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은 배우 최은희의 간통 피소 사건부터 살펴보자. 당시 이들은 ‘간통죄 1호’로 불리며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법정은 이들을 간통으로 처벌하지 않았다. 이후 최은희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당시 고소를 한 전 남편과는 이미 이혼한 사이였으며 혼인신고를 한 사이도 아닌데, 전 남편이 신 감독과 나를 질투해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고소한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결국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는 이후 결혼했다.
연예인 간통사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된 것은 바로 지난 62년 불거진 최무룡 김지미 간통 사건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 스타 최무룡은 배우 강효실과 혼인 상태였는데 떠오르는 신인배우 김지미와 간통으로 피소된 것. 게다가 당시 강효실은 아이를 출산하고 10여일 만에 이들의 간통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로 그때 태어난 아이가 최민수다.
피소당한 최무룡과 김지미는 간통 사실을 인정했고 결국 구속됐다. 그렇지만 김지미가 자신의 집까지 팔아 위자료 명목으로 강효실에게 300만 원을 주고 합의가 이뤄져 일주일 만에 석방된다.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당시 300만 원이면 요즘 10억 원 정도와 맞먹는 가치였다고 한다.
1975년에는 두 건의 간통 사건이 불거진다. 둘 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로 바로 가수 태진아와 배우 김영애가 그 주인공이다. 75년 1월 태진아가 간통죄고 구속됐다. 당시 21세이던 태진아는 26세 연상의 여성 김 아무개 씨와 간통한 혐의를 받았는데 그는 유명 건설회사 사장의 부인이기도 했다. 결국 김 씨가 남편과 이혼에 합의하면서 고소도 취하됐으며 태진아는 10여일 만에 석방됐다.
75년 6월에는 배우 김영애가 구속됐다. 밴드마스터 이종옥의 부인이 이종옥과 김영애를 간통으로 고소했다. 당시 김영애는 매스컴을 통해 “탤런트를 그만두는 한 있더라도 헤어질 수 없다”라고 밝혔으며 “떨어 질 수 없는 사이, 언젠가는 결혼식을 올릴 작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79년 결혼했지만 27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2000년 이혼했다.
78년에도 연예인 간통 사건이 불거진다. 배우 윤미라가 양말공장 사장 홍 아무개 씨의 부인에게 간통 혐의로 피소된 것. 이 사건은 사기 혐의 고소, 명예 훼손 혐의 고소 등이 얽히며 더욱 복잡해졌지만 윤미라는 끝내 간통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윤미라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한 윤미라는 결국 공소기각 결정이 나면서 간통 소송에서 벗어나게 된다. 간통 연루 연예인의 상당수는 합의 등을 거치며 고소가 취하됐지만 연예인 당사자는 간통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윤미라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으며 결국 재판까지 가 공소기각 결정을 얻어내며 간통 혐의를 스스로 벗었다. 윤미라는 간통으로 피소된 연예인이긴 하지만 간통 연루 연예인은 아닌 셈이다.
1984년 다시 희대의 간통사건이 불거졌다. 70년대 최고의 스타로 ‘여배우 트로이카’ 가운데 한 명이던 배우 정윤희가 조규영 당시 중앙산업개발 회장 아내에게 간통죄로 고소당한 것. 결국 구속된 정윤희는 위자료 합의 후 석방됐고 바로 그해 조 회장과 결혼하며 연예계를 떠났다.
1989년엔 가수 유연실이 간통으로 피소당한다. 그를 고소한 것은 바로 유연실의 남편이었는데 간통 상대는 당시 MBC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이던 C 씨다. 유부남과 유부녀이던 유연실과 C 씨는 불륜에 빠져들었으며 결극 그 현장이 유연실의 남편에게 발각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후 유연실은 남편의 고소 취하로 풀려나지만 위자료 등 금전 문제로 다툼을 벌여 한동안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황수정 사건이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다. 지난 2002년 드라마 <허준>의 ‘예진아씨’ 캐릭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황수정이 간통 혐의로 피소된 것. 당시 황수정은 필로폰 불법 투약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강 아무개 씨의 부인이 황수정을 간통으로 고소했다. 이후 강 씨 부인이 간통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무려 두 건의 간통 피소로 화제가 된 옥소리도 있다. 지난 2007년 이탈리아 요리사 출신 남성 A 씨와 간통 혐의로 피소된 옥소리는 기자회견에서 A 씨와의 간통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스스로 팝페라 가수 B 씨와의 간통을 시인했다. 이로 인해 옥소리는 B 씨와의 간통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A 씨의 경우 피소 직전 해외로 출국해 기소 중지 상태였으며 옥소리 역시 참고인 중지 상태가 됐으며 이들은 몇 년 뒤 해외에서 결혼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인해 옥소리는 B 씨와의 간통 혐의 유죄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으며 A 씨와의 간통 사건은 모두 종결됐다. 따라서 현 남편 A 씨의 기소중지가 사라지고 지명수배도 풀렸다.
최근까지 진행 중인 사안도 있었다. 우선 김주하 전 앵커는 결혼 기간 동안 혼외자를 출산한 전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했지만 간통죄 위헌 판결로 인해 해당 간통죄 고소는 종결됐다. 또한 탁재훈의 아내 이효림 씨는 탁재훈을 간통죄로 고소했지만 이 역시 종결된다. 다만 이효림 씨는 간통죄 고소에 앞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등 형사인 간통죄보다는 민사로 처리하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형사인 간통죄는 폐지되더라도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 해당 사안은 이제 민사 소송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