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동 밥도 못넘길 때 고종석 임금 받으며 복역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범인 고종석 씨가 2012년 9월 1일 새벽 나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입감을 위해 고개를 숙인채 이송되는 모습. 연합뉴스
경북 북부 제1 교도소의 한 교정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고종석의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강간 등 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영리·약취 유인)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종석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신상정보 공개 고지 10년과 성충동 약물치료 5년, 전자발찌 부착 30년도 함께 선고했다. 고종석은 항소심 당시 광주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경상북도 청송군에 위치한 경북 북부 제 1교도소로 이감됐다.
2010년 대통령령으로 ‘청송’에서 명칭이 바뀐 경북 북부 교도소는 제1 교도소와 제2·3 교도소, 청송 직업훈련 교도소가 한데 모여 있는 곳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 중 중범 수용자를 관리하는 곳은 제2 교도소다. 예전의 흉악범들의 집합소로 악명 높은 ‘청송’ 교도소는 바로 제2 교도소를 통칭하는 것이었다. 기준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형생활을 비교적 잘 하는 수형자들은 제1 교도소로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참고로 오원춘도 현재 제1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제1 교도소의 수형 생활은 제2 교도소와 다소 차이가 있다. 제2 교도소는 850여 개 수용실 중 90%를 독방으로 만들었다. 수용자들은 독방 생활은 물론 식사와 대부분의 생활도 개인별로 하고 식사와 종교생활은 물론 목욕도 복도에 있는 목욕탕을 시간대별로 나눠서 사용한다. 반면 제1 교도소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교도소에 무기수만 해도 엄청나게 많다. 고종석이 성범죄자라고 해서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다. 무기수들끼리 복역하는 것도 아니라 일반 수형자와 방 안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수형자들의 식단은 교도소 직원들과 똑같다. 고종석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제1 교도소의 수형자들은 직업 훈련을 통해 임금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외부 업체가 교도소에 위탁해 물건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수형자가 작업을 하면 임금의 성격으로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는 식이다. 고종석도 평일 하루 8시간 정도 직업훈련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일에는 직업 훈련을 받고 주말에는 작업을 쉰다. 보통 주말에 이곳 수형자들은 장기를 두거나 TV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고종석의 방 안에도 TV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가족들과의 왕래는 어땠을까. 제1 교도소의 한 교정 관계자는 “무기수들도 서신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지만 서신도 보낼 만한 사람이 있어야 보내는 거다. 편지 왕래도 적다. 들어오기 전부터 사회와 단절되고 들어오고 나선 부모도 한두 번 오고 만다. 청송에 있는 수형자들의 70%는 가족이 면회를 오지 않는다. 왕래가 거의 없다. 고종석도 다르지 않을 거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법무부는 ‘형의 집행과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수형자의 처우 등급을 공개했다. 수형자들은 S1~S4로 분류된 뒤 등급별로 교도소에 수용된다. 미결수부터 형이 확정된 기결수까지 모든 수형자는 신입 분류 심사 시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지표에 의해 처우 등급이 부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의 교정시설도 수형자의 경비등급과 동일하게 개방시설(S1), 완화경비시설(S2), 일반경비시설(S3), 중경비시설(S4)로 분류된다. 2008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여아(당시 8세)를 납치해 성폭행해 12년 형을 받은 조두순은 S4등급을 받아 경북북부 제2 교도소의 독방에 수용돼 있다.
교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 교도소의 모든 수형자들이 분류된다. S1은 최우량 수용자다. 죄질이 다른 사람에 비해 경미하고 수용생활이 건전하면 S1이 된다. 이런 경우 가석방 확률도 아주 높은 편이다. S4는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죄질이 아주 악한 수형자가 주로 S4등급을 받는다. 선량한 수용자와 악한 수용자를 같은 공간에 넣으면 갈등이 일어나게 돼 있다. 그래서 등급을 분류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2013년 1월 31일, 고종석 사건을 전담한 광주 지방법원 이상현 부장판사는 “피해 아동이 ‘나를 죽이려했던 아저씨를 많이 혼내주셔야 돼요, 그 아저씨가 또 나와서 우리 집에 와서 저를 데리고 갈까봐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또 데리고 가지 않게 많이 혼내주세요’라는 편지를 제출할 정도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잔혹한 범죄에 대해 준엄히 경고해 피고인 및 잠재적 피고인들로부터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근거를 들어 고종석에 대해 처음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에도 고종석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수십 개의 탄원서가 법원에 제출될 정도로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고종석은 어떤 등급을 받았을까. 경북북부 제1 교도소 관계자는 “고종석의 처우 등급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고종석은 어린이를 성폭행한 아주 악랄한 수용자다. 다른 나라였으면 진즉에 사형이 집행됐다”라고 말했다. “고종석은 당연히 S4 등급 아니냐”고 기자가 재차 묻자 “고종석보다 훨씬 더 악랄한 사람은 수두룩하다. 사실 각 교도소 내에 생각보다 많은 무기수들이 있다. 사람 한둘 죽인 거는 기본이다. 고종석이 S4 등급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종석은 평소에 아주 평범한 표정을 하고 있고 말썽을 일으키는 등 유별한 행동을 한 일도 없어 최근에 독방에 간 일도 없다”고 전했다.
