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짜릿’했던 그들만의 침실
이들을 변태 성행위의 향연으로 이끈 장본인은 지난 12일 경찰에 붙잡힌 최용석씨(가명·35·무직). 그는 부부와 내연 남녀 등 8쌍의 커플과 트리플섹스를 즐기고 그 대가로 80만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불과 10여 개월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성인이었던 이들이 금지된 성놀음에 빠지게 된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8월께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스와핑(부부교환섹스)사이트에 접속하게 된 최용석씨. 아직 미혼이었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이내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을 한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최씨는 며칠 동안 밤낮으로 사이트를 둘러보며 탐색전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말로만 듣던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1:2 2시간에 30만원’ ‘두 명하고 20만’. 최씨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구는 끝도 없었다. 심지어 ‘4명이 함께 하자’며 과감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이들도 있었다.
얼마 후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리기로 결심한 최씨는 심혈을 기울여 다음과 같은 글을 준비했다. ‘저는 32세 아직 미혼인 남성입니다. 저는 3s(트리플섹스) 경험이 많아요. 부부 간에 색다른 경험이 될 겁니다. 제 외모는 준수하며 매너도 좋은 편입니다. 생각이 있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011-3XX-32XX.’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최씨의 휴대폰으로 은밀한 초대에 응하는 이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 것. 그리고 이 세계에 발을 디딘 8쌍의 커플은 보통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변태적인 성행위에 탐닉하게 된다.
장면1. 지난해 12월 어느 날 밤 벤처회사 대표 전재홍씨(가명?37) 부부의 집.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전씨가 옷을 차려 입고 문밖으로 나선다. 스와핑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연락이 닿은 최용석씨를 마중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잠시 후 자신에게 다가오는 최씨를 알아본 전씨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날은 전씨 부부와 최씨가 ‘특별한 관계’를 맺기로 약속한 바로 그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전씨의 집에서는 부인 주미란씨(가명·31)가 두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씨는 남편으로부터 ‘오늘 손님을 모시고 올 테니 기다려라’는 말을 전해들은 터. 남편이 말한 ‘손님’이란 바로 최씨였다.
이윽고 집에 도착한 전씨는 부인 주씨에게 최씨를 ‘안마사’라고 소개했다. 처음에 주씨는 남편이 몸이 불편해 출장안마사를 부른 줄로만 알았다.
전씨 부부가 소파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최씨가 샤워를 했다. 잠시 후 최씨가 나오자 전씨는 부인 주씨에게 소파 아래에 깔아둔 매트 위에 눕도록 했다. 낯선 남자의 시선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주씨는 “안마를 받으라”는 남편의 말에 별다른 저항 없이 몸을 눕혔다.
이윽고 주씨의 몸에 최씨의 손길이 닿았다. 안마가 진행되는 동안 최씨의 손길에는 차츰 묘한 감정이 실리기 시작했고 아내의 몸을 더듬는 최씨의 손을 전씨의 눈도 따라 훑고 있었다.
10여분쯤 흐른 뒤 최씨는 ‘아랫도리를 벗을 것’을 요구했다. “모르는 남자 앞에서 어떻게 옷을 벗느냐”며 ‘항변’하던 주씨를 남편 전씨는 “내가 있는데 뭐 어떠냐”는 말로 다독거렸다. 못이기는 척 옷을 벗은 주씨도 서서히 묘한 쾌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익숙한 남편의 눈길과 낯선 사내의 손길이 동시에 주씨를 자극하고 있었던 것. 이어 세 사람은 기이한 포즈를 만들며 뒤엉켰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고 주씨가 샤워를 하는 사이 최씨는 그곳을 떠났다. 세 사람이 거실에서 신음하던 한 시간 동안 옆방에서 잠자고 있던 아이들이 깨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장면2. 지난 4월 어느 날 밤 서울 S호텔 앞.
모 시중은행 지점장 이국환씨(가명?49)와 그의 내연녀, 그리고 최씨가 호텔 문을 밀며 들어섰다. 지점장 이씨가 최씨와 만나게 된 것도 바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평소 이씨는 1년 정도 사귀어온 내연녀 차영애씨(가명·33)와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했다. 스와핑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였으나 아내와는 엄두도 못낼 일이었기 때문.
그러던 중 이씨는 지난 4월 초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최씨의 글을 발견했다. ‘3s 경험이 많다’는 최씨의 글에 구미가 당긴 그는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이씨와 차씨, 그리고 최씨가 약속한 ‘D-DAY’가 바로 이날. 호텔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세 사람은 차와 저녁 식사를 했다. 이미 전문가가 다 된 최씨였지만 부끄럼을 느꼈던 걸까. 최씨는 “초면인데 어색함을 풀자”며 폭탄주를 마시자고 권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호텔 객실에서 맥주 한잔을 더 마신 뒤 침대 위에 올랐다.
