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살해냐 시어머니 살해냐

일심에선 아들이 ‘완승’

며느리와 아들 중 누가 범인이냐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해 6월 서울 창동 팔순 노모 살해 사건은 며느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 11부(이상철부장판사)는 1월 20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81)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뜳茱撚?며느리 조 아무개 씨(42)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치매에 걸려 있었고 피고인의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살해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반인륜적이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조 씨는 그동안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었다. 조 씨가 오히려 남편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부부는 서로 상대방이 범인이라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 씨의 남편은 “평소 부인이 옷과 이불에서 냄새가 난다며 어머니 방에 들어가기도 싫어했고 항상 어머니를 심하게 야단쳤다”고 증언했다. 또 조 씨가 평소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았기에 살해동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씨는 “한 달 전부터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게 된 남편이 홧김에 저지른 짓”이라고 맞섰다.

진범을 가리는 중요한 근거는 피해자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인 오전 10~12시 사이에 당사자들의 알리바이였다. 검찰은 “사건 당일 오후 12시 10분쯤 조 씨가 나갈 때까지 집에는 조 씨와 피해자 단 둘뿐이었고 다른 용의자인 남편은 그 시각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며 15년을 구형했다.

이날 배심원단은 남편을 진범으로 보기에는 여러 모순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만장일치로 조 씨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조 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사망 시간은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 이 시간대에 조 씨가 피해자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반박했다. 특히 무려 16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셔온 조 씨가 갑자기 살해할 동기는 충분치 않다며 재판결과에 불복, 항소했다.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