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온라인’ 대이동 휴대폰 점포 직격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주변 건대 상권 거리 모습. 왼쪽 작은 사진은 온라인 오픈마켓으로 휴대폰을 주문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 ‘점포라인’이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자사 DB에 매물로 등록된 수도권 소재 점포 1만 1293개를 주요 업종별(30종)로 분류해 조사했다. 그 결과 12개 업종의 권리금이 국제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대비 지난해 권리금이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은 ‘이동통신업’이었다. 이동통신 업종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국내 이동통신 업체와 휴대폰 제조사의 성장세에 힘입어 동반 활황을 누렸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어야 하는 입지 특성상 이동통신 업종은 지역을 불문하고 해당지역 내 가장 유명한 상권, 그 중에서도 핵심에 점포를 임차해 영업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2009년 당시 이동통신 업종 점포의 권리금은 3.3㎡(1평)당 602만 원을 기록, 조사대상인 30개 업종 중 4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점차 휴대폰 유통 경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오픈마켓과 휴대폰 커뮤니티 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판매자들의 보조금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 여건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윤을 남기면서 휴대폰을 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점포 수익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이동통신 업종의 점포 권리금은 3.3㎡당 387만 원을 기록, 2009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통신 다음으로 권리금이 많이 떨어진 업종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불황에 강한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누렸고 2009년 당시 권리금도 3.3㎡당 459만 원으로 30개 업종 중에서도 10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이후 편의점 창업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기업 계열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진입하면서 영업 여건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또 일부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불공정계약을 강요하는 등 ‘갑의 횡포’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업종 자체 이미지가 흐려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편의점 권리금은 2009년 대비 24.8%(114만 원) 하락한 3.3㎡당 345만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어 주점의 한 종류인 바(Bar) 업종도 권리금이 2009년 213만 원에서 2014년 169만 원으로 20.63%(44만 원), 당구장 업종 권리금이 126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20.60%(26만 원), 퓨전음식점이 373만 원에서 316만 원으로 15.2%(56만 원) 각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30개 업종 중 18개 업종은 2009년에 비해 권리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업종 중 권리금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은 한식점이었다. 한식점 권리금은 3.3㎡당 2009년 238만 원에서 2014년 322만 원으로 34.9%(83만 원) 올라 상승률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한식점 권리금 상승의 주된 원인이 ‘업종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제 금융위기 당시 직장을 나온 베이비부머 창업자들이 증가하였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별다른 기술 없이도 창업이 가능한 한식점을 선택하면서 수요가 증가, 권리금이 자연스럽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한식점 다음으로는 고시원 업종 권리금이 3.3㎡당 175만 원에서 213만 원으로 22.1%(38만 원)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고시원은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해 창업 및 시설유지, 모객 등에 애로사항이 있었으나 2010년 들어 고시원을 준주택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의 업종으로는 의류점이 증가액을 기준으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의류점 권리금은 2009년 3.3㎡당 526만 원에서 지난해 621만 원으로 95만 원(증가율 18.1%) 올라 증가액이 가장 컸다.
의류점은 국제 금융위기 직후 압구정 로데오 패션거리에 무권리 점포가 속출하는 등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았으나 이후 의류소비 주기를 연 단위에서 월 단위로 줄이는 전략, 점포 수 확대보다는 유명 상권 내 점포를 빌려 고객에 확실하게 어필하는 전략 등을 바탕으로 5년 만에 분위기를 반전했다는 평가다.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 “이밖에도 권리금이 오른 업종을 보면 고깃집, 치킨호프 매장,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 꾸준히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고 신선한 메뉴와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곳들”이라며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현재의 침체 상황에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소비자들의 기호와 니즈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
‘권리금 보호법’ 어디까지 왔나 2월 임시국회로 또 밀려나 지난해 9월,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대책을 내놨다.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보증금 금액과 상관없이 모든 상가 임차인이 5년의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을’의 입장에서 권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났던 세입자들은 이제 안심할 수 있겠다며 두 손 번쩍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일요신문> 1171호 보도). 환호도 잠시뿐. 수많은 임차인들이 2014년이 지나기 전 이 법안 통과를 기대했지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해를 넘겨버렸다. 지난 1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다시 상정됐지만 회의 종료를 10여 분 앞두고서야 논의를 시작, 결국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문제는 아직까지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권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건물주의 과도한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장치를 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처음 논의됐던 정부안 중에서 ‘임대인에게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협력의무 부과 조항’에 대해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임대인의 협력의무기한을 계약 종료일로부터 최대 2개월로 제한했다. 같은 달,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 역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진태법’과 다른 점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임대차 보장 기간을 늘리고, 법정 임대차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임대인의 요구로 퇴거하는 경우 임차인이 인근에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설물 이전비용이나 영업개시 지원금, 임대료 차액 등을 보상하는 퇴거료 보상제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재건축’ 사안의 경우 정부와 여당은 보상금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야당에서는 퇴거료 등을 통해 보상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