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함께 살던 친구 A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허 아무개 씨(25)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탈북자인 허 씨와 A 씨는 2008년과 2007년 각각 한국에 들어와 한 탈북자 대안학교에서 만나 같은 기숙사 방을 쓰며 친구가 됐다. 이후 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 8월부터 같은 집에서 살며 ‘로또 예측번호 인터넷사이트’ 사업을 함께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12일 허 씨는 A 씨와 그의 여자친구, 여자친구가 데려온 다른 여성과 어울리게 됐다. A 씨는 허 씨에게 “쟤에게 관심 있느냐, 너와 엮어주겠다”는 얘기를 했다.
다음날 새벽까지 네 명이 함께 집에 있던 중 A 씨의 여자친구가 잠시 집을 비워 세 명만 남게 됐다. 그러다 허 씨는 다른 방에 있던 두 사람이 성관계를 했음을 눈치 챘고 A 씨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
허 씨는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혼자 머물던 방에 돌아와 두 시간 동안 망설이다 과거 수차례에 걸쳐 A 씨에게 사귀려던 여자를 가로채인 일을 떠올렸다. 또 함께 사업을 시작할 때 A 씨가 투자금 600만 원을 내놓지 않으려 해 다퉜던 일도 떠올랐다.
허 씨는 마음을 굳힌 뒤 자고 있던 A 씨를 1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무거운 범죄이고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의 옷을 뒤져 지갑을 훔쳤을 뿐 아니라 중국으로 도망할 목적으로 항공편 및 비자를 준비하는 등 이후 정황도 매우 나쁘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