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4일 막말 댓글로 논란이 된 이 부장판사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
[일요신문] 최근 막말 댓글로 논란이 된 이른바 댓글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해당 부장판사에게 법관직을 맡긴다면 재판 공정성과 신뢰에 더 큰 손상을 끼칠 것으로 판단해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진상조사 없이 하루 만에 서둘러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꼬리자르기식 상황 무마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1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정치 편향적인 댓글 수천 개를 작성해 논란을 일으킨 수원지법 이모(45)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해 의원면직 처분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사표를 제출하고 오는 16일자로 사표가 수리된다.
대법원은 “비록 익명이긴 하나 현직 판사가 인터넷에 부적절한 내용과 표현의 댓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사실조사를 거쳐 해당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법관이 편향되고 부적절한 익명의 댓글을 작성한 사실이 일반 국민에게 노출되면서 해당 법관이 맡았던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며, “해당 법관에게 계속 법관의 직을 유지하게 한다면 오히려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에 더 큰 손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영역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인 점, 자연인으로서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또한 댓글을 올릴 당시 법관의 신분을 표시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아 댓글을 읽는 사람이 댓글의 작성자가 법관임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도 감안해 댓글 작성 행위가 ‘직무상 위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부장판사에게 내린 의원면직 처분은 사표 수리시 통상적인 처분으로, 판사 신분에서 벗어나 징계 처분을 면하게 됐다. 이는 강제로 직위를 박탈하는 ‘징계면직’이나 ‘직권면직’보다는 낮은 수위이며, 퇴직 후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곧바로 변호사 활동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대법원은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징계 혐의를 갖고 자체 사실조사를 하면 법관징계법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는데도 바로 사표를 수리해 이 부장판사에 대한 어떤 조사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를 두고 대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로 사실조사에 대한 부담 등 서둘러 논란을 잠재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 직후 수원지법과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이 부장판사에 대한 서면 및 대면조사를 각각 수차례 진행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사는 모두 마쳤다”며 “진상조사를 마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표 수리를 미루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부장판사는 수년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점을 악용해 여러 개의 아이디를 통해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여성과 지역을 비하하는 댓글을 달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댓글이 논란이 되자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다가 13일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