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하나에 법조계 놀아났다
지난 17일 법조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설만 무성하던 최 아무개 판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두고 검찰이 최 판사를 극비로 소환했기 때문. 검찰은 그동안 최 판사를 두고 내사만 6개월 넘게 진행할 정도로 신중에 또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최 판사가 워낙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현직 판사라는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직 판사다보니까 대법원에서도 ‘최 판사의 말을 믿어 보자’라는 분위기가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 상태에서 검찰이 소환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혐의 입증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사는 이후 속도가 붙었다. 검찰은 소환조사 후 최 판사를 긴급체포했고 이튿날인 19일에는 금품을 전달했다는 사채왕 최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대질심문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 판사는 말을 횡설수설하거나 분을 참지 못하고 통곡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법원은 20일 “소명되는 범죄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최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마저 최 판사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최 판사는 2009년 초부터 사채왕 최 씨로부터 아파트 전세자금 명목으로 3억 원, 주식투자 명목으로 3억 원 등 총 ‘6억 원’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았다. 검찰이 이 중 확인한 것은 ‘전세자금’ 부분이다. 애초 드러난 것은 최 판사가 제3자 계좌를 통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최 판사는 이를 두고 “전세자금은 제3자에게 빌린 것으로 이후 갚았다”며 대법원에 따로 소명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의 계좌 추적 결과 최 판사의 친인척 계좌에 사채왕 최 씨가 사전에 돈을 입금한 것으로 확인했다. 즉 최 판사가 친인척을 통해 최 씨의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 현재까지 검찰이 확인한 것은 최 판사가 최 씨에게 총 5억 6000만여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중에서 최 판사는 3억 원은 돌려주고 ‘2억 6000만여 원’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 대로 일부 돈은 돌려주긴 했지만 수사 중이라 정확히 확인해 줄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최 판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점차 드러나는 상황에서 관심의 초점은 최 판사 외에도 사채왕 최 씨의 로비가 어디까지 뻗어있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최 판사 구속 이후, 검찰수사관 3~4명에 대한 조사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9일에는 최 씨로부터 수사 편의제공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검찰수사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른다. 사채왕 최 씨가 법조계와 수사 관계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일부 최 씨를 아는 이들은 최 씨의 치밀한 성격상 전방위 로비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동 사채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씨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정통 사채업자보다는 도박판에서 사채를 굴리며 유명해진 인물로 알고 있는데 그 바닥에서는 최 씨에게 잘못 걸리면 ‘거의 끝장이다’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워낙 집요하기도 하고 그만큼 뒤에서 봐주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들리는 얘기로는 뒤를 봐주는 정치권 인사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귀띔했다. 이 사건의 첫 제보자로, 최 씨의 내연녀로 알려진 한 아무개 씨는 “돈을 받은 경찰관들이 최 씨의 하수인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최 씨와 깊은 관계에 있는 한 경찰관은 명절마다 상납을 받고 안 주면 달라고 전화해서 최 씨가 ‘꼭 빚쟁이 같다’고 한 사실도 있다”며 폭로하기도 했다.
최 씨는 평소 지인에게도 “나를 봐주는 경찰, 검찰 수사관이 10여 명이 있다”라고 자랑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해 5월 최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경찰관에 대해 내부 감찰조사를 벌였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 판사와 사채왕 최 씨로부터 시작된 ‘검은 커넥션’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전방위 법조계 비리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 씨는 변호사 업계에서 ‘멋대로 하는 의뢰인’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변호사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으로 들리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무혐의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얼마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집요하게 로비를 했을지 수사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사채왕 최 씨는 누구? “도박판서 자금 늘려 거물급으로 성장” 사채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씨는 애초 도박장에서 경찰이 오는지 망을 보는 ‘문방’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 그가 2010년경부터는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명동의 최 회장’으로 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명동 사채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씨가 정통 사채업으로 컸다기보다는 도박판에서 자금과 지분을 늘려 거물급으로 성장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최 씨가 최 판사와 연결이 된 계기도 사기도박단을 운영하면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 씨의 2008년 5월부터 사기도박과 관련해 변호사법 위반, 도박개장 방조, 도박 방조,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편, 이후에는 사기도박 피해자의 옷에 마약을 고의로 집어넣어 억울하게 마약사범으로 만든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당시 최 씨는 혐의를 벗기 위해 최 판사의 작은아버지에게 접촉했고 작은아버지는 최 판사에게 최 씨를 소개시켜 주기에 이른다. 현재 최 씨는 대구지법에서 관련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최 씨의 내연녀 한 씨는 최 씨의 재산을 관리하다가 2011년 사이가 틀어져 최 씨의 대한 제보를 친분이 있는 검사에게 했다고 한다. 최 씨와 한 씨가 틀어진 이유는 최 씨의 폭행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