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 특집 기나긴 연휴 솔로들을 위한 영화(5)
지난 2013년 6월 개봉해 9만 명에서 조금 부족한 관객 수를 기록한 채 잊힌 영화 <더 콜>. 사실 기자 역시 극장 개봉 당시 이 영화를 놓쳤다. 뒤늦게 이 영화를 발견했는데 사실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해 초반부에선 ‘괜히 보나?’ 싶은 생각까지 했었다. 그렇지만 중반 이후 완벽하게 몰입하기 시작했고 결말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영화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기분이라고 해도 크게 과장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자신 있게 <더 콜>을 ‘2015년 설 특집 기나긴 연휴 솔로들을 위한 영화’로 준비했다. 남성 솔로는 물론 여성 솔로에게도 추천한다.
말 그대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러 영화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극도로 긴장하게 만드는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대부분 실망으로 끝이 난다. 홍보 문구와 시놉시스만 보면 엄청나게 긴장감 넘치는 영화일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너무 뻔한 흐름에 한숨을 연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업상 영화를 워낙 많이 보기 때문에 그런지, 어지간한 스릴러 영화는 초중반부에 이미 결론이 눈에 보인다. 예상을 깨는 반전이 등장하는 영화도 종종 있지만 오히려 반전이 너무 허무맹랑해 더 큰 한숨을 내쉰 경우도 많다. 반전이 예상을 깨긴 했지만 예상을 뛰어 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그럼에도 조금 지난 영화인 <더 콜>을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범인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역시 개인적으로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 마이클 포스터(마이클 에크런드 분)는 영화 <양들의 침묵>의 ‘버팔로 빌’과 유사점이 많은 인물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연쇄살인범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단 911 센터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에 더 집중했다. 연쇄살인범의 얘기보단 911 센터 요원과 납치된 10대 소녀의 이야기에만 집중한 게 이 영화가 빛난 결정적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영화는 유능한 911 센터 요원 조던(할리 베리 분)과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10대 여성 케이시(아비게일 브레스린 분)의 긴급한 통화가 핵심이다. 94분의 러닝타임 가운데 35분 동안 조던과 케이시의 통화가 이뤄지는 데 그 동안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엄청난 긴장감이 흐른다. 조던의 침착한 대응과 적절한 대처를 통해 경찰이 납치당한 케이시와 납치범이자 연쇄살인범인 마이클을 찾아 가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다.
요즘 우리의 119 구조대의 맹활약이 기자들에게 좋은 미담 기사를 쓸 수 있는 영광을 제공해주곤 하는데 우리의 119와 112가 더한 개념인 미국 911의 맹활약이 담긴 미국 영화 <더 콜>은 정말 매력적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911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긴급 상황 대처 능력에 감탄이 절로 이어진다. 뭐 영화니까 어느 정도 (미국의 긴급 상황 대처 능력이) 과장된 부분이 있으려니 싶기도 하고,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리의 119, 112가 영화 <더 콜>의 미국 911보다 더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처음과 끝이다. 초반부는 조던이 한 번의 실수로 911에 응급 전화를 걸어 온 10대 소녀가 살해되는 아픔을 겪는 내용으로 너무 침울하고 암울하다. 영화가 스릴러의 장르치곤 조금 늘어지는 느낌도 든다. 물론 이런 부분은 영화가 시작하고 25분정도 지난 시점인 중반부부터 확연히 달라진다. 이후 35분가량 이어지는 911 센터에서 신고 전화를 받은 조던과 납치당해 911에 응급 전화를 건 케이시의 통화 부분은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후 30여분 가량이 결말부인데 이 부분에선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우선 기자 입장에선 아무리 조던이 주인공이지만 꼭 그가 직접 범인을 검거해야 했는가에 의문이 든다. 물론 상업영화의 특성상 현장 요원이 아닌 911 센터 요원일 지라도 주인공이 직접 범인을 검거하는 게 더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부분은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끝까지 조던은 911센터를 지키며 현장 요원들이 범인을 검거하도록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이런 조던의 원맨쇼 설정은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결말과 연결돼 있기도 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조던과 케이시는 정말 속 시원한 결말을 보여준다. 현실성과 상식적인 수준을 다소 벗어난 결말이지만 속 시원한 결말이긴 하다. 여성 관객들이라면 더욱 속시원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결말을 속 시원하게 받아들인 관객은 최고의 결말이었을 수 있고 그 반대라면 조던의 원맨쇼부터의 결말은 다소 허망할 수 있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영화 <더 콜>은 매우 팽팽한 긴장감의 스릴러 영화다. 단언컨대 기나길 설 연휴 동안 1시간 30분가량은 확실하게 ‘죽여줄 수 있는’ 명품 킬링타임 무비다.
