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연 | ||
이런 온갖 추측과 망상을 안고 무속인으로 변신한 하태연을 찾았다. 하태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로 활약한 인물. 올림픽 2연패의 ‘작은 거인’ 심권호와는 오랜 라이벌이고 세계대회 은메달리스트(1999년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무속인이 된 것이다. 이유는 무병(巫病). 사연은 이렇다. 갑자기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웬 할아버지가 자꾸만 그의 눈에 어른거렸다. 너무나 무서웠다. 잠을 자지 않으려고 온 집안의 불을 환하게 밝혔다.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허리의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말까지 더듬거렸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꼬박 뜬눈으로 지새운 1주일. 결국 하태연 선수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뜻밖에도 해맑은 얼굴이었다. 그 ‘역경’을 겪은 사람같지 않게 평온해 보였다.
“저 연예인들 잘 몰라요.”
순박해 보이는 하태연이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한 말이다.
▲ 왼쪽부터 고현정, 황수정, 심은하 | ||
“8월이라고 나오는데요?”
누군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자, “고현정씨는 음력 8월로 나오고, 심은하씨는 음력 1월로 나오는데요?”라는 대답이 흘러나온다.
아직 초보 무속인인 데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묻는 말에만 단답식으로 말하는 그의 얘기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고현정은 음력 8월(양력 9~10월)에 영화로 컴백할 거 같고, 심은하는 음력 1월(양력 1~2월)에 CF로, 황수정은 음력 3~4월(양력 4~6월)에 방송으로 컴백할 거 같단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대박감인데…!혹시나 해서 다른 연예인들이 다녀갔느냐고 물으니, 매니저와 아나운서 몇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사람들의 심리는 같은가 보다. 내 앞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어떻게 해야 내가 유명해지고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는 누구나 갖게 마련. 더욱이 하태연은 한창 ‘통할 때’라는 신내림 초기가 아니던가.
올 한 해 연예가가 어떻게 흘러갈지, 무엇이 핫이슈로 떠오를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묻는 말에만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스타일은 여전하다. 하태연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올 한 해 크게 스타가 떠오를 분야는 가수 쪽인 거 같고, 새로운 커플들이 성격차이로 트러블이 생기겠고, 작년보다 성 상납 문제가 더 불거질 거 같고,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들이 별로 빛을 못 보고 그동안 별로 빛을 못 보던 사람들이 인기를 끌 거라고.
▲ 김석훈(왼쪽), 류승범 | ||
‘잘생기고 눈 큰 사람’이라고만 말해서, 이 이름 저 작품 대며 겨우 그의 이름을 알아낸 순간, 정말 한결같이 오직 한 길만 보고 달려온 사람의 묵묵함을 알 듯도 했다.
작가의 어수선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엔 하태연이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36개 정도,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는 걸로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같이 운동하는 선수라 자기도 모르게 ‘신’에게 물어보게 된 말인가 보다.
‘그럼, 박찬호 선수는 어떻겠느냐’는 말에 얼굴을 약간 흐리는 하태연. 뭔가 좋지 않은 기운이 박찬호 선수에게 들어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거라며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라는 박찬호 선수의 말은 핑계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선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 나쁜 기운만 풀어내면 예전보다 그 이상으로 떠오를 것이며 20승도 너끈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부연설명.
하태연도 이 길로 들어서지 않고 계속 운동을 했다면, 더욱 크게 빛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하태연 선수 아니 이제 신의 대리자가 된 하태연 신관(神官)이 한마디 한다.
“보람을 느껴요. 아픈 사람들, 마음이 아프고 생활이 힘들어서 찾아오는 사람들 대신 내가 아파하고, 그 사람들 속을 풀어주는 게 천직인 거 같아요.”
올해 연예인 중에서 ‘신’ 받는 사람이 나올 거 같다고. ‘그게 누구냐’고 하니, 이름은 잘 모르겠고 30대 중반의 여자 탤런트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올 한 해 역시 연예계에선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