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연 인천교육감은 지난 23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천시교육청의 정책 하나 하나에 시민과 언론의 관심이 많았던 6개월이었다”며 “많은 격려와 비판이 교차한다는 것은 교육청이 고여 있지 않고 움직이며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급격한 변화가 있어서 힘들다는 분들도 있고 생각보다 변화가 더뎌서 아쉽다는 분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밝혔다.
중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이 교육감은 “중학교 의무급식 확대를 포기 하지는 않겠다. 교육복지는 정부가 돈이 남아돌 때 국민에게 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다”며 “교육복지는 국민의 권리이자 공공기관의 의무다. 중학교 의무급식은 교육감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인천시정부, 인천시의회와 더 소통하고 협력해서 연차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혁신학교 추진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책임지는 교육,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는 생활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교육감- 교육장 –학교장으로 수직화하지 말고 학생과 교사에게 수평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청연 인천교육감.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무엇인가?
첫째, 인권, 자율, 책임을 원칙으로 학생들의 일상을 점차 개선해 갈 것이다. 지난해 12월 우리 교육청은 희망등교시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종합해 오전 8시40분~9시 사이에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각 학교에서 두발규제를 의제로 삼아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해 학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을 풀어주려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배움의 과정이다. 인권, 자율, 책임을 배우는 과정 없이 민주시민이 될 수 없다. 등교시간 조정, 두발규제 완화, 방과후 학습선택권 존중 등 생활규정 민주화 자율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둘째, 시교육청부터 학교까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겠다. 공문은 작년대비 20% 줄이고 연차적으로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청과 학교 업무가 행정과 관리중심에서 수업중심, 교육과정 중심, 수평적 협의중심이 되도록 일하는 방식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
셋째, 우리 교실의 풍경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은 창의성과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청은 교사 중심의 일제식 강의 수업에서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 학생이 탐구하고 협력하는 수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런 수업을 창조하는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교육청의 과제다. 그래서 과도한 실적 쌓기를 유발한 학교평가도 자체자율평가로 바꿀 것이다. 학교를 줄 세우면 학교의 민주성, 자율성은 살아나기 어렵다.
또한 학생 평가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학교의 일제식 평가가 여전히 수동적인 강의수업, 암기수업에 적합한 체제로 굳어져 있어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시도하는데 걸림돌이었다. 따라서 작년에 초등만이라도 일제식 지필평가(중간. 기말)를 폐지한 것이다. 2015년에는 초등에서 일제식 평가를 대체할 수업과정 속의 상시평가, 논술, 서술, 수행평가 중심으로 서서히 이동하겠다. 이것은 교육부의 방향이기도 하다.
-왜 혁신학교인가? 그리고 현재 추진 과정은?
혁신은 새롭게 바꾼다는 뜻이다. 무엇을 바꿀까? 이제껏 수많은 이들이 우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것을 바꾸는 것이다. ‘다음 중 정답을 고르시오’하는 시험 훈련 그만 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다함께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시오’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교과서와 좁은 교실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놀이 속에서 몸으로 느끼는 배움을 일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철저하게 통제하는 생활지도가 효과적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이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책임지는 교육,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는 생활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교육감- 교육장 –학교장으로 수직화하지 말고 학생과 교사에게 수평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주자는 것이다.
올해 시작하는 10개교의 혁신학교는 한마디로 위의 과제들을 실현하는 역할 모델을 할 것이다. 교사들을 비롯해 학교구성원들이 지금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1월 28일부터 30일까지 혁신학교 준비교사들이 다 모여서 워크숍도 한다.
공교육 혁신이 학교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다시 지역사회가 학교에 참여하는 선순환의 교육공동체를 위해 `교육혁신지구` 사업도 올해부터 추진한다. 1월 15일 남구청과 `교육혁신지구 업무협약`을 추진했다.
시교육청은 학교 교육을 지역사회 인프라와 연계시킬 사업을 구상하고 남구청과 함께 운영해 간다는 방침이다. 행정적 지원도 뒤따른다. 남부교육지원청에 관련 전담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지구 내 학교에 계약직 사서 및 전문상담사를 우선 배치할 예정이다.
남구청은 재정적 지원을 비롯해 인적․물적 자원을 발굴해 학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남구청은 이를 위해 올해 17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남구 교육혁신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해 학부모교육봉사단, 꿈찾기 프로그램 등 평생교육 및 진로교육 추진한다고 한다. 교육감으로서 감사한 일이다.
