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내 밥이야~”
지난 16일 경찰을 사칭하며 사기행각을 일삼던 윤 아무개 씨(여·37)가 경찰에 붙잡혔다. 윤 씨는 지난 2월경부터 경찰을 사칭하며 군인들에게 접근, 1억 원대의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는 군 간부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현직 경찰관인 자신의 남편 신분증을 복사해 자신의 사진을 붙이고 신분증의 이름도 남편의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경 김 아무개 경감의 이름으로 고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윤 씨는 남편과 2005년부터 별거 중이며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이미 이전에도 경찰 행세를 하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윤 씨가 주변사람들에게 경찰로 행세하며 돈을 뜯어내려다가 검거됐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초범이라는 점을 참작해 단순 벌금형을 내리는 데 그쳤다는 경찰의 설명.
윤 씨가 군 간부들에게 접촉을 시작한 것은 지난 2월경부터.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통해 군 간부들을 유인했다. 윤 씨는 “어제 당직 근무를 했는데 피곤하다”며 답장을 보낸 사람에게 문자를 보낸 후 “잘못 보낸 것 같다”며 유인해 만남을 가졌고 이후 성관계까지 맺었다고 한다. 이후 자신과 관계를 맺는 군인들에게서 다른 군 장교들의 연락처를 얻어 또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피해 규모는 아직까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 아무개 상사는 윤 씨에게 5000여만 원의 돈을 빌려줬고 또 다른 군 장교 한 명이 윤 씨에게 휴대폰을 선물하고 휴대폰 요금을 계속 내준 정도만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더 조사해봐야 정확한 피해규모를 알 수 있겠지만 1억 원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윤 씨의 꽃뱀 행각이 들통난 것은 자신이 사칭하고 다녔던 김 아무개 경감의 신고에 의해서다. 지난 5월부터 이름은 자신이 맞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계속해서 걸려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 경감은 상부에 진정서를 올렸고 이에 기무대와 경찰청이 공조수사에 나서 윤 씨를 검거하게 된 것.
검거 당시 윤 씨는 정 아무개 대위(28)와 함께 동거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위의 관사에서는 윤 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경찰정복 한 벌, 근무복 두 벌, 경찰 흉장 한 개가 발견됐는데 이는 윤 씨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대위와는 결혼 날짜까지 잡아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윤 씨는 정 대위하고도 진짜 결혼을 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돈을 갈취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것. 윤 씨는 이미 정 대위로부터 패물 명목으로 귀걸이 팔찌 등 귀금속 300만 원어치를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윤 씨가 군인들을 주타깃으로 한 이유는 뭘까.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성들과 매일 생활하는 군인들은 대체로 여성들의 유혹에 약하다. 또 군인들은 이런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자신들도 징계를 당하기 때문에 당해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윤 씨의 말처럼 윤 씨가 만났다고 진술한 군 장교들은 모두 윤 씨와의 만남 자체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