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주저앉아도 이상할 것 없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서울시내 여러 곳에 동공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추가로 나와 서울시민들을 ‘지반 침하’의 공포로 내몰고 있다. 서울시가 동공에 대한 의혹이 계속 커지자 이번에는 일본 업체에 조사를 의뢰해 객관성 확보에 나섰다. 조사는 서울시의 의뢰로 동공탐사 전문업체인 일본의 지오서치(Geosearch)사가 주도했다. 일본의 동공 탐사 사례를 기준으로 동공이 많을 것 같은 곳 네 곳을 선정해 우선적으로 탐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11월 30일부터 5일간 종로, 여의도, 교대, 송파 등 시내 4개 지역 총 연장 61㎞를 탐사한 결과 41개의 동공이 발견됐다. 1.5㎞마다 하나꼴이다. 하지만 대형 동공이 발견됐던 석촌지하차도 구간에서는 탐지되지 않았다. 서울 시내 도로 총 연장(8142㎞, 2010년 기준)의 0.7%만 탐지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보다 훨씬 많은 동공이 서울 땅 밑에 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과가 충격적인 이유는 위험도 A로 평가된 곳이 탐사 동공의 절반에 달하는 18개소라는 점이다. 지오서치사는 지상과 동공 사이의 두께에 따라 위험도 A, B, C 등급으로 나눴다. A급은 동공을 지지하고 있는 상부층의 두께가 30㎝ 이내인 동공이다. B급은 상부지지층이 30~50㎝, C급은 50㎝ 이상인 동공이다. 탐사 결과 위험도 B급은 11개소, C급은 12개소였다.
위험도 A급 동공은 종로 3가역 주변에서 9곳, 여의도역 인근에서 1곳, 삼성 강남 역삼역 인근 8곳에 분포돼 있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특히 종로 3가역 일대에서 발견된 A급 동공의 경우 돈화문로(안국역에서 종로3가역 가는 길)에서만 8개가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왼쪽부터 교대-강남역 주변, 여의도역 주변, 종로3가역 주변 지도로 빨간 원은 A급, 노란 원은 B급, 녹색 원은 C급 위험도의 동공들이다. 자료제공=서울시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공 크기가 얼마나 크냐가 관건이다. 크기가 작다면 하중을 적게 받아 상부지지층이 얇아도 당장 문제는 없지만, 일정 크기 이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위험도 A급 동공의 정확한 크기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택근 도로관리과장은 “평균 가로세로 50㎝ 크기 정도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크기는 파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놀라울 것도 없다는 의견이었다. 지난 8월 석촌동 동공 발생 당시 만났던 한 전문가는 기자에게 “지하철이 연결된 모든 곳에 동공이 다 있을 것이다. 지하 공간에서 빠져나온 지하수가 만든 빈틈이 동공 발생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종로 일대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수곤 교수 역시 당시 “서울에 이런 동공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동공을 “땅 속의 세월호와 같다”라고 강조한다. 정확한 데이터도, 동공 발생의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껏 동공 관련 조사 결과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4개 지역만 탐사했을 때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떻겠느냐. 땅 밑은 벌집 같을 거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싱크홀 대책마련 시위 모습.
가장 오래된 1호선은 최초 개통된 지 40년이 넘었다. 그간 지하철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은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그 위 땅속 공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이번에 발견된 A급 동공의 경우 개통한 지 오래되거나 최근 지하철 보수공사를 한 곳에 집중됐다. 지난 12월 초에 발견한 여의도와 교대역 인근 동공 두 개의 역시 노후 지하철 구간이었다. 오래전 지하철 공사로 인한 굴착 후 진동 등으로 땅이 다시 다져지면서 공간이 생겨 발생한 동공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시내 동공발생에 대해 선진국에 비해 대처가 늦은 만큼 적극적으로 탐사 및 원인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 차원이 아니라 정부기관 내에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노후 하수관거와 지하철 구간에 대한 지속적 보수, 지하수 수위 관찰, 동공 레이더 탐지를 하루빨리 복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이수곤 교수는 “땜질 처방은 그만두고 더 적극적으로 동공의 상황을 바로 알고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반침하에 대한 조사 때마다 계속 동공이 발견되고 있다. 동공의 함몰 여부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재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땅밑에서 ‘세월호의 괴물’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고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