-중학교 무상급식은 결국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해결방안은 있는지?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라는 표현하고 싶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무상교육이라고 하지 않고 의무교육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학교 의무급식은 전국에서 대전과 인천만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올해 중학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일부지역부터 시행해서 연차적으로 중학교 3학년까지 인천 전 지역에서 실시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천시정부가 재정난 때문에 난색으로 표했다. 일부 군구에서 시작하려고 했지만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사실상 추경예산에서 반영되지 않으면 올해는 중학교 의무급식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 군구에서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도 있다. 그런데 전국적인 형평성은 왜 문제 삼지 않는가?
중학교 의무급식 확대를 포기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복지는 정부가 돈이 남아돌 때 국민에게 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교육복지는 국민의 권리이자 공공기관의 의무다. 중학교 의무급식은 교육감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인천시정부, 인천시의회와 더 소통하고 협력해서 연차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왜 중학교 무상급식이 필요한지 인천 지역사회와 교육계가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으면 한다.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인천교육의 방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천교육=전국 하위권`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변화가 있었나?
수능은 하위권이지만 수시 합격은 전국 시도 중에서 3,4위권이다. 수시합격생을 위한 맞춤형 진학 진로 지도에 집중한 결과다. 우리 인천의 고등학교와 선생님들이 결코 뒤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뒤처지는 학생들이 아니다. 최상위권 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경향이 오히려 입시위주 교육과 학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악순환이다.
순위를 말하기 앞서 학력의 개념부터 다시 정립되길 희망한다. 이미 90년대부터 OECD는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으로 학력의 개념을 바꿨다. 다시 말해 시험성적으로 대표되는 학력에서 새로운 학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청은 미래학력으로 창의공감 교육을 제시했다.
다르게 말하면 ‘남다르게 그러나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제 지식정보사회는 많은 지식을 정확히 이해하기보다 지식의 선택적 활용과 구성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학생들도 변화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고 암기하며 훈육 받는 공부로부터 도주하고 있다. 잠자기와 무기력 상태가 그것이다. 그 대안으로 학생들이 직접 활동하고 서로 협력, 공감하면서 배움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가자는 수업방법들이 새로운 무기력을 깨우고 있다. 이 흐름들은 하나같이 창의적 사고력과 공감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3월 신학기부터 자율적 등교가 시행하는데 도입 배경은?
학교에 머물러 있는 시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교육적 지혜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말하는 하루 중에 가장 힘든 시간이 언제일까? 잠이 덜 깬 아침시간과 1교시다. 몸이 힘드니 엎드려 있게 된다. 학생들이 힘겨워하니 수업을 이끄는 선생님도 힘들다고 한다.
우리 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초·중·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 행정직원이 참여하는 `희망 등교시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7시 20분부터 9시 이후를 10분 단위로 선택하게 한 결과, 설문에 응한 5만여 명 중에서 ‘9시’가 30%로 가장 많았고, ‘8시 40분부터 9시 이후’를 선택한 경우를 합하면 67% 이상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우리교육청은 등교시간을 오전 8시 40분에서 9시, 1교시 시작은 8시 50분에서 9시 10분 사이에 각 학교가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청소년은 저녁형이며 아침잠이 많다. 또한 연구 결과, 충분한 수면은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과 학교폭력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인천에서 등교시간을 먼저 조정한 여러 학교에서 수업 집중력과 학업성취가 높아졌다는 사례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교육감 취임 후 그동안의 성과를 자평(自評)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인천시교육청의 정책 하나 하나에 시민과 언론의 관심이 많았던 6개월이었다. 많은 격려와 비판이 교차한다는 것은 교육청이 고여 있지 않고 움직이며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급격한 변화가 있어서 힘들다는 분들도 있고 생각보다 변화가 더뎌서 아쉽다는 분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질문이 있는 교실, 존중과 협력 속의 배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선생님,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인천교육의 방향이다. 교육청은 이 방향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꾸준히 할 것이다.
-인천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프리카 속담을 조금 바꾸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모든 인천 시민이 필요하다` 고 당부하고 싶다. 교육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그 주인공 곁에 선생님, 부모님, 시민들이 배경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의 기준은 아이들의 행복이다. 올해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조금이라도 아이들의 무거운 어깨에 짐을 덜어주고, 가슴을 활짝 펴게 해주고 싶다. 그 가슴에 꿈을 담아주는 한 해가 되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인천 시민 모두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바란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