조두순은 2020년 출소를 앞두고 있다. 향후 고종석의 가석방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법무부 보호관찰과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성폭행 사범은 가석방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고종석의 경우는 무기수라 언제 가석방이 되는지 확신할 수 없고 죄질이 악하기 때문에 가석방심사위원회가 허가해 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 발생 당시 언론에 의해 거주지와 신상이 전국에 알려져 심각한 2차 피해를 겪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집도 나주가 아닌 지방으로 이사를 간 상태다. 또 아직도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와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해온 시민모임 ‘발자국’ 관계자는 “피해 아동이 지금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있다. 정신적인 부분도 심각하지만 신체적인 부분이 여전히 치유가 안 됐다. 정부의 지원도 끊겨 심리치료도 본인들의 돈으로 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피해 아동은 1년 반 동안 밥을 못 먹었다. 밥을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그랬다. 밥을 먹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라고 밝혔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최선재 인턴기자
‘화학적 거세’ 어떻게 집행되나 성호르몬 95% 제거…심리치료 병행 고종석은 대법원이 하급심의 성충동 약물 치료 명령을 인정한 최초의 ‘화학적 거세’ 범이다. 2011년 처음 도입된 성충동 약물 치료의 근거 법률인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만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19세 이상의 성범죄 피고인이 적용대상이다. 2012년 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모든 성범죄자’로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성도착증 환자는 출소 후 신체 상태에 따라 1개월, 3개월, 6개월에 한 번 그 기간에 맞는 약물을 주입받는다. <일요신문>이 법무부 보호관찰과에 문의한 결과,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치료 약물은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Leuprolide acetate)’로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다.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는 뇌하수체에 작용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성충동이나 환상을 줄이는 약품이다. 2013년 5월 다음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위원장 길태기)를 열어 아동성폭력 전과 4범인 박 아무개 씨(45)에 대해 처음으로 성충동 약물 치료 결정을 내렸다. 다음은 성충동 약물 치료 집행을 맡고 있는 법무부 보호관찰과 장경아 계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화학적 거세’로 부르는 것이 맞나. “부정적인 어조의 문구다. 치료를 할 때는 ‘성충동 약물 치료’라고 한다. 물론 남성 호르몬을 5% 정도 남겨 놓고 없애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성욕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물치료를 할 때 반드시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어감이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크다. 약물을 주입해 남성 호르몬을 줄여 성도착증 환자의 이상욕구가 줄어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약물 치료는 어떻게 결정하나.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고종석과 같이 판결을 받은 사람은 형기가 끝나고 출소하면 집행되는 경우다. 둘째, 형 집행 중 가석방 요건을 갖춘 수형자가 약물 치료에 동의해 법원이 치료 명령을 결정한 경우가 있다. 셋째, 치료감호가 가종료되거나 가출소가 예정돼 있는 성도착자의 경우 치료감호심의위의 명령으로 약물 치료를 부과한다. 둘째를 빼고 첫째와 셋째는 ‘강제적’인 처분이라 본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 -과거에는 범죄인이 원할 때 성충동 약물 치료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2011년 법이 개정되면서 앞서 말했듯이 지금은 법원의 판결이나 위원회의 명령을 받아 강제한다. 첫 사례자는 2012년도에 가출소한 박 씨였다. 박 씨는 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치료감호심의위에서 명령을 받은 경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 하면서 화학적 거세를 받는 사람은 8명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 치료를 받고 있나. “국립법무병원은 가출소 전 2개월 동안 시험적으로 약물을 투입해 부작용을 관찰한다. 출소 이후에는 출소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치료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해 법무부가 고려대학교 병원 등 전국의 대학병원 10개를 지정했다. 이 병원들이 8명에 대한 성충동 약물 치료를 하고 있다. 이 중 재범자는 없는 상태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물 치료를 받고 심리 치료를 하는 것이다. 보통 한 달 또는 석 달에 한 번 맞는다.” -평생 약물 치료를 받나. “아니다. 박 씨를 포함한 대상자 8명의 평균 치료 기간은 3년 정도다. 약물이 어느 정도까지 계속하다보면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니까 부작용검사를 하면서 감시를 한다. 물론 인권문제도 있다. 부작용 검사, 심리치료, 약물치료를 동시에 한다.” [선] |
중범들 어느 교도소에 있나 유영철·강호순, 서울구치소 동기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길태는 현재 경북 북부 제1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유영철(왼쪽)과 강호순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임준선 기자 김수철은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A 양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2012년 8월 서울 중곡동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무참히 살해한 서진환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에서 여성 7명을 납치 살해한 강호순은 2009년 8월 사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여성과 노인 등 21명을 살해하고 이 중 11구를 토막 내 유기한 혐의로 붙잡힌 유영철은 2005년 6월 사형선고를 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은 2012년 경북 북부 제1 교도소에서 전주교도소로 이감됐다. [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