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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연예계 PR비리를 발본 색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획사의 회계장부와 주식명부 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수사 방향을 예의주시하며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연예계 매니저들과 방송사 일부 PD간에는 어떻게 음성적인 돈 거래가 이뤄져 왔는가. 현직매니저의 고백을 통해 PR매니저의 실체와 연예계 뇌물거래의 역사를 알아본다.
K씨는 신인가수와 탤런트 두 명의 매니저이다. 이들이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는 것이 K씨의 지상과제다. K씨는 이들이 소속사와 부당한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심리적 갈등을 느낀다. 그러나 일단 뜨기만 하면 모든 것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덮고 넘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일례로 유명 가수 J씨와 같은 경우는 마음먹고 PR비를 써 대박이 난 결과다. 이 가수가 벌어들인 금액은 앨범 판매량만 계산해도 2백억원이 넘는다. 때문에 가능성만 있다면 PR비를 얼마든지 들여도 단번에 투자비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액의 PR비를 투자하면, 결국 연예인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노예계약’ 파문도 터지지만.
K씨는, PR은 조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예전에 1백만원 하던 PR비가 지금은 억단위다. 이런 큰 금액을 혼자 전달할 수도 없고 그만큼 만날 사람도 많기 때문에 ‘조직’으로 움직인다”며 “한 소속사에 묶여 있는 게 아니라 누가 어떤 ‘애’를 띄우고 싶다는 제의를 하면 프리랜서처럼 그 연예인을 정상에 올려놓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다. 팀장을 정점으로 누구누구 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밑에 PR매니저를 여러 명 데리고 다닌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상당히 돈에 민감하다. 내가 누구에게 로비를 했고 얼마를 썼는지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라도 증거를 남긴다. 푼돈을 CD케이스에 넣어서 주거나 자동차에 넣고 오는 건 옛말이고 액수가 커져서 계좌로 송금을 하거나 주식을 이용한다. 계좌로 송금하는 경우는 몇백에서 몇천만원 정도인데, 이 경우 친구 계좌나 아는 사람 계좌로 송금하고 우리는 그 송금증을 회사에 제출한다. 문서로 남기지 못할 경우 옆에 증인을 세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회계 장부는 소속회사의 경리가 주로 조작한다고 한다.
“우선 PR비로 쓴 명세서가 들어오면 비자료로 전표처리 하는데 같은 기획사끼리 잘 추적이 되지 않도록 서로 뒤를 봐주는 형식으로 장부를 위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일이 시작되면 팀 계좌가 생긴다. 거기로 PR비가 들어오고 그것을 나누어 쓰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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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듭되는 가요계의 파문에 시민단체들은 방송사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방송사·기획 사의 유착 근절을 촉구하는 문화개혁 시민연대의 집회 <사진제공=문화개혁시민연대> | ||
그는 “실력있는 PD가 술집에 떴다하면 연예인들은 얼굴 도장 찍으러 가야 되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성관계가 거래되기도 한다”며 한 예를 들었다. “모 방송사의 드라마 PD가 S를 좋아했다. 드라마 촬영이 시작될 무렵 회식이 끝나고 PD와 S가 여관에 갔다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왔다. S가 거부한 것 같았다. 그러자 그 PD가 ‘드라마 안하겠다’며 강짜를 놓아 대판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이렇게 사고가 터져 공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조용히 알아서 한다”며 “성상납은 솔직히 최악의 상황에 가도 당사자가 실토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K씨는 자신이 일을 봐주고 있는 탤런트 L을 한 TV 프로그램에 조연급으로 출연시키는 데 제작진이 5백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L양의 출연료를 몽땅 모아도 5백만원이 되지 않았다.” K씨가 못하겠다고 거절하자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 나와서 뜨면 투자금액은 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K씨에 따르면 PR비 액수는 대체로 일정한 편. 물론 모든 PD가 PR비를 받는 것은 아니다. 가수의 경우 라디오 인기프로그램에서 한 곡을 일주일 동안 트는 데 2백만원, 비인기 프로그램에는 1백만원이 책정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받는 쪽에서 부르는 게 값이지만 대부분 ‘적정액수’를 알아서 찔러 준다고 한다. 그만큼 긴밀한 협의가 이뤄진다는 얘기.
“뿌린 만큼 거둔다는 얘기가 PR비의 핵심이다. H기획사에서는 모 방송사 드라마 제작국 일부 PD들에게 휴가를 보내줬고 휴가를 가지 않은 PD에게는 휴가비를 대신 지급했다는 소문도 있다. 밀려면 확실히 밀어야 한다는 PR 명제를 충실히 실천한 예”라고 설명했다.
모 방송사의 인기 음악프로그램의 경우는 가수 J가 신인 때 이 무대를 통해 데뷔했기 때문에 주가가 높아졌다는 것. 이 프로그램은 작가가 콘티를 짤 때 매니저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액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MC가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실력없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일부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인기 방송작가가 더 높은 PR비의 로비대상이 된다.
상당수 매니저들은 한두 사람의 구속으로는 PR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의 뿌리가 훨씬 깊다고 전한다. ‘국민가수’ J의 전 매니저 H씨는 “물론 정도대로 가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10명 중 하나 꼴. 속칭 ‘왕따’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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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M 김광수 전 사장(왼쪽)과 SM 대주주 이수만. | ||
또한 기획사의 난립으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기획사간의 전쟁이 PR비를 불러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부 기획사 사장들의 수억원대에 달하는 전방위 로비의 부도덕성은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PR비 비리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5년 박정희 정권 때 방송관계자 7명이 구속됐고, 6공 때인 1990년에는 PD 6명이 검찰에 구속됐다.90년 이후로 잠잠했다가 93년 가수 이현우의 매니저 윤태원씨가 방송사 PD 4명, 스포츠신문 연예담당기자 3명에게 각각 30만∼1백50만원씩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로 수사가 착수됐다. 95년 초에는 연예계 전체에 한파가 밀어닥쳤다. 관련자 39명의 계좌가 추적당했고 수사 초기에는 방송국 PD들이 대책회의를 열었을 정도.
당시 연예계 수사는 94년 말부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발단은 ‘살생부’의 등장. 당시 매니저 P씨가 한 PD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건네주며 자기 가수에 대한 적극 지원을 부탁했으나, PD가 돈을 받고도 제대로 밀어주지 않자 “수표 번호를 다 써놓았다”며 압력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방송사 고위 간부가 담당 PD를 지방으로 전출시키자 그 PD는 며칠 뒤 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배병수씨 피살사건까지 겹쳐 대대적인 사정에 들어간 것. 당시 경찰은 ‘PD 중 한 명은 매니저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이 문제돼 사표를 제출했으며, 기업체 대표 P씨는 한 연예잡지 기자의 중개로 거액의 화대를 주고 여성 탤런트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PD가 수십만원짜리 외상술값 영수증을 대신 내라고 주거나 자동차키를 주며 정비소에서 검사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매니저의 진술이 있었다. 지금 상황에 비춰보면 로비 정도가 ‘애교’ 수준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MBC 아무개 PD를 비롯, 국장급 PD들 대부분의 영장이 기각되었다. 배역 청탁에 따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검찰의 판단이었다. 4년 뒤 99년 KBS 드라마 <용의 눈물> 출연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김재형 PD가 벌금 1천만원에 추징금 1천6백12만원을 선고받아 잠잠하던 여의도를 또 다시 술렁이게 했다.
2002년 3월 MBC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에서 연예인 노예계약 문제가 보도되자 검찰은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연예기획사의 불공정거래 실태를 파악, 이번에 시정을 권고했고,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해당 기획사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