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지쳤을 법도 할 장서희 지만 오랜 조연생활 끝에 이룬 성공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인터뷰 내내 풍부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MBC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에서 열연중인 장서희는 ‘아리영’이라는 새이름과 함께 연기자로서도 새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오랜 조연생활 끝에 성공한 스타라는 꼬리표를 그녀는 더 이상 원치 않는 듯 보였다.
그만큼 지난 길고 긴 무명생활은 그녀에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연기인생의 그늘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서희는 알았던 것 같다. 매해 연말이면 열리는 각종 시상식을 보며 ‘언제쯤 나도 저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짐과 동시에 지난 세월들이 자신에게 탄탄한 밑거름이 돼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지만 차근차근 연기경력을 쌓아 가는 조연들에게 내가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녀의 연기대상 수상소감은 그래서 더욱 진하게 귓가를 맴돈다. 객석에 앉아있던 그녀의 한 오랜 팬은 “시상식을 보며 이렇게 가슴 뭉클하긴 처음이었다”며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연말, 살아온 날 중 가장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가장 바쁘게 보냈을 장서희. 요즘도 촬영과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 때문에 바쁘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았다. 좀 더 진솔한 대화를 원했던 기자는 최대한 그녀의 스케줄에 맞추어 줄 수밖에.
세 번째로 인터뷰 약속을 잡은 지난 9일, “(장서희씨가) 인터뷰 때문에 많이 지쳐있으니 수도 없이 들었을 뻔한 질문은 자제해 달라”는 매니저의 간곡한 요청을 뒤로한 채 기자는 작심하고 그녀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리라 마음먹었다.
이미 수도 없이 그녀의 기사가 나간 마당에 팬들이나 독자 모두 뻔한 기사는 원치 않을 것이 분명할 테니까. 식상한 질문에 지쳐있다면, 뭔가 다른 인터뷰를 그녀도 원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장서희가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나왔다.
▲지난 연말 너무 바빴겠다. 축하인사는 몇 번이나 받았나.
─수도 없다.(웃음) 특히 부모님들께서 너무 기뻐하셨고, 무엇보다 동료연기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받고 있는 점이 가장 기쁘다. ‘나 같은 연기자가 많이 나와야 된다’며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장서희씨가 대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았다. 수상 사실을 전혀 몰랐나.
▲ 지난 연말 MBC 연기대상을 받고 기뻐하는 장서희. 오른 쪽은 춤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줘 화제를 모은 가수 비와의 살사 댄스 장면. | ||
▲그럼 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는가.
─솔직히 최우수상 정도는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전에 너무 많은 상(베스트커플상, 기자가 뽑은 연예인상, 네티즌이 뽑은 인기상)을 주셔서 ‘아니구나’ 생각했다. 대상까지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비와의 살사댄스도 화제였는데.
─사실 많이 아쉬웠다. 서로 바쁘다보니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밤늦게 만나 두 번 연습한 것이 고작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장서희는 발레솜씨도 제법이다. 춤이라면 기본기가 튼튼히 갖춰져 있어 연습부족인 상황에서도 훌륭한 무대를 연출해낸 것).
장서희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10여년 조연생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답변과 표정 하나하나에 ‘지난 날’의 서러움과 울분이 자연스레 묻어나고 있었다. “지금 통쾌한 마음조차 든다”고 말하는 장서희는 그동안 수도 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오랜 조연생활 동안 가장 서러웠을 때는 언제였나.
─너무나 많이 울었다. 원하는 배역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막판에 가서 배역이 뒤바뀌는 일이 허다했다. 그럴 때면 너무 속상해서 방송국 화장실로 달려가 펑펑 울었다. 이번 <인어아가씨>를 준비하면서도 혹여 배역이 교체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프로필을 보니 꽤 많은 작품에 출연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은.
─아무래도 임성한 작가와 인연을 맺은 <온달왕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내 역은 아주 짧게 등장하는 거였는데, 임 작가가 나를 기억하고 그때부터 점찍어두셨다고 한다.
▲드라마 <불꽃>에서도 작가역으로 등장했었는데.
─당시 극중 모습이 사실 나와 많이 닮아있다. 실제 나는 꽤 털털하고 활발하다. 그런데 ‘은아리영’의 이미지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
▲어떤 오해인가.
─어떤 아주머니께서 스태프한테 ‘장서희가 촬영장에서 말도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리영이 매일 책만 읽고 녹차만 마시고 있으니 나까지 그런 줄로 착각하시는 거다.(웃음)
아무리 연기라지만 감정의 동요가 있을 법도 한데 주변에 감독과 스태프들이 너무 많아 정신 없이 ‘첫키스’를 해버렸다는 것. 이참에 결혼계획과 첫사랑 등 남성팬들이 궁금해 할 것들을 물어보았다.
▲결혼을 언제쯤 할 계획인가.
─아휴, 너무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일단 남자가 있어야 결혼을 생각할 텐데 남자가 없다. 그리고 이 시점에 내가 결혼을 하고 싶겠는가. 지금은 일 욕심이 앞선다. 바람으로는 한 2∼3년 후쯤 가고 싶은데 누군가 “그 나이에 누가 널 데려가겠느냐”고 그러더라.(웃음)
▲남자연예인으로부터 사귀어보자는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내가 남자들이 대하기에 좀 거리감이 느껴지나 보다. (곰곰 생각하다가) 아, 그런 적은 있었다. 작품이 끝난 후에야 다른 사람을 통해 ‘XX가 너 좋아했다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 상대방이 별로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웃음)
▲첫사랑은 언제였나.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동네에 사는 오빠를 좋아했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소식을 통 듣지 못했다. 굳이 찾고 싶지는 않다. 첫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좋다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서희는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너무 바빠 잠도 제대로 못 자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내 처지가 어땠나”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은 싹 가신다고 한다. <인어아가씨>가 종영되는 대로 영화출연도 고려중이다.
‘아리영’의 이미지 때문인지 멜로물이나 미스터리물 시나리오가 주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 오른 자리인 만큼 섣부르게 욕심내고픈 생각은 없다고. “야한 장면도 소화할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배우로서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마른 편이라 내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웃으며 받아넘긴다.
장서희는 생애 처음으로 가장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올해는 팬들의 사랑에 더욱 열심히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장서희 사랑회’라는 공식팬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장서희가 처음 이곳을 알았을 당시 회원수는 고작 3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무려 1만5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끝으로 장서희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저는 늘 열심히 해왔고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어요. 꾸준히 사랑해준 팬을 위해서라도 늘 예전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