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같은 ‘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능청맞은 바람둥이 ‘조원’(배용준 분), 질투와 모험을 즐기는 요녀 ‘조씨부인’(이미숙 분), 그리고 27년간 정절을 지켜오다 무너진 ‘숙부인’(전도연 분). 이들 세 사람의 기자시사회 뒤 인터뷰 내용을 ‘조선식 말투’로 재구성했다.
조원 역 배용준(배):::오늘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 왠지 기분이 멍하오. 다른 사람들의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런저런 평가를 내리곤 했는데, 내 영화여서인지 잘 모르겠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소. 음….
조씨부인 역 이미숙(이):::글쎄, 나도 기분이 얼떨떨하오. 기분이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숙부인 역 전도연(전):::나도 오늘 처음 보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스캔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들 웃으셔서 당황스럽기도 하구. 이 영화가 그렇게 웃긴 영화였나요?(웃음)
배:::두 분 모두 영화계 선배들이라 찍기 전엔 솔직히 긴장이 많이 됐소. 이젠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오. 사극에 대한 부담이 없었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는데 왜 없었겠소. 감독님과 함께 수많은 고민을 나눴다오. 사극 분장이 내게 어울릴까 싶어 감독님과 야밤에 분장도 같이 해보았을 정도라오.
전:::음…, 숙부인 역을 맡겠다고 했을 때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지요. 요부 역이 더 어울린다며(웃음). 그러나 숙부인과 전도연은 닮은 점이 있사옵니다. 바로 ‘사랑에 대한 무모함’이지요. 실제로도 조원과 같은 바람둥이가 다가온다면 숙부인과 같이 받아들일 겁니다. 사랑이란 그런 것 아니겠사옵니까.
이:::그건 한 수 아래라오. 조원 같은 남자라면 조씨부인 같은 기교로 받아 대처해야 하는 법. 만나서 교제하고 그럴 것 없이, 그것이 능숙하고 현명한 방법이오(웃음).
배:::‘요부와 정절녀 중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들을 참 많이들 하시오. 뭐, 정절녀는 정절녀대로, 요부는 요부대로 좋소(웃음). ‘내 마음 속 방은 오직 하나뿐이오. 허나 방은 하나로되 그 안에 들어앉는 이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뀐다오.’ 영화 속 대사요(웃음).
전:::베드신에 대한 궁금증도 많은 것 같더이다. 저야 뭐,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그리 어렵지 않았사옵니다. 어떠셨사옵니까?
배:::‘공사’(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것)테이프 때문에 힘들었소. 허허. 처음이라 무조건 열심히 했는데 오늘 보니 많이 잘려나갔소. 이제 그런 것에 부담을 느낄 나이는 지난 것 같소. 솔직히 베드신은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소.
이:::조씨부인은 여배우라면 한번쯤 맡고 싶은 역일 것이오. 여자의 양면성을 담고 있는 캐릭터지요. 순수함과 질투심, 오기를 모두 가진,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역할이오. 극중에서 한참이나 연하인 권인호를 꼬시지 않소.
배:::누이도 참 대단하오. 목표를 위해선 길게 보고 적을 야금야금 미혹시켜야 한다는 그 정신, 참으로 높이 살 만하오(웃음).
이:::그런데 어찌 27년간 꽁꽁 닫혔던 숙부인의 그 벽을 깰 수가 있었소?
배:::그 여인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되고 말았소.
전:::그것이 사랑 아니겠사옵니까. 아니되는 줄 알면서도 비가 내려서 호수에 담기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품행이 심히 방탕하고 난잡하여 과연 실제로 존재했을까 의심치 않을 수 없는 조원과 조씨부인. 결국 두 사람은 숙부인을 통해 잃었던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후 세 사람은 ‘자알 먹고 자알 살았다’는 이야기? 다행히도(?) 영화는, 흔한 결말과는 다르게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