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미치고 욕정에 눈 먼 ‘핏빛 세상’
치정이 빚어낸 엽기 참변 - 중국인 안산역 토막살인
정해년의 시작은 엽기적인 치정·토막살인극으로 시작됐다. 1월 24일 오후 4시 30분경 경기 안산시 안산역 1층 남자 장애인 화장실에서 여성의 토막사체가 발견됐다. 피살된 여인은 정 아무개 씨(33)였는데 사건 발생 8일 만에 범인은 정 씨와 가까운 관계에 있던 중국인 손 아무개 씨(35)로 밝혀졌다. 1997년 여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던 손 씨는 공장에서 일하며 알게 된 정 씨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오다가 정 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상태에서 남자문제로 정 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손 씨는 정 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그리곤 인근 마트를 돌며 사체를 담을 여행용 가방과 쓰레기봉투를 구입한 뒤 사체를 토막 내 몸통과 양팔을 안산역 화장실에, 두 다리를 원룸 옥상에 유기하는 엽기행각을 벌였다.
조사 과정에서 손 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순간순간 말을 바꿔 형사들을 적잖이 애먹였다. 이로 인해 담당 형사들 사이에서 ‘중국인이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하는데 신도 못 당할 것 같더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는 후문.
현역중사 일순간 살인마로 - 애인 토막살인 사건
치정 살인사건은 올해에도 끊이지 않았다. 반듯하던 현역 군인도 남녀문제로 인해 일순간 살인마로 변했다. 육군 중사 김 아무개 씨(32)는 1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자신의 집에서 결혼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애인 유 아무개 씨(28)를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군부대 인근 야산 10여 군데에 나눠 묻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완전 범행을 위해 김 씨는 범행 닷새 뒤 광주에서 숨진 유 씨의 휴대폰으로 유 씨의 친언니에게 ‘지금 지방에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찰을 놀라게 한 것은 너무도 말끔하게 절단된 사체 상태였다. “김 씨가 12년간 의무병과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사체를 다루는 기술이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는 게 경찰관계자의 얘기였다.
아내 위한 어긋난 복수 - 사채업 여성들 살인
3월 1일 경기 안성에서 40대 동갑내기 여성 심 아무개 씨와 박 아무개 씨가 동시에 사라졌다. 두 여인은 속칭 ‘하우스’라 불리는 도박장을 운영하며 연 50%의 고리에 노름자금을 빌려주던 사채업자였다. 실종 144일 만에 밝혀진 범인은 이들로부터 돈을 빌린 한 채무 여성의 남편 유 아무개 씨(47)였다. 유 씨는 아내가 수년 전 도박에 빠져 심 씨 등에게 2500만 원을 빌린 뒤 이자를 합쳐 5000만 원을 갚을 것을 종용당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유 씨는 아내가 심한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보다 ‘빌린 돈을 갚겠다’며 두 사람을 야산으로 유인한 뒤 엽총으로 쏘아 살해했다. 범행 후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유 씨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들이 타고 온 승용차까지 폐차시켰지만, 폐차장 주인이 차량을 분해해 부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바람에 경찰에 꼬리가 잡히게 됐다.
이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과거의 조폭 생활을 접고 10여 년간 전기업자로 개과천선의 삶을 살아왔던 유 씨는 부인의 도박 빚 때문에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산 채로 저수지에 던져 - 인천 초등생 납치 살해
3월 11일 송도신도시 아파트단지에 사는 박 아무개 군(8)이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 납치됐다. 그리고 박 군은 사건 발생 4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범인은 견인차량 운전기사였던 이 아무개 씨(29)로, 아파트 매입 당시 대출금과 유흥비 등으로 진 빚 1억 3000만 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납치 직후 박 군의 부모에게 ‘1억 3000만 원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건 것을 시작으로 검거되기 전까지 공중전화와 훔친 휴대폰을 이용해 총 16차례의 협박전화를 걸었다.
이 씨는 송도신도시 주민들 중 부자가 많을 거라고 판단, 범행 3일 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해온 것으로 드러났는데 아이를 살해하기 4시간 전 소래대교 부근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미리 녹음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으로 유괴했다”며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를 보이던 이 씨였지만 현장검증에서 “자기 자식 귀한 줄은 알면서 어찌…”라는 주민들의 맹비난에 뒤늦게 죄책감을 느끼는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무서운 이웃 치밀한 범죄 - 제주 양지승 양 납치 살해
3월 16일 제주도에서 실종됐던 양지승 양(9세)도 실종 40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범인은 이웃에 살고 있던 과수원 관리인 송 아무개 씨(48)로 혼자 술을 마시고 걸어가던 중 지승 양을 유인, 강제추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 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건 다음날 새벽 5시께 지승 양의 시신을 검정색 비닐로 싸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한 후 마대에 담아 폐가전제품 더미 속에 은폐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송 씨는 지난 97년에도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처벌을 받는 등 20차례 이상의 전과가 있었던 인물로 드러나 도민들을 경악케 했다.
