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정률 88% 멱살잡이 이제 그만~
실패확률을 줄이려 선택한 가맹점이 오히려 갑의 입장을 내세우는 본사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사례#1
지난해 6월, 피부관리실 창업에 나선 주부 A 씨.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 고민 끝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가맹금 1200만 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A 씨에게 갑자기 창업이 불가능한 사정이 생기면서 1주일 뒤 본사에 계약해지 및 가맹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반환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해왔다.
한 순간에 1200만 원을 날려버릴 위기에 처한 A 씨는 분쟁조정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담당자와 상담을 하던 중 A 씨는 계약일에 본사로부터 정보공개서를 제공받으면서 정보공개서 제공확인증에 수령일자를 소급하여 기재한 내용을 떠올랐다.
정보공개서는 가맹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은 문서로 가맹계약체결 14일 이전에 가맹본부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 본사 측에서는 가맹계약 당시 정보공개서를 적법하게 제공하였다는 주장을 했지만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본사의 이러한 행위가 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 A 씨가 가맹점 개설을 위한 기초공사 등 절차를 개시하기 전에 계약해지 의사를 밝힌 점 등이 반영되면서 결국 “본사는 A 씨에게 계약금 11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사례#2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B 씨는 지난 2011년 3월, 회사를 그만두고 학원 프랜차이즈를 창업을 결정했다. 그는 계약을 맺으면서 영업지역을 부모들의 학구열이 높은 부산 해운대구 전체로 설정하기를 원했고, 본사 측에서는 그의 요구를 들어줬다.
3년 뒤, 본사 측에서 B 씨에게 ‘영업지역 내 인구가 20만 명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영업지역을 조정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을 내밀며 영업지역 조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영업지역이 축소되면 인근에 같은 브랜드의 학원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 매출까지 줄어들 것이라 판단한 B 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본사에서 교재비 등 영업지원금 지급을 중단, B 씨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조정원에서는 본사가 점주에게 영업지역 조정을 요청한 것이 계약내용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점주가 이를 거부한 것을 이유로 교재와 영업지원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 “B 씨의 영업지역을 ‘해운대구 일부’로 조정하고 본사는 점주에게 영업지원금 2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 조정을 이끌어냈다.
사례#3
C 씨는 한 대형마트 내 음식점 창업을 결심, 매장 임대차계약을 맺고 창업에 나섰다. 별다른 문제없이 영업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마트 내 다른 음식점에서 메뉴를 변경, 자신이 취급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곳이 나타나자 당연히 고객들은 분산됐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화가 난 그는 마트 사업자에게 항의를 하고 조정을 요청했지만 그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조사한 결과, 마트 내 음식점 메뉴 변경은 정기적으로 마트 사업자와의 협의를 거쳐 이루어지는데, 정기적인 변경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음식점에서 메뉴를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마트 사업자는 C 씨에게 시설보상금으로 800만 원을 지급하고 C 씨는 폐업신고를 하는 것으로 합의 조정이 성립됐다.
경기 침체로 여러 가지 분쟁이 늘어나고,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조정 제도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2014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의 분쟁 조정 제도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평균 사건 처리기간은 36일, 조정 성립률은 88%로 전년(87%)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소송과 비교해 비용 절감 효과도 컸다. 조정이 성립된 1252건을 기준으로 피해 구제액과 절약된 소송비용(인지대, 송달료, 변호사 수임료)을 포함, 총 1132억 원의 경제적 성과(피해구제액, 절감소송비용)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 절차가 중단된 건은 신청취하, 소재 불명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분쟁 조정 기관별로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신청 2140건, 처리 2082건으로 전년보다 신청 342건(19%), 처리 268건(14.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고, 한국공정경쟁연합회는 227건, 대한건설협회 194건, 중소기업중앙회 40건 신청되어 전년보다 각각 7건(3%), 75건(27.9%), 20건(3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사업거래 분야는 총 529건 중 가맹사업자가 사업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인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 위반 행위’ 110건(20.8%) ‘허위과장정보 제공 행위’ 95건(18%)이며, ‘기타 부당한 계약 변경 행위’ 30건(5.7%) 순으로 파악됐다.
분쟁 조정 기관들은 분쟁 조정 상담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경우 분쟁 조정 등 민원 상담과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분쟁 조정 업무와 연계하여 5개 분야(공정, 가맹, 하도급, 유통, 약관)의 법률 전문가가 총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가맹사업 시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조정절차를 종료,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되어 정식 사건처리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
가맹점 창업 8계명 서류 꼼꼼히 챙기고 가맹금 일단 예치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참가한 창업박람회. 연합뉴스 [1] 정보공개서, 인근가맹점 현황 문서, 예상매출액산정서 등을 반드시 확인하라. [2] 계약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약속이므로 사전에 꼼꼼히 따져보고 계약을 체결하라. [3] 사기성 가맹점 모집은 가맹금 예치를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가맹금은 은행 등 예치기관에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한 후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것이 좋다. 가맹본부가 예치가맹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요구한다면 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4] 문제 발생 시 가맹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맹본부가 가맹사업법상 일정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가맹금 반환이 가능하다. 단, 계약 체결 전이나 계약 체결일 또는 사업 중단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본사에 서면으로 가맹금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 [5] 가맹점사업자에게는 10년간 계약갱신권이 있다. 계약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 사이 계약갱신 요구를 할 경우 가능하다. [6] 가맹본부가 가맹계약 해지하는 경우 일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2개월 이상 유예기간 동안 두 차례 이상 서면으로 계약 위반 내용을 통보하고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 계약 해지는 무효가 된다(예외조항 있음). [7]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가맹사업자의 권익보호가 강화된 사실을 알아두라. 부당한 점포환경 개선 강요 금지,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금지,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 부당한 손해배상 의무 부과행위 금지 등이다. [8] 가맹본부와 문제 발생 시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사무소 또는 분쟁조정콜센터(☎1588-1490)와 상담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