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네 번째
태진아는 사실 무근인 사안으로 곤경에 처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1시 용산구청 지하1층 대극장 미르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태진아는 각종 의혹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다수의 기자회견이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을 상대로 질의응답을 갖는 데 반해 태진아 측은 질의응답을 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확실한 증거를 연이어 공개했습니다.
마치 법정에서처럼 각종 증거를 공개했는데 역시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시사저널USA> S대표와 태진아의 LA 지인 하워드 박의 대화 녹취록’이었습니다. 녹취록에선 S 대표 스스로 태진아의 도박 관련 기사가 부풀려져 있음을 인정했으며 국내 매체 <시사저널>과의 관계를 허위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녹취록에선 S 대표가 ‘<시사저널USA>가 국내 <시사저널>과 연결된 회사’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부분은 확실히 사실무근입니다. <일요신문>이 <시사저널>과 계열사인 터라 <시사저널>과 <시사저널USA>와 무관한 회사임은 기자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허위로 국내 유명 매체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며 투자를 빌미로 한 금전 요구를 했음이 분명히 드러난 셈이지요.
뿐만 아니라 S 대표가 태진아가 카지노에 변장을 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태진아 측은 카지노 방문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LA 지인으로 S 대표와 접촉한 하워드 박의 영상 인터뷰를 공개했으며 태진아가 방문했던 미국 LA의 허슬러 카지노 총지배인과 전화 연결을 해 기자들 앞에서 공개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증거인 녹취록에 이어 관계자 인터뷰까지, 태진아 측은 단순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아닌 확실한 증거를 공개하는 것으로 각종 의혹에 정면 대응했습니다.
결국 태진아는 미국 여행 과정에서 네 번 오락 차원에서 카지노를 방문했으며 합법적인 수준에서 가볍게 게임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억대 도박을 한 것처럼 잘못된 의혹에 휩싸였으며 아들 이루까지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가 동료 연예인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한다는 부분이 바로 이런 의미와 연결됩니다.
사실 태진아 측이 녹취록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상황은 점점 꼬여갔을 것입니다. 아무리 <시사저널USA>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닐 지라도 명백하게 해명하지 못할 경우 연예인은 매우 불리해 집니다.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할 지라도 누군가는 “아무렴 정말 억대 도박을 안 했는데 그런 기사가 나왔겠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연예인이 물의에 휘말릴 경우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누명을 써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들은 재판을 통해 무고함이 밝혀질 지라도 100% 이미지 회복이 어렵습니다. 수년이 걸리는 재판 과정을 통해 진실을 밝혔을 지라도 매스컴과 대중은 사건 초기의 화제에만 관심을 둡니다. 수년이 흘러 법정에서 무고함이 밝혀질 지라도 이미 매스컴과 대중은 해당 연예인의 재판 결과 보다는 또 다른 연예인의 새로운 물의와 구설에만 관심을 가질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실무근의 협박에도 연예인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돈을 주고 끝내는 게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연예관계자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 돈을 주면 그것이 더한 약점이 돼 계속적으로 금전적인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연예관계자들도 있습니다.
다행히 태진아 측은 녹취록을 비롯한 각종 증거를 확보해 도박설에 정면 대응하면서 사태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원로 가수들이 대거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태진아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태진아의 일성에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으며 취재진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기도 했습니다. 자칫 태진아가 가수협회장의 지위로 세몰이를 한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었지만 태진아 뿐 아니라 모든 연예인이 이런 협박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이 자신해서 기자회견장을 찾은 까닭이 십분 이해가 됩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태진아는 상당히 격앙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먼저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모두발언에서 태진아는 마치 정치인이 연설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때만 해도 기자는 태진아의 쇼맨십이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지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곳 역시 무대 위였으니까요.
그렇지만 기자회견이 거듭될수록 태진아의 격앙된 행동이 쇼맨십이 아닌 광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친 듯한 모습을 의미하는 ‘광기’는 사실 그리 좋은 뜻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니지만 기자회견 당시의 태진아는 광기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격앙돼 있었습니다. 평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이던 태진아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죠.
나중에 허슬러 카지노 총지배인과 태진아 측 법률대리인 권창범 변호사의 공개 통화 도중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니 발까지 구르며 대성통곡을 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기자회견 마지막 부분에선 권 변호사가 제대로 발언을 이어가지 못 할 만큼 태진아가 격앙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권 변호사가 “태진아 씨를 잠시 기자회견장 밖으로 내보내야 할 것 같다” “(태진아 씨의 거듭된 발언으로) 기자회견 진행이 힘겹다”는 말을 거듭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태진아는 본인이 사실무근인 사안으로 투자 빌미 금전 요구를 받았으며 이를 거절하자 사실무근인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는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분명 억울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이루까지 도박을 했다는 오해를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억울함이 태진아를 극도의 분노로 격앙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기자에게 광기라는 표현까지 생각나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태진아는 그렇게 격분했던 것일까요. 사실무근이며 이를 입증할 증거까지 확보한 상황이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니 기자회견을 가질 필요도 없어보였습니다. 그냥 녹취록만 매스컴에 공개해도 상황이 마무리 됐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태진아가 그렇게 격분한 데에는 가족과 꿈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연예인이기에 그런 상황에 노출됐고 다른 연예인이 비슷한 필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한다고 밝혔지만 그가 그리 격분한 까닭은 자신의 가족과 오랜 꿈이 위협받은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다시 말해 자신의 오랜 꿈과 가족이 위협당하는 상황에 처하면 그만큼 분노하고 격앙되지 않을까요. 이것이야 말로 누구라도 당연히 ‘광기’에 휩싸일 상황이 아닐까요.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태진아의 말로 대신합니다.
“집안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14살에 상경해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중국집 배달로 시작해 그 동안 거친 직업이 37개나 됩니다. 미국에서도 9년 동안 지내며 행상도 하고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 꿈은 제가 열심히 번 돈으로 가족들이 모두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고생하며 지낼 때 가족여행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설날 다음다음날이 제 생일이라 저와 제 아내, 두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까지 여섯 명의 가족이 일주일 동안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공연 등을 위해 해외에 간 경험은 많지만 이번에는 오직 가족들을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제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여행 도중에 재미삼아 카지노를 갔습니다. 절대 억대 도박을 하지 않았고 아들 이루는 아예 게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카지노 부근에도 가지 않겠다.”
신민섭 기자 ksiman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