한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잃어버린 지승 양의 부모는 지방 일간지에 도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한편 지승 양이 다니던 서귀북초등학교 정문 옆에 ‘지승 양 찾기에 협조해준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놓아 또 한 번 국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가출 꾸짖자 홧김에 범행 - 패륜 손자 할머니 살해
5월 부산에서는 손자가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살된 최 아무개 씨(69)는 자신의 집 세면장에 반듯이 누워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는데 머리가 둔기로 함몰돼 있었고 허벅지는 일부 손상된 상태였다. 범인은 친손자인 C 군(15)으로, 돈을 훔쳐 가출했다가 일주일 만에 집에 들어온 것을 최 씨가 꾸짖자 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C 군의 범행은 어린 소년이 홧김에 한 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시신을 목욕탕으로 옮겨 이틀 동안 방치한 C 군은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시신을 절단하려다 여의치 않자 이불을 덮고 불을 질러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 군은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기자 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왔다. 공사판에서 일을 하며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에서 패륜범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왜 내 험담하고 다녀” - 보령 일가족 살해 사건
올 여름 충남 보령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50여 분 만에 이웃에 사는 일가족 3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6월 20일 보령시 남포면 김 아무개 씨(54)의 집에서 김 씨 부부와 노모(84) 등 일가족 3명이 피를 흘린 채 죽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부부의 사체는 왕겨가 뿌려진 채 천막에 덮여 있었고 노모는 사료포대에 덮인 채 창고 안에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드러난 범인은 김 씨 집에서 30m 떨어진 곳에 살던 이 아무개 씨(32). 이 씨는 평소 김 씨 가족이 자신에 대해 험담해온 데 대한 앙갚음으로 무차별 살인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또 범행 전인 5월 30일 밤 인근 마을에 사는 여중생 A 양(15)을 납치해 감금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경찰은 이 씨가 2003년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냉대를 받아왔으며 주민들의 이 같은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이 씨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던 임 아무개 씨(여·25)와 김 아무개 씨(여·24)가 퇴근 후 실종됐다. 그리고 실종 5일 후 임 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 한강 하류에서, 김 씨는 인천 강화대교 인근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12일 만에 경찰에 검거된 범인은 송 아무개 씨(38) 등 3명. 이들은 같은 달 18일 새벽 2시경 홍대 인근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밤늦게 귀가하는 두 여성을 발견하고 한 명이 택시에 이들을 태우고 나머지 두 명은 렌터카로 뒤쫓아가다가 합류,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이틀 뒤인 20일 새벽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김 아무개 씨(여·28)를 같은 수법으로 납치해 경기도 팔당댐 근처로 끌고 가 살해한 뒤 한강에 사체를 유기했다. 전직 택시기사가 포함된 이들 일당은 경찰에서 3000만 원을 모아 식당을 차리려 했다고 진술했다.
70대 노인 일그러진 욕정 - 보성 어부 연쇄살인 행각
“…만져보고 싶어서요.” “(누구를요?)” “아가씨요….”
빼어난 풍광으로 이름난 전남 보성 율포 앞바다에서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 국민을 경악케 했다. 범인은 1t급 어선을 이용해 보성 앞바다에서 주꾸미 등을 잡아 팔아온 노인 오 아무개 씨(70)였다. 키가 165㎝도 되지 않는 작은 체격의 어부 오 씨는 불과 한 달여 사이 4명을 살해하는 엽기행각을 저질렀는데 조사결과 70대 노인의 욕정이 부른 참극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었다.
오 씨의 살인행각이 시작된 것은 지난 8월 31일. 배에 태워달라는 남녀 대학생 2명을 바다로 데리고 간 오 씨는 갈고리를 매단 어구로 남학생을 먼저 살해한 뒤 여학생을 성추행하려다 실패하자 여학생마저 바다에 밀어넣었다. 20여 일 뒤인 추석 당일 오 씨는 바다구경을 하고 싶다는 20대 여성 두 명을 자신의 배에 태워 나간 뒤 성추행하려다 또 다시 살해했다.
한편 오 씨의 범행으로 충격을 받은 그의 자녀들은 주변 시선 때문에 밖으로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몇 달째 일도 못하고 있는 형편으로 알려졌다. 오 씨의 한 자녀는 “이제 아버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면회도 가지 않겠다”며 아버지에 대한 깊은 원망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순간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지르고 자녀들에게도 외면당한 오 씨 역시 구속영장 실질 심사가 끝난 후 “내가 죽을 짓을 했지”라며 뒤늦은 후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진 애인 고통 주고 싶어 - 해병대원 살해 총기탈취
12월 6일 오후 5시 40분경 한 남자가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에서 경계 근무를 서기 위해 초소로 향하던 해병대 초병 두 명을 코란도 승용차로 친 뒤 K2소총 1자루, 실탄 75발, 유탄 6발, 수류탄 1개 등을 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박 아무개 일병이 숨지고 말았다.
사건 발생 6일 만에 붙잡힌 범인은 대학원까지 나온 뒤 귀금속 판매업에 종사하던 조 아무개 씨(35)였다. 주민들에게 ‘조용한 동네청년’으로 인식되던 조 씨는 범행 후 귀금속을 팔아 도피자금을 마련한 뒤 전국을 넘나들며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벌여 수사팀을 농락했다.
‘우발범행’이라는 경찰의 초기 발표와 달리 조 씨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차량을 훔치고 흉기와 범퍼를 준비했으며 미리 현장을 답사해 도주 계획까지 세우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 씨는 우울증을 앓아오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범행을 통해) 헤어진 애인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고 싶었다’는 조 씨의 진술에 온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