먼저 최씨가 내연녀 차씨에게 ‘마사지’를 했고 그 모습을 이씨는 뚫어져라 지켜봤다. 그리고 최씨와 이씨가 차례로 차씨를 상대로 ‘일’을 치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씨가 의뢰자인 이씨로부터 한수 배워야 했다. 너무 일찍 일을 끝낸 최씨가 한동안 두 사람의 정사장면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던 것.
최씨는 10여 명의 의뢰자들과 어울려 트리플섹스를 즐겼는가 하면 다른 부부들에게 스와핑을 알선해 용돈을 벌기도 했다. 그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도 바로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스와핑 중개인을 추적하다 최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경찰은 형사부부를 스와핑 커플로 가장해 현장에 투입하게 된다. 서울경찰청 박아무개 경장 부부가 바로 그들.
최씨에게 스와핑 의사를 전한 지 며칠이 흐른 지난 12일 마침내 박 경장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최씨는 추적을 의식해서인지 약속장소를 서너번씩 바꾼 뒤에야 박 경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경장 부부와 최씨가 만난 곳은 서울 신사동의 한 단란주점. 잠시 후 ‘호텔정사’의 주인공 이국환씨와 내연녀 차영애씨가 들어왔다. 맥주와 과일안주를 시킨 뒤 최씨는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이라며 ‘두 부부’를 서로에게 소개했다. 또 “(상대방의 파트너가)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잠시 뒤 ‘소개비’ 10만원을 받아 먼저 자리를 뜬 최씨. 하지만 문밖에선 경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와핑에 나선 내연남녀 이씨와 차씨는 단란주점 안에서 연행됐다. ‘불 끄고 파트너를 바꾸자’는 말을 꺼내던 이씨는 형사들이 들이닥치는 순간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와 비정상적 성관계를 가졌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이들은 대부분 상류층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고. 체어맨, 에쿠스, 그랜저 등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넉넉한 형편에 거의가 대학을 졸업한 인텔리였다는 것.
매일 같은 상대와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던 성생활이 그토록 무료했던 걸까. 이들 가운데 ‘장면 1’에서 살펴봤던 전씨 부부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특이하게도 바깥 장소가 아닌 자신의 집에 두 차례나 최씨를 ‘초대’했던 것. 더구나 이들이 일을 치르는 동안 전씨의 두 아이들도 집에 함께 있었다.
남편의 허락 아래 멋모르고 ‘첫경험’을 한 전씨의 부인 주씨는 경찰서에서 “솔직히 두 번째는 즐겼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감했던 이들도 자신들이 나눈 적나라한 행위가 드러나자 수치심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트리플섹스 행각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불려온 여성들은 모두들 눈물을 펑펑 쏟으며 “호기심에 그랬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반면 남성들은 “생활의 따분함을 달래려고…”라는 다소 궁색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들 일탈 남녀 가운데 가장 곤란했을 사람은 은행지점장 이씨. 이번 일로 그간의 불륜행각까지 드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와 내연녀 차씨 커플은 성생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존중했고 최씨와의 만남 역시 차씨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한다.
한편 전씨 부부의 경우와 같이 부부의 합의 아래 스와핑이 이뤄졌을 경우 처벌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 그런 까닭에 이들 일탈 남녀들 가운데 최씨만이 윤락행위등 방지법 위반과 음행매개 혐의로 구속됐다.
[부인에게 권했던 벤처 사장 “내 앞에서만 즐겨라”]
최씨와 ‘거래’를 텄던 결코 평범하지 않은 8쌍의 커플들. 이들은 최씨와 관계를 맺은 전후로 이중적인 성의 잣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집으로 최씨를 데려갔던 전씨의 경우. 그는 혹시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최씨가 찾아올까 염려해 길을 찾기 어렵도록 일부러 빙빙 돌아갔다고 한다. 지난 2월 동남아로 해외출장을 간 동안에는 부인 주씨에게 사설경호원을 붙이기까지 했다는 것. 이 역시 아내가 최씨를 따로 만날까봐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최씨와 어울렸던 수원의 한 유흥업소 사장은 재미를 본 뒤 ‘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한다. 뒤늦게 치부를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오히려 최씨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아내 간통한 동료의 부인 요구 “네가 했으니 나도…”]
지난해 7월 이런 사건도 있었다. 도시철도 공사 소속 기관사였던 A씨는 지난 98년1월 동료기관사 B씨의 아내이자 사내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던 B씨 아내와 눈이 맞았다가 1년 만에 들통이 났다.
이에 B씨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감방에 가기 싫으면 돈 대신 부인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대응 한 것. A씨는 “2천만원을 줄 테니 봐달라”고 사정했지만 B씨는 “고소를 안 하는 대신 나도 똑같이 네 마누라와 관계를 갖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A씨의 아내는 남편의 구속을 막기 위해 ‘희생’을 했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A씨와 B씨 부인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이에 화가 난 A씨 부인과 B씨 부인이 싸우다가 ‘쌍방고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 이에 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5월 ‘품위손상’을 이유로 A씨와 B씨를 징계 해임했다.
두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 “해임은 너무 가혹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도시철도공사는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두 사람의 해임 사유가 충분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