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 중년의 귀여운 변신 이런 예능 처음이야
<삼시세끼 어촌편>은 차승원과 유해진이 자급자족하는 ‘어부 라이프’를 그려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연예계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의 <삼시세끼> 출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둘이 얻는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대중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얻는 건 기본이고 이미 3편의 CF까지 함께 출연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실제로도 가까운 사이다. <삼시세끼> 출연을 결정할 당시 파트너가 각각 차승원, 유해진이란 사실을 듣고 마음을 굳혔을 만큼 신뢰가 두텁다. 그 인연은 2007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영화 <이장과 군수> 주연을 맡은 둘은 의외의 호흡을 보이며 흥행도 함께 이뤘다. 이런 관계는 <삼시세끼>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차승원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유해진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외조’에 힘쓴다.
특히 차승원은 <삼시세끼>를 통해 배우로 적지 않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출연 직전 가족사와 관련한 이슈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렀던 상황에서 자칫 어두워질 수 있었던 자신의 이미지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밝고 경쾌하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
차승원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음식이 주는 매력”이 첫 번째다. 차승원은 얼마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나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토크쇼였다면 출연하지 않았다”며 “유해진과 함께 며칠을 보내며 한 끼 한 끼 해먹을 때의 재미, 그 음식을 맛보는 사람을 보는 기분, 그리고 나영석 PD라는 출중한 선장이 있어 택했다”고 밝혔다.
차승원이 신뢰를 보내는 나영석 PD는 지난해 방송했던 <삼시세끼:농촌편>을 비롯해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를 모두 성공적으로 만든 연출자다. 나 PD가 차승원의 ‘재능’을 알아본 건 몇 년 전 우연히 함께했던 식사자리에서였다. 당시 나 PD는 차승원이 음식에 조예가 굉장히 깊다는 걸 간파했다. 이번 섭외 때도 “섬에서 직접 찾은 재료로 밥 해먹는 내용”이라고만 설명했다. ‘재미있겠다’면서 출연 제의를 오히려 반긴 건 차승원이다.
유해진과 나 PD의 인연도 남다르다. 나 PD가 KBS 2TV ‘1박2일’을 연출하던 당시, 강호동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투입된 출연자가 바로 유해진이다. 캠핑을 즐기고 자연을 좋아하는 유해진의 성향을 익히 알고 있던 나 PD는 “차승원과 여행을 떠나자”고 설득해 캐스팅에 성공했다.
유해진의 ‘출중한’ 낚시 솜씨와 차승원의 ‘수준급’ 요리 실력이 <삼시세끼>의 인기비결이다.
<삼시세끼>의 촬영지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위치한 섬 만재도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가서 다시 배를 타고 6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곳이다. 약 30가구, 100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다. 접근이 어려운 이곳을 촬영지로 택한 건 나영석 PD의 ‘고집’이다. ‘1박2일’ 연출 당시 나 PD는 만재도를 처음 찾았고, 외딴 섬의 풍광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특성, 각종 해산물이 넘치는 바다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잊지 않고 있다가 <삼시세끼> 촬영지로 활용했다.
<삼시세끼>의 인기의 결정적인 힘은 차승원의 요리 실력과 유해진의 재료 수집 능력이다. 차승원은 ‘차 셰프’, ‘차줌마’ 등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탁월한 요리 실력을 매회 뽐낸다. 요리법도 확인하지 않고 배추김치부터 깍두기, 동치미는 물론 누룩으로 막걸리까지 만든다. 바다에서 막 잡아온 장어를 손질해 석쇠로 굽고, 직접 딴 홍합으로 짬뽕도 뚝딱 해낸다. 심지어 밀가루 반죽으로 꽃방을 곁들인 고추잡채까지 내놓는다.
유해진은 재료 담당이다. 낚시로 우럭을 쉽게 낚고 홍합도 직접 딴다. 요리에 필요한 장작을 패고, 관련 기구를 뚝딱 만들어내는 솜씨도 일품이다. 차승원이 만드는 각종 음식을 가장 먼저 맛보고 가장 먼저 평가하는 이도 그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성격도, 성향도 너무 달라, 오히려 잘 맞는 관계다. ‘톰과 제리’에 비유될 정도다. 유해진은 “차승원은 본인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사람을 들들 볶는다”며 “<이장과 군수>를 찍고 7년 만에 만나 다시 촬영을 하고 있는데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했다. 차승원을 질타하는 듯하지만 ‘애정’이 없다면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유해진은 <삼시세끼>에서 먹은 인상 깊은 요리로 차승원이 만든 미역국을 꼽으며 “밥을 먹을 때면 (차승원에 대한)미움이 사라진다. 혼자 살다 보니 오랜만에 들들 볶여도 반갑다”고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