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 막고 해외보유 자금 국내환류 유도 취지 제도…“최대주주 배당 늘리기 위한 현금 확보 경로 될 우려”
해당 제도가 시행되자 해외 계열사 배당금의 국내 유입이 바로 증가했는데 이를 기업들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배당금 활용 계획을 공개한 기업은 손에 꼽힌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가 자칫 기업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이어지거나 해외 조세 회피 전략을 통한 현금 확보 욕망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전체 배당금 수익이 해당 제도 시행 이후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 계열사 배당금 수익 증가 요인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전체 배당수익은 2022년 3조 9523억 원에서 2023년 29조 968억 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은 9조 7363억 원, 올해 상반기 5조 8036억 원으로, 모두 제도 시행 이전보다 많았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1조 5676억 원에서 2023년 3조 5328억 원, 2024년 4조 8651억 원으로 늘었다. LG전자도 2022년 7224억 원에서 2023년 1조 7596억 원, 지난해 1조 2595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원천지주의 과세로 전환해야 하는 6가지 이유’ 보고서를 보면 해외 계열사 익금불산입 제도는 해외 계열사 누적 보유잉여금(2021년 기준 902억 달러)이 국내에 돌아오도록 유도하고, 현지 정부에 납부한 법인세와 과세가 중복되는 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3년 해외 계열사에서 국내로 보내는 배당금을 늘려 국내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 해외 이익금을 배당금 형태로 취하는 것의 부담이 제거되자 이로 인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기업들의 해외 조세 회피(절감) 전략을 부추길 우려가 나온다.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나 이른바 ‘해외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발생시킨 이익금을 해외 계열사의 유보잉여금으로 두던 것을, 이제는 국내로 적극 들어오면서 점차 기업의 조세 회피 유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해당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국세청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GS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가 지분 92.53%를 가진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이 현재 3개 해외 자회사를 보유 중으로, 이 가운데 싱가포르 법인인 SY에너지(SY ENERGY PTE.LTD.)로부터 지난해 배당금 26억 7200만 원을 수령했다. 삼양인터내셔날이 그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100억 원으로, SY에너지에서 받은 배당금이 여기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그룹 지주사 (주)한화가 지난해 거둔 전체 배당수익은 전년의 9.4배인 1609억 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 계열사 배당금은 약 505억 원이었다. (주)한화는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을 50원 인상했고, 전체 배당금의 41.54%가 오너 일가에 지급됐다. (주)한화 지분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최대주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2.65%, 그의 세 아들이 9.19%,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지분 9.7%를 보유 중이다.
해외 계열사 배당 수익 증대가 오너 일가 배불리기로 귀결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익금불산입한 해외 자회사 배당금 중 최소 50%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도록 하거나 국내 고용 증대에 사용할 때만 익금을 불산입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당 제도를 먼저 시행한 미국·영국·일본·독일 등은 공통적으로 투자가 해외로 집중됐고, 자국 내 산업은 공동화됐다”며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우리나라 역시 해외로 투자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본사 대주주의 이익만 늘고, 국내 산업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얻은 배당금을 국내 투자에 활용하면 세액을 공제 해주는 등 관련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