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소송 앞두고 ‘거 참 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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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국회 본관 앞에서 벌어진 ‘국부유출 론스타 먹튀 매각 승인 규탄대회’ 모습. 일요신문 DB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론스타 저격수’로 유명한 투기자본감시센터(감시센터) 공동대표 장화식 씨(52)를 론스타로부터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틀 후인 6일 검찰은 배임수재 혐의로 장 씨를 구속했다. 앞에서는 ‘저격’하던 장 씨가 뒤에서는 돈을 받고 있었다는 혐의가 드러나자 시민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감시센터도 이 같은 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4일 감시센터는 “외환은행 앞 기자회견을 우리 센터 내부사정으로 취소합니다”라는 공지를 내고 당일 예정돼 있던 행사를 취소했다. 일반 회원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4일 감시센터 홈페이지 회원광장에 한 회원은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간 후원해왔는데, 금번 사건으로 후원을 중단하려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검찰에 따르면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다 해고된 장 씨가 지난 2011년 9월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으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해주겠다며 12억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율을 통해 8억 원은 선 지급하고 풀려나면 4억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했지만 유 전 대표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추가금은 못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조사 결과다. 결과적으로 장 씨의 탄원서는 ‘가짜’였다. 검찰 관계자는 “(장 씨를 체포하게 된 계기는) 의심 거래 내역이 포착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대표가 건넨 돈이 개인적인 거래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큰 액수기 때문에 론스타에서 조성한 비자금은 아닌지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씨 측은 “8억 원은 외환카드 해고자로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해고 기간의 임금을 받은 것일 뿐 감시센터 활동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일 감시센터는 성명을 통해 “장화식 공동대표의 금품수수 사실 및 그 이유에 대해서, 저희 센터의 어느 누구도 본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센터는 본 사건과 관련된 금품을 일체 제공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시센터는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단체의 주요 간부가 개인적 사유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저희 센터는 긴급회의를 통해 장화식 공동대표의 파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동안 대중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론스타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한 것은 장 씨가 체포되기 약 1주일 전부터다. 과거 유 전 대표가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외환카드 2대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은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09년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2012년 론스타는 올림푸스캐피탈에 718억 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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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로부터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장화식 씨. 구윤성 기자
일련의 사태에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 “장 씨의 체포는 검찰이 오는 5월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 사상 최초로 열릴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수사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재판을 맡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중재센터(ICSID)에 ‘론스타는 로비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선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사상 최초의 ISD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한국-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실소유주가 벨기에에 설립된 론스타의 자회사 LSF-KEB홀딩스이기 때문에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고의로 지연시켜 론스타가 피해를 봤다고 강조한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배상금 요구액은 무려 43억 달러로 약 4조 6800억 원에 달한다. 이 소송에서 정부가 완패할 경우 내야 할 배상금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장 씨 사건과 ISD 소송이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 이외에 내용은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편 론스타는 19세기 알라모 요새와 달리 서울에서만큼은 연전연승 중이다. 지난 2012년 론스타는 스타타워를 1000억 원에 사들여 2500억 원 넘게 남기고 판 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또한 지난해 6월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13.6%를 판 차익으로 부과된 양도소득세 1192억 원에 대해 론스타의 자회사인 LSF-KEB는 벨기에 법인이므로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며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 매각 건에 원천징수된 세금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1172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