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은 이번 대회의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일본과 이란을 승부차기에서 격퇴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양팀의 승부차기에서 주목할 점은 아랫부분을 깎아서 차며 공을 느린 속도로 띄워서 골을 성공시키는 일명 ‘파넨카킥’을 성공 시킨 팀이 모두 승리했다는 것이다. 파넨카킥은 체코의 미드필더 안토닌 파넨카가 유로 1976 결승전에서 선보여 붙여진 명칭이다. 파넨카가 이러한 형태의 킥을 성공시켜 체코가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이 대회는 아직까지 독일 국가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대회 승부차기 패배로 남아있다.
UAE와 일본의 경기에서는 일본이 전반 초반 상대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며 골을 노렸지만 가까스로 동점골만을 성공시켰고 승부차기가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는 일본 ‘부동의 에이스’인 혼다 케이스케가 나섰다. 조별리그에서 2개의 패널티킥을 성공시켰던 혼다였기에 무난한 성공이 예상됐다. 하지만 혼다는 자신의 장점인 왼발 킥을 날렸지만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가 일본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UAE의 주축이자 대회 최고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꼽히는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1번 키커로 나서, 혼다의 실축 직후 대담한 파넨카 킥을 시도한 것이다. 왼쪽으로 몸을 날린 일본의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는 천천히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볼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6번 키커로 나선 카카와 신지가 골대를 맞추며 UAE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또한 이라크는 이란과의 ‘중동 라이벌전’에서 난타전 끝에 연장전까지 경기를 진행했지만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각팀의 1번 키커가 실축으로 승부차기를 시작한 가운데 이라크의 5번 키커로 나선 유니스 마흐무드는 실패시 팀이 패배하는 상황에서도 파넨카킥을 시도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기세가 오른 이라크는 여덟번째 키커까지 나서는 접전 속에서 최종적으로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며 이란을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이로써 아시안컵 준결승에는 당초 해외 도박사들로부터 우승이 유력시되던 빅4인 일본, 호주, 이란, 대한민국 중 2팀만이 남게 됐다.
한편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6일 4강 결전지인 시드니에서 이라크와 결승 진출권을 놓고 격돌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