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심만만>은 꼼꼼하게 조사한 설문과 출연자들의 가식 없는 모습이 인기비결이라고 한다. <야심만만>의 진행자 박수홍과 강호동. | ||
우선 질문이 만만치 않다.
‘연애 초반에 남자를 꽉 잡는 비법은?’ ‘직장이나 학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골탕 먹이는 법은?’ ‘삼각관계에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은?’ 등등.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볼 만한 내용들이다. 때로 자신의 남자(여자)친구에게 써먹을 수 있고, 다급한 상황일 때 참조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들을 제공해준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단순히 오락으로만 여기지 않는 이유다.
여기엔 제작진의 공이 크다. 가령 ‘알고 지내는 이성과 술김에 키스한 후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내는 방법은?’이란 질문을 던졌다고 치자. 제작진은 여기에 해당하는 답을 찾기 위해 산전수전을 다 치른다.
우선 거리에 나가 2백 명의 표준집단으로부터 주관식 답을 받아 답변 항목을 30개 정도로 추린다. 그 다음에 10∼40대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설문조사를 해 1∼5위까지의 대답을 정한다고 한다. 이런 꼼꼼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답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더불어 <야심만만>의 가장 큰 매력은 스타들이 약간은 망가지며 가식을 벗고 자신의 솔직한 면모를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섹시하고 멋진 남자로 떠오른 권상우는 ‘학창시절 했던, 기억에 남는 나쁜 짓은’이란 주제에 야한 비디오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왜 이런 비디오는 볼 때마다 테이프가 씹히는지 몰라”라고 ‘매력남’이 아닌 ‘솔직남’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 <야심만만>에 출연한 권상우. | ||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확실하게 <야심만만>을 통해 떠오른 사람은, 록밴드 ‘뜨거운 감자’의 김C다.
막걸리집에서 일했던 과거와 거기에서 현재의 아내를 만난 일화, 윤도현과 ‘윤씨, 김씨’ 하며 친하게 지내지만 음악적 길은 다르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뒤집어졌다.
너무나 솔직하고, 어눌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 정곡을 찌르고, 부끄러울 법한 자신의 부족한 면모를 가감 없이 말하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더 이상 가식은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이 군침 도는 싱아’를 놓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지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다고 한다. 자신의 활동 분야에서 보여주지 못한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부 신인급 연기자들의 경우 어떻게 대답하는 게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솔직하게 보일 수 있느냐며 기획사 차원에서 대책회의까지 한다고 들었다”고 이 프로그램 김미경 작가는 말한다.
그러나 너무 솔직한 나머지 제작진을 고민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탤런트 한은정은 8월 초 출연해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음성녹음을 몰래 엿들은 적이 있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제작진은 심사숙고 끝에 그대로 방송했고, 한은정은 ‘솔직하다’는 평을 들었다.
이보다 더 솔직하게 자기를 고백한 이는 바로 배두나. ‘애인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울 때’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배두나는 “나는 공공장소에서 팔짱도 끼고 당당하게 다니고 싶었는데 남자친구는 언제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며 “그럴 때 무척 외로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은 매우 안타까워하며 하루빨리 좋은 남자친구를 사귀길 바랐다.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신하균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후 분위기로 보면 2001년부터 공개적으로 교제하다 헤어진 신하균에 관한 이야기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야심만만>의 또 다른 재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별의 순간 말하진 못했지만 속으로 되뇌었던 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지금까지 사준 물건 다 내놔’ ‘내 눈에 띄면 죽어’ 등과 같은. 정말 너무도 솔직하고 기상천외한 답변에 시청자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야심만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들이여, 더 이상 가식은 싫다. 너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