@ 줄거리
하루 26만 8천 건, 초당 3건의 벨소리가 울리는 911 센터. 여기서 근무하는 조던(할리 베리 분)은 유능한 요원이다. 긴급한 상황의 연속에서도 여유롭지만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던 조던은 10대 소녀의 응급 전화를 받는다. 빈 집에 소녀 홀로 있는데 누군가 집에 무단침입하려 한다는 것.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조던은 그 소녀를 구할 수 있었지만 그만 작은 실수로 소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며 전화도 끊기고 만다.
현장 경찰인 이인 폴 필립스(모리스 체스트넛 분)의 위로를 받고 다시 일상에 복귀한 조던은 며칠 뒤 그 소녀가 결국 살해당해 시체로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큰 충격에 빠진다.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뒤 조던은 직접 응급 전화를 받는 업무를 대신해 신입 요원들의 업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911 센터에서 신입 요원들을 데려가 현장 교육을 진행하던 조던은 다른 요원이 긴급 구조 전화를 받고 당황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요원은 아직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안 된 터라 겁에 질린 10대 여성의 구조 요청에 크게 당황한다. 하는 수 없이 대신 전화를 받은 조던은 그렇게 납치당해 차량 트렁크에 갇혀 있는 10대 소녀 케이시(아비게일 브레스린 분)와의 통화를 시작한다.
납치당할 당시 납치범이 케이시의 전화를 빼앗아 버렸지만 당시 케이시는 친구가 깜빡 잊고 두고 간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갖고 있었다. 이 전화기를 통해 911에 전화를 걸었지만 친구의 휴대폰이 일회용 폰이라 칩이 내장돼 있지 않아 위치 파악은 불가능하다. 오직 전화로 위기에 놓인 케이시를 도와야 하는 조던은 조금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케이시의 납치범이 6개월 전 자신의 실수로 살해당한 10대 소녀를 죽인 살인범임을 알게 된다. 과연 조던은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케이시를 구할 수 있을까?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의 스릴러를 원한다면 클릭
영화 <더 콜>의 최고 강점은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이다. 911 센터 요원이 응급 구조전화를 통해 위기에 몰린 10대 소녀를 구한다는 참신한 설정이 긴장감 넘치게 잘 그려졌다. 차량 트렁크에 갇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10대 소녀가 유능한 911 센터 요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위해 안간힘 쓰는 부분이 빠른 전개와 기막힌 설정을 통해 빛을 발휘한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5000 원
영화 중반부 35분가량의 긴장감 넘치는 부분만 놓고 보면 추천 다운로드 가격은 5만 원도 아깝지 않다. 30여분의 결말 부분을 빼도 2만 원은 가능해 보인다. 다만 결말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추천 다운로드 가격은 5000 원으로 정했다. 이 역시 ‘배틀M‘ 코너에서 평균적으로 볼 때 상당 높은 금액이다. 속 시원한 할리 베리의 원맨쇼가 마음에 드는 관객이라면 2만 원 이상의 만족도를 느꼈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결말이 조금 아쉬웠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설 연휴 킬링타임 무비로는 손색이 없는 수작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