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농심은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었던 라응찬 전 회장가 사외이사 후보직에서 사퇴했다고 3일 밝혔다. 사퇴 이유는 “후보자의 자진 사퇴”라고 설명했다.
앞서 농심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라 전 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라 전 회장이 농심의 사외이사로 활동할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면 검찰이 라 전 회장을 소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0년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당시 신한지주 사장을 내쫓기 위해 검찰에 신 전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조직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라 전 회장이 이 전 은행장을 시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당시 라 전 회장은 재판부가 검찰 측 증인으로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신한은행 사건에 따른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치료 중”이라고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이후 2013년 12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당시 금품을 전달했는지는 “(치매 때문에)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 역시 “라 전 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어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며 직접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자료를 통해 “농심이 소환조차 응할 수 없는 치매 중증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라응찬 전 회장을 봐주기 수사를 해왔다는 의혹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이래도 검찰이 라응찬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와 사법처리를 마냥 미루기만 해서야 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라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청바지 차림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며 “지난해 말에는 신한은행 동우회 송년회에 참석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라 전 회장은 농심 사외이사직을 자진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