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로 이부진은 어때?
“서두에도 밝혔듯 책은 GM의 파산을 20년 전에 미리 경고한 미국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의 <Rude Awakening>이란 책에서 영감을 얻어 쓴 책이다. 번역하면 ‘무례한 충고’ 정도지만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제목은 <GM 제국의 붕괴>여서 연결성을 보여주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삼성의 반응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책을 쓰면서 삼성에 있는 지인들에게 알리거나, 궁금한 점을 묻거나 할 수 있겠나. 또한 삼성에서 하던 일이 경쟁회사 분석이었다. 이 책도 비공개 정보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공개된 정보를 삼성에서 하듯 전략적으로 분석했을 뿐이다.”
―삼성자동차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사회생활을 쌍용차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993년 삼성의 숙원사업이던 자동차 사업 참여를 위해 만든 태스크포스(TF)에 경력직으로 입사하면서 삼성맨이 됐다. 당시 삼성그룹에서 이 TF로 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았는데 18 대 1에 달했다. 숙원 사업인 만큼 이 TF로 가기만하면 승진이나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자동차 산업을 포기했고, 원하는 계열사로 보내주긴 했지만 삼성차 사업부 출신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18 대 1로 어렵게 들어간 삼성자동차 사업부 출신들은 결국 어떻게 됐나.
“삼성차는 일종의 족쇄였다. 삼성은 자동차의 ‘자’자만 들어가도 질색을 했다. 당연히 삼성차 출신들은 승진이나 인사에 일정부분 불이익이 있었다고 들었다. 삼성차에 참여했던 멤버라면 당시 삼성 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던 직원이었다. 한 직원은 당시 무능하다고 평가돼 자동차로 못 갔던 직원이 승진이 더 잘 돼 부러움을 표한 적도 있다.”
―책에 ‘샤오미’가 삼성을 잠식할 것이라고 썼다. 반면 삼성은 ‘샤오미는 특허가 없어 중국 밖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것 같다.
“참 웃기는 이야기다. 미국, 유럽, 일본의 모든 스마트폰 시장을 합쳐도 중국 단일 시장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특허 때문에 샤오미가 중국 밖으로 못 나온다고 비웃는데, 중국에서 1위면 세계에서도 1위다. 샤오미가 중국 밖으로 나갈 생각이 있긴 할까.”
―이학수 전 부회장 등 가신그룹의 ‘반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은 원래 재무팀 라인과 기획팀 라인이 힘의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오면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속한 재무팀 라인이 삼성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삼성차를 정리하면서 그룹의 역량이 삼성전자에 집중됐고 덕분에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1월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이학수 전 부회장이 조문 왔다. 전날 재계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경영인들이 찾은 것과 대비된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스스로 직장인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오너, 이건희 회장의 파트너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그런 상황들을 분석했을 때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로 제시한 것이다.”
―책에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에 대한 호평이 많이 보인다.
“아주 간단하다. 호텔과 면세점 사업 두 가지로만 평가해야 한다. 자신이 책임을 지고 성과를 이뤘다. ‘이재용의 대안으로서의 이부진’이 아니라 ‘이건희의 대안으로서 이부진’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