 중 대다수인 8억3천5백8십9만4천원을 다시 부활시켜 통과시켰다.
날치기 통과 예산, 과연 합당했나?
그런데 문제는 수정발의로 통과된 예산안건의 적정성 여부이다. 새누리당이 제공한 당초 삭감예산 내역을 확인한 결과 먼저 의회사무과의 의정홍보자료 정리 인건비는 필요성의 여부가 논의돼 결국 삭감하는 것으로 전 의원이 동의했다. 공보관실의 서울 도심 전광판 광고, 서울 도심 지하철의 오산시 이미지 홍보광고비는 언론사를 통해 업체로 가는 한 다리 건너 예산으로서 최종적으로 전광판을 소유한 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지출되지 않는 퍼주기식 예산 및 특정언론에 대한 한정된 예산이므로 장인수 의원을 제외한 의원 전원이 삭감하는 것으로 동의했다.
특히 당사자인 장 의원은 지난 10월 행정사무감사 당시 이를 포함한 언론홍보비 지출과 관련해 다수의 문제점에 대해 강하게 지적을 한 바 있어 본인의 언행을 뒤집는 이번 수정발의 역시 본인이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광고비는 전액 통과시켜야 한다는 논리 또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즉, 장 의원은 수정예산 부의안건 발의의 제안 이유를 통해 “이번 수정예산은 예결특위에서 의결은 됐으나 시민들의 의사와 뜻을 충분히 반영하는 데 미흡하다고 판단되었기에 본 수정안을 제출하게 됐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입장을 듣고자 기자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장 의원은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외에도 푸르미 시정참여단, 지역사회 리더 양성학교 운영, 성년의 날 축하카드 발송사업, 혁신교육 홍보물 제작, 전국토론대회 개최, 평생교육프로그램 지원사업, 평생학습동아리 지원사업, 평생학습동아리 워크숍 등은 유관 부서와의 사업의 중복과 타당성 결여 관계로 삭감됐다. 특히 평생교육과의 전국토론대회 개최 사업은 성과물에 대한 평가가 없으므로, 재고의 필요성이 지적돼 기존 관내 토론대회를 관심 갖고 지켜보며 필요성이 판단되면, 추경이나 내년도 예산안에서 통과시켜주기로 모두 협의된 것이다.
예결특위에서 문제가 된 사업은 문화체육과 주관의 오산문화재단 운영 출연금이다. 국제화 여비는 과반수 의원이 반대했으며, 독산성 문화제의 경우 지난 행정사무감사 당시에도 지역업체 보호 및 지역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전무함에 따른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져 나온 바 있어 예년 수준으로 동결됐다.
이 외에도 생태하천과에서는 오산천의 법면 정비사업이 초화류 식재사업으로 잘못 올라와 세목이 불일치돼 지속적인 수질개선사업으로 유도하고 낭비성 예산에 대한 예산집행을 지양하도록 예결특위에서 최종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예산은 통과됐다.
절차상 하자 논란!
김지혜 의원 진단서
일반적으로 내년도 예산 제출마감 시기인 10월 말일까지 제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12월에 제출됐고, 더구나 축제 세부계획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후 수정 제출된 계획서에는 장인수 의원의 공약사항인 치맥페스티벌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장 의원은 이래저래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다음은 장 의원이 본회의에 수정발의한 예산안건에 대한 본회의 시 절차상 하자와 흠결의 논란이다. 당초 예결특위에서 합의된 바 있는 삭감예산이 논란 끝에 수정발의 되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고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도 중심을 잡아줘야 할 책임 있는 시의회 의장으로서 책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규정상 본회의에서 의원 동의 하에 다른 위원회로 하여금 회부하여 재심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산시의회 회의 규칙 제20조제1항 단서 조항을 보면, “의장은 의안이 발의 또는 제출된 때에는 이를 전자문서 또는 인쇄하여 의원에게 배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한 후 본회의에서 심사․의결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의원의 동의가 있거나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안건에 대하여는 본회의의 의결로 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여 심사토록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제20조제3항 단서 조항에서는 “다만, 의장은 꼭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를 다른 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으며, 또한 제5항은 본회의는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받은 후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결로 다시 그 안건을 같은 위원회에 재회부하거나 다른 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규칙에서는 제안설명에 따른 질의·토론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두가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회의 진행으로 말미암아 이마저도 소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고 모두 묵살하는 행태를 자아냈다. 같은 규칙 제25조제1항에서는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제안자의 취지 설명을 듣고 질의․토론을 거쳐 표결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시의장의 독단적이자 일방적인 회의 진행과 재량 남용으로 말미암아 오산시의회 회의 규칙상 최소한의 의사진행 발언과 질의·토론이라는 민주적 절차가 모두 무시된 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과 같은 당 시의회 의장의 교감 속에 문제의 낭비성 예산과 특히 절차상 하자가 있는 예산마저도 모두 통과시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동료 여성의원 간 고압적 언사와 폭력 난무!
지난 12월 19일 장인수 의원이 수정발의한 예산을 본회의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투표로 통과시키려 하던 차에 새누리당 김지혜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희 의원으로부터 폭행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문 의장의 일방적인 회의 진행으로 투표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는 긴박한 상황에서 김지혜 의원은 옆자리에 있던 김영희 의원에게 문제의 예산에 대해 “날치기 통과 시도는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시민공청회를 열어 시민의견을 수렴해야 하지 않는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영희 의원은 “시끄러. 비켜”라며 고성을 지르면서 급기야는 팔로 김지혜 의원을 심하게 밀어 버렸고 이로 인해 김지혜 의원은 회의장 칸막이에 부딪혀서 팔에 멍이 드는 등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현재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수정예산 통과는 다수당의 폭거이자 민주주의의 파괴!
이번 날치기 예산 통과와 관련해 새누리당 오산시의회 이상수 부의장과 김명철, 김지혜 의원은 지난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산시의회 역사상 초유이자 최악의 사태를 초래시킨 이번 폭거는 시민에 대한 농단이자 농간행위”라고 규정하고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 대해 시민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오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예결특위에서는 타당성이 결여된 예산, 절차상의 하자가 있는 예산 일체를 여야 합의 하에 모두 삭감하기로 최종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몰이식 날치기로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결국 정치적인 의도로서 자기네 얼굴에 침 뱉기 아니냐.”라고 성토하고 특히 누구보다도 중립적이어야 할 예결특위위원장마저 이를 찬성해 통과시켜준 것에 대해 분개했다.
특히 “문영근 의장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을 방해하면서 급기야는 질의하는 의원들에게 퇴장 조치만을 되풀이하고, 새누리당 김명철 의원의 보고 내용조차도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희 의원을 대신시키는 등 의장으로서 품위와 객관성, 형평성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의사진행으로 일관해 그 책무를 방기한 사실에 대해 시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영희 의원이 신성한 본회의장 안에서 새누리당 소속 김지혜 의원에게 반말과 고성에 이어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김 의원의 공개사과 요구와 함께 날치기 통과 예산에 대해 시민 의견수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므로 공청회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를 지향하면서, 여야 합의 정신을 일순간에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대의민주주의를 농락하고 파괴한 자들을 꼭 심판할 것이며, 새누리당은 오산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오산시의회의 기상을 바로 세워 참된 민주주의의 가치 지향에 기여할 것”을 다짐했다.
김원태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